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vs 장사君
상인(商人)은 상나라 사람이라는 뜻이다. 상나라는 고대 중국 은나라의 별칭인데, 주 무왕에 의해 은이 망하게 되자 거주지를 빼앗긴 은나라 사람들은 정처없이 떠도는 신세가 되어 버린다. 농사지을 땅이 없어진 이들은 물건을 사고파는 일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장사 수완이 뛰어난 상인들은 큰돈을 벌게 되었다고 한다. 상인, 상업, 상품, 상점이라는 용어가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상점과 동의어로 ‘가게’라는 용어를 쓰는데, 가게의 어원은 ‘가가(假家)’ 즉 임시로 가설해놓은 집이라고 한다. 200년 전 쯤만 하더라도 시장에서 천막치고 돗자리 정도 깔아놓고 상품을 팔았던 것에서 지금의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으로 변천해 온 것이다.
농경이 위주였던 사회에서 상인들은 정착하지 못하는 떠돌이였고, 마이너리티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여러 곳을 다니면서 남들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고, 세상의 변화와 트렌드를 더 빨리 체험할 수 있었다.
상인은 고정되어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생각과 행동이 유연하고 늘 움직이는 노마드다. 길이 없으면 만들고, 새로운 세상에 도전하고 개척하는 파이오니어가 되어야 한다. 또 변화를 깨닫고 치열하게 삶을 누리는 선구자의 정신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 김용태의 변화편지 중에서 발췌-
우리는 사업하는 사람 중에 그 인품의 격이 좀 있으면 '사업가'라고 표현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삿되게 표현하여 '장삿꾼'이라 칭한다. '장삿꾼'은 장사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한자로 풀면 바로 상인이다. 장사하는 사람을 '장수'라고 표현하는데 왜 굳이 장삿꾼이란 말이 만들어졌을까?
말의 변천이란 것이 어느 특정 시대의 상황이나 계기 혹은 인구의 유행에 따르는 것이겠지만 대체로 '~꾼'은 사람을 상대로 하는 기술이나 수단을 다스리는 사람에게 '~쟁이'는 사물이나 특정 행위 자체에 국한 되는 것에 붙는다. 춤꾼, 소리꾼, 사기꾼 등은 대게 사람을 상대로 한다. 환쟁이,옹기쟁이, 욕쟁이, 방구쟁이등은 사물이나 행위 자체에 대한 것이다. 물론 나무꾼처럼 사물을 대상으로 함에도 꾼이 붙는 경우가 있으며 난쟁이처럼 사람을 나타냄에도 쟁이가 붙는 경우가 있어 특정 어법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장사하는 사람에게 '장사꾼'은 무슨 무슨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는 뜻의"~장수'를 통칭할 때 쓰인다. '갓받치'처럼 천한 직업으로 부를 때는 '장사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하튼 장삿꾼이라 말은 '이문을 남기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파는 사람'이란 의미가 담겨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장사를 하나의 論으로 끌어 올려서 이야기 할 때 이렇게 정의한다. "물건을 매개로 사람의 마음을 사는 행위"라고 마음을 충분히 사면 물건의 가치에 비해 더 많은 이문을 남길 수 있지만 마음을 사지 못하면 이문을 남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같은 물건을 파는 장수가 여럿이 있다해도 " Why buy from me?"의 문제는 상인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는 질문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왜 지금에 와서 한국에서는 장삿꾼이 사업가에 비해 삿된 표현이 되었을까?'이다.
거기에는 우선 자본주의 사회로서의 한국에서 소위 사업가라 칭하는 사람들이 이루어낸 업적이 한 몫을 할 것이다. 물론 성공하면 사업가요 망하면 사기꾼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 나라의 사업가들은 우리나라의 산업을 일군 업적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사업가' 하면 큰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쯤으로 여기는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 이다. 두 번째이유라면 아마도 영어의 비지니스맨을 번역하는 말이 사업가가 된 탓일 것이다. 영어의 비지니스맨은 비지니스를 하는 사람인데 비지니스라는 것이 비지(바쁜)의 명사형이다. 즉 바쁜것하는 사람이 비지니스맨이고 사람이 바쁜 이유가 어떤일에 몰두하는 것이다 보니 바쁜 것이 일이고 그것에 몰두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비지니스맨이 붙었을 법한데 '일'이란 '장사'외에도 많으므로 사업이라고 번역하지 않았나 싶고 비니지스맨이라 자신을 소개하는 영어를 쓰는 나라 사람이 그 스스로는 일을 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자신을 소개했지만 그 일이란 것을 보니 뭔가 큰 業을 하는 사람들이 라서 사업가라 번역하지 않았을까? 세 번째는 장사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잘아진 탓이다. 사람의 마음을 사는데 힘을 쓰지 않고 이익을 놓치지 않는데 집중하다보니, 사업가들이 큰 욕심 챙기기 위해 작은 욕심을 버리는 것 처럼 보이는 것이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더 사게 되었다. 결국 사업가는 사람의 마음을 사는 사람으로 승진한 셈이고 장사하는 사람은 이문을 남기는 쫌생이 정도로 전락한 것이다.
김용태님의 칼럼에서 처럼 상인이 왜 경쟁력이 있는 사람으로 지칭되게 되었는지 그연고를 다시 한 번 상고해 본다면 부끄럽지 않은 상인 '장사君'이 사업가 위에 있는 사람으로 치부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 생각과 행동이 유연하고 늘 움직이는 노마드" 로서의 상인, 남들보다 많은 정보를 얻고, 세상의 변화와 트렌드를 더 빨리 체험하여 사람을 통해 세상과 호흡하는 상인으로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