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닭?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라는 속담이 있죠.
지난 설날 새벽 다섯 시쯤 되었을까? 갑자기 암탉이 ‘꼬끼오~’ 하며 울었습니다.
할머니께서 깜짝 놀라 “아니, 정월 초하루에 암탉이 울면 어쩐다냐.” 하며
닭장으로 달려가셨죠.
하지만 닭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제집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어요.
그 모습에 더 화가 난 할머니가 막대기로 매질을 하셨습니다.
그러고는 들어오셔서 잠을 청하려는데 또 ‘꼬끼오~’ 하는 소리가 들렸지요.
화가 머리끝까지 난 할머니는 다시 닭장으로 쫓아가셨어요.
이번에도 닭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꾸벅꾸벅 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좀 전에 할머니한테 맞아서인지 할머니가 닭장 문을 열자 깜짝 놀란 닭이
할머니에게로 달려들었어요.
“이노무 닭이 인자 미쳤구만!” 하며 할머니는 더 큰 막대기로 닭을 때리셨고,
그 순간 갑자기 닭이 픽 쓰러졌어요. 당황한 할머니가
“에이 잘돼 부렀다. 안 그려도 닭 잡아서 막내딸 줄려 했는디.” 하며 막내이모에게
전화를 걸어 “닭 잡아 놨응께 와서 가져가라잉.” 하셨어요.
잠시 뒤에 식구들이 모두 일어났고, 할머니는 새벽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 주셨죠.
그런데 명절 지내러 오신 외숙모가 갑자기 배를 잡고 깔깔거리시는 거예요.
“어머니, 그거 애기아빠 휴대전화 알람소리예요.”
그러니까 곤히 자던 암탉은 할머니에게 졸지에 봉변을 당한 것이죠.
얼마나 후회하셨겠어요. 멀쩡한 닭을 죽였으니.
하루에 두 개씩 달걀을 꼭꼭 낳아 주었고, 그 무섭다는 조류독감도 이겨 낸 기특한 놈인데….
그런데 잠시 뒤, “엄마 닭 안 죽었어.” 하는 막내이모의 외침이 들렸죠.
다 같이 뒷마당으로 갔더니 새벽녘에 죽었던 닭이 살아서 모이를 먹고 있지 않겠어요.
닭이 잠시 기절했었나 봅니다.
마당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할머니는 그 닭을 더 예뻐하기로 하셨답니다.
- 『좋은생각』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