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사례 연구] 심팩 최진식 회장
심팩(SIMPACㆍ유가증권)과 심팩ANC(코스닥)의 대표를 맡고 있는 최진식 회장(51)은
`될성부른` 부실 기업을 찾아내 튼튼한 회사로 키워내는 데 남다른 재주가 있다.
10년 연속 적자가 이어지면서 부채비율이 1000%를 넘고 자본잠식이 턱밑까지 차오른
기업을 85억원에 사들인 그는 인수한 다음해에 흑자전환을 이뤄낸 이후 6년 연속 흑자
경영을 해오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1318억원, 당기순이익 255억원을
기록해 시가총액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 2001년 쌍용정공을 인수해 탈바꿈한 프레스
기계 제조업체 심팩 얘기다.
2006년에는 10년간 법정관리를 받고 있던 한국합금철산업을 인수해 심팩ANC로
코스닥에 상장시켜 매출액 2342억원, 영업이익 590억원짜리 회사로 키워냈다.
국내 중소형 프레스기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심팩은 최근 5년간 외형이 43% 성장
했고, 6%대 영업이익률도 10%까지 높아졌다. 해외 비중이 5%에 불과하던 매출 규모를
최근 절반까지 끌어올리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게 주요 요인이었다.
모든 철 생산에 1% 이상 들어가야 하는 망간을 합금철 형태로 생산하는 심팩ANC도
지난해 제철 수요가 급증하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세계망간협회 이사직을 맡고 있는 최 회장이 외환과 재고자산을 적절하게 관리해
환율과 원자재 가격 급등의 수혜를 오롯이 누린 점도 큰 힘을 보탰다.
최 회장 집무실 벽면에는 회사를 먹여 살릴 네 가지 항목이 나란히 적혀 있다.
기존 사업, 원재료, 농업, 재생에너지.
최 회장은 잘나가던 IB 증권맨 출신이다. 한누리투자증권에서 IB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외환위기 당시 2년간 50억원을 벌어들였는데 그 돈을 밑천 삼아 쌍용정공을 인수했다.
최 회장은 "쌍용그룹을 쪼개 파는 IB 업무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쌍용중공업이 STX로
커가는 과정을 함께했다"며 "1999년 이미 야커사를 인수할 밑그림을 그렸던 강덕수
STX 회장을 보면서 오래 살아남을 제조업을 키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올해 국내외 경기 악화로 심팩과 심팩ANC 매출이 각각 1150억원, 1000억원
수준으로 낮아지겠지만 영업이익은 각각 130억원, 80억원을 기록해 수익성이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 회장은 "2011년까지 심팩, 심팩ANC, 심팩ENG, M&A 기업 한두 개를 합친 그룹
실적이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당당한 포부를 밝혔다.
국민일보 [전범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