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연구] 선도자가 되는 방법, 룰을 파괴하라!
소니는 1979년 6월 대형 카세트 플레이어를 축소해 워크맨을 탄생시켰다. ‘소형화, 경량화 = 새 음악 플레이어’란 화두를 던져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낸 것이다. 워크맨은 젊은이들의 필수품이 됐고 소니는 대박을 터트렸다. 소니가 찾아낸 창조적 지식은 고정식 음악도구가 아닌 ‘이동식 음악도구’였다. 많은 회사들이 카세트 플레이어나 오디오 제작에 치중할 때 소니는 소형 워크맨이라는 전혀 다른 지식제품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시장의 게임은 카세트 플레이어시장에서 소형 워크맨시장으로 급속히 바뀌었다. 소니의 이 같은 전략은 기존의 경쟁 법칙들을 따라가는 ‘룰 추종(Rule Following)’ 전략을 버리고 룰을 파괴해 새로운 경쟁법칙을 만들어내는 ‘룰 파괴(Rule Breaking)’ 전략을 따랐기 때문에 가능했다.
워크맨에 이어 시장의 룰을 파괴하는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파나소닉 등이 콤팩트디스크(CD) 플레이어와 미니디스크(MD) 플레이어로 새로운 게임을 시작했던 것이다. 경쟁은 치열해졌다. 이 틈새를 파고 새로운 창조적 지식을 찾아낸 주인공은 미국의 애플이었다.
애플은 디지털 시대 도래에 맞춰 ‘골라 듣는 음악 시대’를 열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디지털 플레이어 = MP3’라는 창조적 지식을 바탕으로 아이팟(iPod)을 개발, 개인 미디어시장을 석권한 것이다. 그가 찾아낸 지식은 CD나 MD, 카세트 같은 물리적 미디어가 아니라 디지털로 저장되고 재생되는 신개념의 지식미디어였다.
아이튠이라는 음악 사이트에 접속해 원하는 음악을 내려받아 들을 수 있도록 새로운 게임 룰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이는 고객에 대한 통찰력이 가져다준 결과였다. 새로운 방식의 음악 청취를 추구하는 고객의 니즈, 웹2.0 시대의 도래에 따른 음악파일의 공유, 활동성이 풍부한 젊은 소비층의 대두, 음악인구 급증 등에 따른 트렌드 변화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창조형 지식’이 탄생했고 이 지식은 아이팟이란 혁신으로 이어졌다.
창조적 지식으로 만들어낸 이 제품은 음악도구시장에서 게임의 룰을 바꿔 놓았다.
P&G는 2004년 감자칩 위에 글자가 적힌 신상품 ‘프링글스 프린트’를 선보여 북미 시장에서 대박을 터트렸다. 하지만 이 상품을 출시하는 데 커다란 난관이 있었다. 관건은 감자칩 위에 글을 적는 일이었다. 습기 많은 고온의 감자칩 반죽이라 글자를 넣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P&G는 해법을 찾기 위해 외부 글로벌 지식네트워크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P&G가 문제점을 요약해 인터넷에 올리자, 수년 전부터 식용 잉크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던 이탈리아 볼로냐의 한 대학 교수와 연결됐다. P&G는 이 교수가 제공해준 핵심지식으로 ‘글자가 적힌 감자칩’을 상용화할 수 있었고 개발된 제품은 황금알을 낳아줬다. 회사는 외부 지식네트워크의 도움으로 2년 넘게 걸리던 제품 개발 기간을 1년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바로 외부에서 지식을 찾아내 창조적인 감자칩을 탄생시킨 것이다. 현대는 외부의 기술과 아이디어, 지식을 활용해 혁신을 이끌어내는 ‘열린 혁신’의 주역이 돼야 한다. 사내 지식과 외부 지식을 연결해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내는 연결&개발(C&D·Connection & Development)의 주역이 돼야 한다.
현대자동차의 제품과 렉서스 제품의 가격 차는 어디에서 발생하는 걸까. 뛰어난 디자인과 마케팅 능력, 브랜드 파워, 제품의 생산기술, 차량의 설계 능력, 애프터서비스, 제품 성능, 견고함, 안전성 등 제품이 갖고 있는 ‘본질적 수준 차이’에서 비롯된다.
본질적 수준 차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바로 지식 격차다. 제품을 생산해내는 직원과 조직이 갖고 있는 ‘지식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생산성에 차이가 생기고 제값을 받지 못하게 된다.
최은수 매일경제 증권부 차장 eunsoo@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