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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것과 오는 것은 하나인데
허심만통
2009. 9. 22. 22:55
나는 바닷가에 서 있다.
내 옆에 놓인 배는 아침의 산들 바람에 하얀 돛을 펼치고
푸른 바다를 향해 출발한다.
그 배는 아름다움과 힘 그 자체였으며
나는 선 채로 그 배가 하늘과 바다가 서로 만나는 곳까지 이르러
하얀 점처럼 보이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말했다.
"저기 좀 봐, 배가 사라졌어."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내 시야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게 전부다.
내 옆에서 출발할 때 커다란 돛대며 몸체를 자랑하던 그 배는
자기 행선지까지 살아있는 중요한 짐들을 데려다 줄 것이다.
배가 작아진 것은 내게만 그렇게 보인 것이지
배 자체가 작아진 것은 아니다.
그리고 “배가 사라졌어!” 라고 말하는 그 순간
바다 저편에 있는 다른 누군가는
배가 오는 것을 보면서 기뻐 외치고 있다.
“저기 배가 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