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연구] 핵심역량 잃지 않기
기업이 1등의 위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핵심 역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얼핏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핵심 역량을 유지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1등 기업에는 1등이 된 이유가 있다. 바로 핵심 역량이다.
동시에 1등이 2~3등으로부터 추월 당하는 가장 큰 이유도 역시 핵심 역량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영국의 국영 가스회사인 센트리카의 사례를 보자.
센트리카는 원래 브리티시가스의 계열사로서 가스 계량기를 관리하고 수납 업무를 담당해 왔다.
그러다가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브리티시가스로부터 분리되었다.
영국의 경우 가스산업을 오랫동안 공공부문에서 맡았기 때문에 센트리카는 줄곧 업계 선두를 질주할 수 있었다.
그런데 환경이 바뀌면서 센트리카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영국 가스시장이 경쟁 체제로 전환되면서 BP나 셸(Shell)과 같은 초대형 석유화학업체들과 경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후발 경쟁사들은 공격적인 저가(低價) 정책으로 센트리카를 압박했다.
이때 센트리카의 수성 전략은 바로 핵심 역량의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린 것이었다.
핵심 역량은 다름이 아니라 그동안 별로 중요하지 않은 업무로 취급해 왔던 수납 업무였다.
가스산업에서 수납업무는 다른 업무에 비해 수익성이 적어서 소홀히 여기기 쉬운 부분이다.
또 이제 막 시장에 뛰어든 경쟁업체들은 아무래도 소매업무 경험이 부족했고 특히 수납 처리에 미숙했다.
고객에게 청구서를 잘못 발행하는 등 아주 기초적인 실수를 자주 저질렀다.
당연히 고객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센트리카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오랜 세월 수납 업무를 하면서 쌓아온 자신들의 노하우로 승부를 보는 것이다.
결국 센트리카는 완벽한 수납 업무를 핵심 역량으로 삼아 고객들에게 어필하면서 업계 1위를 당당히 지켜냈다.
핵심 역량이 선두 자리를 지켜내는 열쇠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기업이 P&G다.
보통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사이에는 거래 가격을 둘러싼 치열한 교섭으로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P&G 역시 1980년대만 하더라도 거대 유통업체 월마트와 상품 납품가격 문제로 적대적인 관계가 될 정도로
유통업체와의 관계가 주요 현안이었다.
하지만 2000년 들어 P&G는 유통 네트워크야말로 자사의 최대 핵심 역량이라 여겨 이를 더욱 강화시키는 전략을 짜냈다.
그래서 가격 체계의 일원화와 가격 이외 판매 지원을 제안했다.
월마트처럼 거래량이 많고 관계가 돈독한 도소매점에 대해서 전속 커스터머팀(Customer team·고객팀)을 조직해
매장 인테리어부터 물류까지 지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P&G는 거래처인 일본의 대형 할인점 조이플 혼다의 즐거운 매장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
100만 엔을 들여 코너 진열뿐 아니라 팸퍼스 인형, 포스터 등 인테리어를 지원, P&G 전문점처럼 꾸미기도 했다.
P&G는 고객사의 물류 효율화를 위해서도 적극적이다.
월마트 본사 바로 옆에 커스터머팀의 거점을 만들어 매장 실정에 맞는 상품 배송시스템을 도입했고,
그 결과 재고가 줄어 매장 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
P&G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유통 업체들의 지지를 이끌어 냄으로써 가격 이외의 경쟁 축을 만들어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