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게 돈 아끼는 ‘SW 협상의 기술’
당당하게 돈 아끼는 ‘SW 협상의 기술’ |
거대 SW 벤더 앞에서 작아지는 기업들을 위한 협상 팁 |
경기 위축으로 IT 예산도 긴축 상태인 만큼 소프트웨어 계약 갱신을 앞둔 기업들은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만만치 않은 기업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구매 비용 때문이다. 최근 미국 서치CIO닷컴(SearchCIO.com)이 예산이 넉넉지 못한 중소기업들을 위해 ‘벤더와의 협상의 기술’을 소개했다. 서치CIO닷컴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소프트웨어 벤더들과의 협상은 중요하다며, 소프트웨어 업체와의 협상 결과가 곧 기업의 비용 절감과 직결됨을 지적했다. 하지만 대기업보다 구매 물량이 작은 중견·중소기업들은 거대 소프트웨어 업체 앞에 위축되고, 스스로 구매 파워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목소리가 작다고 해서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서치CIO닷컴은 포레스터리서치의 벤더 관리 및 IT소싱 전문 수석 분석가인 던칸 존스의 조언을 소개했다. 던칸 존스는 CIO들과 IT 구매 책임자들은 자신의 협상 대상이 MS니 SAP니 하는 거대 소프트웨어 업체가 아닌, 그 업체의 개별적인 영업대표라는 점을 기억하라고 지적한다. 이 영업대표들에게 해당 기업의 CIO는 매우 중요한 사람이다. “당신은 영업대표들의 연간 매출 할당량을 채울 수 있느냐 없느냐를 좌우하는 키맨(Key Man)이라는 사실을 주지하라”는 조언이다. 거대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영업대표들은 중소기업의 IT 구매자 이야기에 기꺼이 귀를 기울이겠지만 기업 고객들도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계약 내용을 잘 이해해야 한다. 기업 비즈니스 환경과 요구 사항의 변경, 소프트웨어 업체와의 관계, 계약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유리한 계약 협상은 물론, 미래에 일어날 문제도 장래의 문제에도 대처할 수 있다. ◇오라클 : 인수 가능성에 대비한 계약서를 만들어라=던칸 존슨 포레스터리서치 수석 분석가에 따르면 오라클은 기업 고객들과 가장 많은 라이선스 이슈를 일으키는 회사다.
던칸 존스 분석가는 오라클과 협상할 때 기억해야 할 것은 세 가지라고 전한다. △오라클 영업대표들이 엄청난 매출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 △오라클이 소프트웨어 업체를 많이 인수했으며 앞으로도 인수할 것이라는 점 △오라클은 일개 벤더가 아닌, 기업 고객의 기술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우선 엄청난 매출 압력을 받고 있는 오라클 영업대표들은 그 덕분에 보다 ‘창조적’으로 오라클 라이선스 정책을 해석한다. 한 마디로 융통성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따라서 기업은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끈질기게 영업대표들을 물고 늘어질 필요가 있다. 또한 계약서의 허점을 파악해야 한다. 오라클은 많은 업체를 인수했으며, 새로 인수한 제품이 기존 제품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계약서에 일일이 기록해둬야 한다. 기업 고객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오라클 제품이 오라클에 의해 인수된 다른 회사의 제품으로 대체될 경우 절대 추가 비용 없이 최근 인수된 제품, 즉 비교적 신제품으로 변경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계약서에 집어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라클의 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이해 또한 필요하다. 오라클은 자신을 DBMS 업체가 아니라 미들웨어, 애플리케이션을 풍부히 제공하는 토털 기술 솔루션 제공업체로 강조하고 있다. 기업 고객들의 총체적 기술 파트너가 되길 원하는 오라클에게, 기업 고객은 자사의 비즈니스와 IT 전략이 오라클과 얼마나 관련이 깊은가 귀띔해줄 필요가 있다. 영업대표에게 개별적인 구매 주문만 하지 말고 회사의 장기적인 사업 계획을 슬쩍 보여준다면, 현재 구매 주문의 규모보다 더 유리한 조건에 놓일 수 있다. 앞으로 비즈니스 성장과 함께 더 많은 구매를 할 가능성을 비춰주는 것이다. 영업대표들은 잠재적 대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는 조언이다. ◇SAP:다른 기업들과 사용자 그룹을 조직해 압박한다=지난해 가을 SAP가 유지보수 요율을 30%나 올리기로 했을 때 전세계 사용자 그룹은 한 목소리로 항의하고 SAP가 새 정책을 재고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이는 시장이 벤더를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가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됐다. 기업들이 SAP에 묶여 있지만 일부 기업들은 재량권을 있는 영역을 파악하고 SAP 관련 프로젝트를 유보할 수 있다. “중견중소기업일수록 단합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며 던칸 존스 분석가는 “소프트웨어 업체의 갑작스런 정책 변경에 불쾌하다면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단합해 대응하는 것은 예상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실제로 SAP가 단합된 사용자 목소리에 의해 정책을 바꿨다”고 설명한다.
◇MS : 다양한 라이선스 정책의 실체를 파악한다=MS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몇 가지 대량 라이선스 정책을 갖고 있는데, EA(Enterprise Agreement), SA(Software Assurance), ESA(Enterprise Subscription Agreement) 등 독특한 단어들로 이뤄진다. 던칸 존스는 MS만의 술어학(terminology)이라고 말한다. MS와의 협상에서 핵심은 바로 이 항목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MS 라이선스 정책이 주장하는 혜택을 실제로 기업이 얻게 되는지 확실히 하는 것이다. 현재 적용된 라이선스 정책의 비용 혜택을 분석해 실제로 기업에 적용되는 가치를 MS 영업대표에게 따질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분석해보니 실제 가치는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고 압력을 가한 후 해당 서비스에 지불할 수 있는 최종 가격을 제안하라는 조언이다. 서치CIO닷컴뿐 아니라 MS 전문 분석업체인 디렉션즈 온 MS(Directions on Microsoft)에서도 지난 4월 ‘MS 볼륨 라이선싱 프로그램’ 보고서를 발표해 MS 라이선스 정책 활용 가이드를 제시한 바 있다. 예를 들어 PC 1만대에 대해 EA를 적용했던 기업이 구조조정으로 30% 이상 규모를 축소했다면 현재 사용하고 있지 않은 3000대 PC의 윈도우와 오피스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계속 사용료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이 점을 영업대표에게 피력해야 한다. 또한 EA는 계약 갱신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업그레이드만 안 될 뿐 구버전 제품들을 계속 사용하는 데 법적 문제는 없다. 구버전 제품을 계속 사용해도 업무에는 실질적인 지장을 주지 않는다. 대량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데 수백만달러를 쓰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재계약을 놓고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계약을 갱신하지 않으면 영업대표들 입장에선 속이 탈 것이다. ◇IBM : 가상화 환경에선 돈이 더 든다=IBM의 PVU(Processor Value Units) 라이선스 정책은 가상화 환경을 염두에 둔 대형 벤더의 첫 라이선스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복잡함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가상화 환경이 확산일로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IBM 소프트웨어 사용 기업들은 이 PVU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데이터 워크로드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기업들은 PVU 라이선스 계약으로 미래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할 수도 있다.
IBM PVU 라이선스 정책은 소켓 당 가격을 100으로 나눠 PVU 가격을 책정한 것이다. 표준 듀얼코어 옵테론이나 제온은 1%에 해당된다. x86 서버 고객들은 별로 다른 게 없다고 느끼겠지만 처음에만 그렇다. 듀얼코어에서 쿼드코어 칩으로 업그레이드하면 프로세서 당 소프트웨어 과금은 2배 높아진다. 듀얼코어에서 쿼드코어로 바꾸거나 서버 대수를 늘리거나 소프트웨어 비용이 증가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의 비즈니스가 성장하는 것에 따라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비용도 자동으로 증가하도록 만들어진 라이선스 정책이다. 이 경우 비용 상승이 기업의 통제를 벗어나게 되므로, 계약서에 비용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던칸 존스 분석가는 PVU 외 다른 대안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예를 들면 사용자 당 계약(PUA. Per User Agreement)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PVU가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PVU 기반 소프트웨어 비용은 비즈니스 성장에 따라 가속화되며, 사용자 당 접근이 상대적으로 저렴할 수 있다. 던칸 존스 분석가의 마무리 조언은 “어떤 소프트웨어 업체와 협상하더라도 그들과 관련 있는 중장기 기업 전략을 보여주라”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좋은 조건을 끌어낼 수 있음은 물론, 벤더들이 해당 기업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고객으로 인식하고 계속 호의적으로 접근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