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이야기(CEO연구)

[CEO사례 연구] 삼우기초기술 김정렬 사장

허심만통 2009. 6. 22. 13:49

 

40명이 200억 매출 올리는 제조업체  [2009-06-22]  전략

 


중소기업인 삼우기초기술(삼우)을 이끄는 김정열(46) 사장은 ‘앵커(anchor)’ 제조 기술에

있어서는 국내 1인자로 꼽힌다. ‘앵커’는 건물을 세우기 위해 수십미터씩 땅을 파내는

지반 공사를 할 때, 움푹 파인 공간의 사방 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흙벽을 고정하는데 쓰이는

보조 장치다.

삼우는 직원 40여명에 연매출 200억원 안팎인 전형적인 중소기업. 불황 여파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빚더미에 앉고 줄도산 대열에 서고 있는 현실이지만 삼우엔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작지만 강하다. 이른바 ‘강소 기업’이다.

1993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건설현장에서 쓰이는 앵커는 한 종류였다.

흙벽에 앵커를 설치한 뒤 새 건물이 완공되더라도 제거할 수 없다는 게 최대 단점이었다.

옆 건물에서 나중에 다른 공사를 위해 땅을 파기라도 하면 파묻힌 앵커들이 수십개씩 걸려

들어 용접공을 불러 일일이 해체해야 했다. 환경오염과 공사비용 손실 등을 고려할 때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할 제품이었다.

‘설치한 다음에 제거가 가능한 앵커를 만들 수는 없을까.’ 당시 철강회사 직원이었던 김 사장이

늘 달고 다녔던 생각이었다. 93년 어느 날 그는 일본 출장을 갔다가 ‘제거용 앵커’를 사용하는

것을 목격하고 눈이 번쩍 뜨였다. 그리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1년만에 신제품인 ‘제거용 앵커

(SW-RCD)’를 만들었다. 손쉽게 제거할 수 있어 친환경적인데다 공사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하지만 판로는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그는 땅을 파는 공사현장은 어디든지 쫓아다녔다.

2m짜리 샘플앵커를 들고 다닐 때마다 공사현장에서 제지를 당하는 일은 다반사였다.

신제품에 대한 이해가 안 먹혀들던 시절이었다. 3년 동안 종횡무진 공사현장을 누빈 보람은

기대 이상이었다. 제품 개발에 성공한지 6년 쯤 지난 2000년에는 국내 건설시장의 60%가

‘제거용 앵커’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기술 하나에 목숨 걸고 쟁취한 쾌거였다. 이후 삼우의

제품을 본딴 모방 제품도 다섯 종류나 나왔다. 삼우는 현재 네덜란드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고,

베트남 법인도 연내 오픈할 예정이다. 미국의 대형건설업체와도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삼우가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한데는 김 사장의 경영 철학에서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아무리 작은 기업이라도 이 것 만큼은 ‘내가 최고다’라는 자부심을 가지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우리 제품이 100% 완벽하다고 마음을 놓아서도 안되요. 살아남는 길은 

신기술 개발 밖에 없습니다.” 업계 1위를 달리며 30여건의 특허를 보유한 김 사장이 자사 부설

연구소와 공장 시험실을 보물처럼 여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