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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야기(CEO연구)

[ CEO 연구] CEO의 PI (President Identity)

“이 회장은 확실히 안목 있고 나라경제를 걱정하는 분 같더군요.” 삼성그룹의 고위임원은 얼마 전 택시기사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 “4~6년 후 나라 경제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란 언론보도가 나간 후,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택시기사도 공감을 표시하더란 얘기였다.

과거 이건희 회장도 우리나라 재벌오너들이 그렇듯, 그저 ‘돈 많은 재벌’이란 인상이 강했다. 하지만 이젠 고비 때마다 한국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지는 경영자, 앞날을 꿰뚫어 보는 ‘눈 밝은 기업인’이라는 이미지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이미지 통합(PIㆍPresident Identity)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PI는 최고경영자(CEO)의 이미지와 기업의 이미지를 통일시키는 작업이다.

대기업 총수는 그룹의 얼굴이고 브랜드다. 총수의 언행 하나 하나는 그 어떤 광고 캠페인보다도 그룹 이미지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각 기업들마다 총수나 CEO의 PI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개석상에서 무슨 옷을 입는지,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매너나 취미는 뭔지, 심지어 언론에 실리는 사진 하나하나까지도 모두가 관리 대상이다. PI 전담조직을 만들거나 홍보 대행사로부터 컨설팅까지 받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건희 회장에 대한 삼성의 PI는 선견지명과 리더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비서실과 전략기획실이 한 몸처럼 움직이면서 국가경제를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이자 IOC(국제올림픽위원회)위원으로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고 있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따로 PI 전담팀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10년 후를 내다보는 선견지명으로 탁월한 경영실적을 올리면서 이익의 사회환원을 통해 우리사회와 함께 성숙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SK회장도 PI를 성공적으로 실행중인 대표적인 케이스. 최 회장은 2003년 SK글로벌 사태로 시련을 겪은 뒤 사회구성원의 행복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행복경영을 제창해 그룹이미지를 일신시켰다. 특히 최 회장이 직접 연탄을 배달하거나 앞치마를 두르고 쿠키를 굽고 김치를 담그는 등 사회공헌활동에 전념하는 모습으로 호평 받고 있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도 PI를 통해 초창기 ‘불도저식’ 이미지를 벗고, 자동차로 세계시장을 누비는 ‘프론티어 리더’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구본무 LG회장은 ‘고객가치 경영’과 ‘정도 경영’을 양 축으로 글로벌 리딩 기업을 이끄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구축해 가고 있다. 구 회장은 종종 넥타이를 하지 않는 캐주얼한 스타일로 그룹 CEO들과 격의 없이 어울려 토론하고, 임직원을 격려하는 소탈한 면모로 일체감을 형성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허창수 GS 회장은 2005년 3월 GS출범 이래 대내외적으로 ‘준비된 경영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 힘을 쏟고 있다. GS측은 그가 LG그룹 시절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치면서 다양한 실무 경험을 통해 철저한 경영수업을 받은 점, 능숙한 영어와 일어실력과 국제 감각을 지닌 점 등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개인 홈페이지(www.hurdongsoo.pe.kr)를 통해 적극적인 사이버 스킨십 경영을 펴고 있다. 홈페이지는 에너지 리더로서의 허 회장의 모습과 기본을 중시하는 경영관, 에너지 한길로 매진 해온 경영활동 등이 잘 정리돼 있다는 평이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IOC위원으로서 평창올림픽 유치활동을 통해 ‘형제의 난’ 이후 추락한 이미지를 되살리는데 PI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우리 기업의 PI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그룹 총수가 PI에 따른 조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실천하는 풍토도 약하고, 필요할 때마다 총수에게 직언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마련돼 있지 않다. 때문에 총수의 돌출언행이나 부적절한 행동으로 막대한 시간과 돈을 들여 쌓아놓은 기업이미지를 깎아먹는 사례도 적지 않다.

사람과 이미지의 배정국 대표는 “PI는 기업 혹은 브랜드 홍보보다 훨씬 섬세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이지만 우리나라에서 PI는 아직 총수의 복장을 코디하거나 메이크업하는 정도로 여긴다”며 “총수 본인이 원하는 이미지를 상정하고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만드는 것은 중요한 경영전략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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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가치가 있는 CEO가 된다는 것, 우리가 꿈꾸어봐야할 CEO의 모습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