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연구] 노키아의 색다른선택
현존하는 최고의 CEO 중 한 명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 P&G의 A.G. 래플리(Lafley) 회장이 그가 취임 직후 신시내티 본사의 최고층에 있던 임원실을 폐쇄하고 대신 만든 것은?
정답은 리더십 개발 센터이다. 원래 본사 최고층인 11층은 고위 임원들의 사무실로 쓰고 있었는데, 래플리 회장은 전면 리모델링해 임원들을 각자가 맡은 부서의 직원들이 일하는 층으로 내려 보냈다. 그리고 리더십 개발센터를 만들었다. 벽은 모두 허물고 공간을 탁 트이게 만들었는데, 남은 임원이 딱 두 명, 바로 인사 관리 담당 임원과 이사회 부의장이었다.
래플리 회장의 성공비결이 무엇일까? 바로 그의 사람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투자이다. 몇 년 전 비즈니스위크 표지에 래플리 회장이 한 임원과 마주앉아 서류를 보고 있는 사진이 실린 적이 있다. 그 임원은 회사의 자금을 책임지는 CFO(최고재무담당임원)도 아니고 혁신을 책임지는 CTO(최고기술담당임원)도 아닌 HR(인재개발)을 총괄하는 임원이었다.
성공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 인재 개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해야 된다는 것이 아니다. 요즘같이 리더들의 지적 역량이 높아진 시대에 사람의 중요성을 모르는 리더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는 사람의 중요성을 이야기는 하지만 이를 위해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리더나 조직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다. CEO 의 언행(言行) 불일치는 종업원들이 조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신뢰를 무너뜨리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따라서 적게 약속하고 많이 실천하라라는 말은 리더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할 리더십 철칙 중의 하나이다.
래플리 회장은 사람의 중요성을 리더십 개발은 P&G의 중요한 우선순위를 넘어서 조직의 가장 중요한 핵심역량의 하나라는 말로 강조한다. 인사 조직 분야의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미국의 헤이그룹은 매년 직원들의 리더십 역량 개발에 가장 앞서는 회사들(Best Companies for Leaders)을 선정한다. P&G가 2005년에 이 랭킹에서 만년 1위였던 GE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선 것이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휴대폰 시장에 늦게 진출한 노키아(Nokia)의 CEO였던 요르마 올릴라가 모토로라나 에릭슨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 또한 자신의 비전을 실행해 나갈 수 있는 핵심역량을 갖춘 인재를 조직 내에서 선발하고 교육하는 일이었다. 후발 업체로서 이들을 따라 잡을 수 있는 전략과 혁신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천할 직원들의 역량과 리더십 개발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리더십 개발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하다 보면 어떤 CEO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 회사는 리더십 개발 전담부서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제가 굳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CEO들에게 말하고 싶다. 인재와 리더십 개발이야말로 CEO로서 권한 이양을 절대 하면 안 되는 일 중의 하나라는 것을. 직원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잘 갖추어진 리더십 센터에서 좋은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최고경영자로부터의 진정한 관심과 시간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