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 째 운동
처음 양복을 입고 사회생활이란 걸 시작했을 때가 8년 전이었다. 원
체 타고난 체격이 가냘픈지라 바지를 입으면 벨트를 구멍 끝까지 채워도
바지가 허리에서 빙글빙글 돌았고, 저고리는 어깨가 남아 어깨선 중간부터
슬픈 눈초리처럼 축 처지곤 했었다.
몸에 옷을 맞추는 게 아니라 몸을 옷에 맞춰야겠다고 생각했다.
헬스클럽에 등록하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트레이너의 권유로 고가의 단백질 보충제까지 먹어 가면서.
매일매일 거르지 않고 하루 한 시간씩 운동을 하는데도 이상하게도
가슴이 나오거나 팔다리가 굵어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보충제 때문에 영양 과다가 됐는지 ET처럼 배만 뽈록 나왔다.
운동 방법이 잘못됐나? 아니다. 수첩까지 들고 다니면서 정해진 무게를
열 번씩 들었다 놓았다 하기를 거르지 않았는데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이러다 보면 몸이 만들어지는 거겠지.’하는 마음으로 계속 운동하기를 두 달여.
그런데도 깡마른 몸은 여전했다. 그렇다고 전혀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운동을 하다 보니 헬스클럽의 아저씨나 형님들과
꽤 친해진 것이다.
“너 그렇게 운동하면 안돼. 그러니 몸이 안 불지.”
여느 때처럼 운동을 하고 있는데, 보디빌더처럼 몸을 가꾼 형님이 다가와 충고했다.
“
조금 고통스럽더라도 열 번을 넘겨서 역기를 들어 봐.
지금 근육 상태로는 도저히 들 수 없을 것 같은 열한 번째를 드는 순간,
네 몸은 드디어 고집을 꺾고 새 근육을 만들어 내는 거야.
역기를 열 번 드는 건, 열한 번째를 들기 위해서야.
열 번까지만 들고 마지막 한 번을 하지 않으면 그 열 번이 아무 의미가 없는 거지.
나에게 근육을 만들어 주는 건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열 번’이 아니라,
한계를 극복하고 들어 올린 ‘열한 번’째였다는 것!
너무 힘이 들어서 무언가를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되새겨 보는 교훈이다.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내 한계 안에서 하는 게 아니라 한계를 넘어 아주 조그마한 노력이라도 더 보태는 것,
그게 바로 최선이다.
- 『행복한 동행』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