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요즘 남녀의 결혼에 대한 온도차이

허심만통 2010. 6. 17. 15:22

 

[결혼 '안하는' 여자 vs 결혼 '못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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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꼭 해야 하나요? 평생 일하면서 살 거고, 아이를 낳을 생각도 없는데 남들이 다 한다고 해서 굳이 따라하고 싶지는 않아요. 솔직히 한국 사회에서 결혼은 여자에게 손해잖아요"(직장인 이△△씨, 35세, 여)

"처음에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했다가 거절당했을 땐 그냥 튕기는 건줄 알았어요. 그런데 내년에 유학을 가겠다면서 기다릴 거면 기다리고 못 기다려도 저를 원망하지 않겠다고 하네요. 5년이나 사귀었는데 이 나이에 이런 소리를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회계사 서OO씨, 36세, 남)

결혼에 대한 남녀의 시선이 달라지면서 새로운 '결혼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오매불망 남자친구의 청혼만을 기다리던 여자들이 결혼을 '안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졸지에 결혼을 '못 하게 된' 남성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연인 사이의 문제만이 아니다. 지금 당장 애인이 없는 여성들도 결혼을 위해 대충 조건을 맞춰 만나는 것은 '사절'이라고 외치고 있다. 결혼을 인생의 '필수'가 아닌 '옵션(조건)'으로 받아들이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결혼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독신주의자들과는 다르다. 언젠가 할 수는 있지만 나이를 의식해 시기를 구애받지는 않을 것이고, 설령 안하더라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녀들은 때가 되면 학교에 가고, 취직을 하듯 통과의례로 여겨지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왜'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결혼보다는 자기 자신의 삶을 중요한 것으로 여기고, 결혼을 하더라도 남편에게 의지하는 대신 스스로 삶을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 같은 변화는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유례가 없던 현상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여자는 남자보다 결혼에 있어 '약한 존재'였다. 총각보다는 처녀가 늘 결혼을 더 서둘렀고, 같이 '급한 처지'더라도 소위 노처녀의 부담감은 노총각의 그것과는 달랐다.

하지만 결혼을 바라보는 여성들의 시선에 변화가 생기면서 결혼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결혼자금이 넉넉하지 않다는 이유로 결혼을 미루는 경우는 그나마 남성들 입장에서 합리적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유학을 가겠다거나 일에 집중하고 싶다며 결혼을 거부하는 여성들을 보면 "내가 사는 이곳이 대한민국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는 것이 남성들의 푸념이다.

남녀의 성비 불균형이 빠른 속도로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결혼 못하는 남성들의 하소연은 커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 적령기(남성 28~32세, 여성 26~30세) 남성 100명당 여성 수는 지난해 95명에서 내년엔 88명, 2014년엔 84명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남성 10명 중에 2명은 결혼상대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만하면 결혼 못하는 남성들의 고충이 더 이상 농촌 총각들만의 사연은 아닌 셈이다.

뿐만 아니다. 안 그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이라는 출산율은 결혼 안하는 여자들이 늘어나면서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은 1.15명으로 OECD 국가 중 최저수준이다. 그것도 5년 연속 꼴찌다. 결혼을 둘러싼 미혼남녀들의 가치관 변화를 관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그녀들은 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일까.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고 말하는 그녀들의 솔직한 속내를 들어보고 점차 현실화되는 결혼전쟁에 더 늦기 전에 대비해야 할 시기다.

 

 
["결혼을 꼭 해야 하나요? 돈과 애인만 있으면 충분한데"]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 같은 영화 속의 도발적인 발언이 아니다. 나이도 찼고, 남자도 있고, 경제력도 갖췄지만 결혼은 '안'하겠다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물론 마음이 바뀌면 할 수도 있지만 결혼이 열일 제쳐두고 치러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만나는 남자가 없더라도 결혼만을 위한 만남 '따위는' 하지 않겠다는, 어찌 보면 '쿨'하기까지 한 그녀들의 결혼 '안'하는 속사정을 들어보자.

◇"돈과 애인은 필수, 결혼은 옵션"=금융권에서 일하다 최근 대학원에 입학한 강미희씨(가명, 33)는 5살 연하의 남자친구와 5년째 열애중이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미희씨는 현재 결혼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다. 그녀는 "결혼은 꼭 해야 하는 필수 요소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잘라 말한다. 누군가 곁에 있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결혼이라는 틀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희씨는 "지금은 꿈과 진로에 더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결혼으로 내 자신을 희생하거나 신경 쓸 일이 많아지는 것이 싫다"며 "남자친구가 원한다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쯤 생각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컨벤션 업체에서 근무하는 김혜은씨(가명, 31)도 비슷한 생각이다. 3살 연상의 남자친구와 3개월째 교제중인 그녀는 "나이 때문에 결혼을 서두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혜은씨는 "결혼은 서른 중반 이후에 하고 싶은데 혹시 그때 지금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다른 인연을 찾지 못하게 되더라도 (지금 결혼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자친구가 없는 솔로 여성들도 예전처럼 결혼 상대를 찾는 일에 목매지 않는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황지연씨(가명, 36)는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결혼을 고민해보겠지만 그런 사람이 없는데 결혼 자체를 위해 선을 보거나 결혼상대를 찾아다닐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방송계에 종사하는 한혜진씨(가명, 32) 역시 "서른을 넘기면서 결혼에 대한 주변의 압박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대충 조건 맞춰서 만나는 것은 영 내키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결혼을 위한 결혼은 'NO'= 결혼을 바라보는 여성들의 시선이 달라지면서 혼인율은 낮아지고, 초혼 연령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평균 초혼연령은 28.7세로 전년에 비해 0.4세 더 높아졌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여성 평균 초혼연령 '30세 시대'도 멀지 않았다.

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자들의 결혼도 덩달아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 남성 평균 초혼연령은 31.6세로 전년 보다 0.2세 많아졌다.

반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31만 건으로 32만8000건을 기록했던 전년보다 1만8000건(5.5%) 감소했다.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인 '조혼인율'도 6.2건으로 통계청이 관련통계를 작성한 197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출산율은 더 심각하다. 현재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5명으로 OECD 국가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금 같은 저출산 추세가 이어지면 2100년에는 한민족 수가 절반으로 줄고, 2500년에는 거의 사라질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발표했다.

결혼의 한 당사자이자, 임신과 출산의 '키'를 쥐고 있는 그녀들이 변했다. 무엇이 그녀들을 달라지게 한 것인지 알아야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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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는 '싱글족'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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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 남녀의 결혼이 늦어지면서 '싱글족'(혼자 사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핵가족이 또 한 번 '핵가족화' 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혼자서도 잘 살아요"=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는 2000년 226만 가구에서 지난해 347만 가구로 53.5% 증가했다. 10년 후인 2030년에는 471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 총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15.6%에서 2030년에는 23.7%로 늘어날 전망이다. 네 가구 중 한 곳은 싱글족 가구가 되는 셈이다.

싱글족을 성비로 보면 지난해 기준, 남자 34 대 여자 66으로 여자가 약 2배가량 많다. 특히 고소득자 가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월평균 7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 중 싱글족은 2006년 0.15%에서 2009년엔 0.63%로 4배 이상 늘었다.

이는 미혼 남녀의 결혼이 늦어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대기업 마케팅팀에 근무하는 김지명씨(가명, 38, 남)는 "최근 회사 근처에 작은 아파트를 얻어 독립했다"며 "결혼이 자꾸 늦어지다 보니 집안 눈치도 보이고, 그렇다고 조만간 해결을 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아서 분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출판업계에 종사하는 이미진씨(가명, 34, 여)는 싱글족 3년차다. 미진씨는 "결혼을 언제할지 모르는데 평생 부모님께 얹혀살 수 없어 일찌감치 독립했다"며 "아무래도 부모님과 같이 살 때 보다 여러모로 불편하지만 독립된 생활에 만족 한다"고 말했다.

◇씀씀이는 '큰손', 마음은 '외톨이'=싱글족의 증가는 경제·사회적으로 많은 변화를 야기한다. 특히 우리나라 싱글족들은 구매력 기준 순소득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 최고 수준이다.

OECD에 따르면 2007년 기준으로 세금을 제외한 1인가구의 구매력 기준 순소득은 한국이 3만7488달러로 30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았다. 이는 OECD 평균 2만4660만 달러보다 1만3000달러 이상 많은 것이다.

특히 한국은 싱글족과 4인가구의 순소득 차이가 1037달러에 불과했다. 그만큼 싱글족이 부양가족이 있는 4인가구보다 상대적으로 넉넉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핵가족이 다시 한 번 핵가족화 되면서 생기는 사회적인 문제도 외면하기 어렵다. 다양한 삶의 양식을 존중한다고 해도 가족 간 교류 등 정서적인 측면이 약화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윤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독신주의자가 아닌 싱글족의 경우, 자신이 원하는 상대가 나타나지 않으면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것 일뿐 근본적으로 인간적인 면을 느끼고 싶어 한다"며 "본인의 행복을 위해 혼자 사는 삶을 택한 사람일지라도 장시간 이 부분이 충족되지 않으면 정서적인 괴리로 인해 스스로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억지로 혹은 서둘러 결혼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싱글족들은 정서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인간적인 교류 측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생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혼남녀 640명 설문조사, 여성70% "결혼 꼭 안해도 된다"]

미혼 여성 10명 중 7명은 결혼을 꼭 하지 않다고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혼 남성들은 60% 이상이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해 결혼에 대한 남녀의 달라진 인식차를 보여줬다. 여성들은 점차 결혼을 선택으로 여기는 데 반해 남성들은 여전히 결혼을 필수사항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15일 시장조사기관 트루이스에 의뢰해 전국 20~39세 미혼 남녀 640명을 대상으로 결혼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응답자의 73.1%는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꼭 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26.9%에 그쳐 66.9%가 '그렇다'고 답한 남성들과 큰 대조를 보였다. 남성 응답자들은 33.1%만 '결혼을 꼭 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특히 30대 여성들은 79.4%가 '결혼을 꼭 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해 10명 중 8명가량이 결혼을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결혼 적령기를 묻는 질문에서도 남녀 공히 30대 초반을 꼽아 최근 몇 년 새 훌쩍 높아진 초혼 연령을 실감케 했다. 남성 응답자의 55.6%, 여성 응답자의 34.7%가 30대 후반을 결혼 적정 연령으로 꼽았고, 아예 '결혼 적령기라는 건 없다'는 응답도 남성 17.5%, 여성 35.6%를 차지했다.

결혼 후 자녀 계획에 있어서도 '한명도 낳지 않겠다'는 응답이 남성은 5.3%에 그쳤지만 여성은 13.4%에 달해 '딩크족'(아이를 낳지 않는 맞벌이 부부)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자녀를 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남자의 경우 '경제적인 이유'(47.1%)를 최우선으로 꼽았지만 여성은 육아부담(48.8%)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높아지는 출산 및 육아부담이 저출산의 실질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한편 배우자 선택시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부문은 남성의 경우 성격(69.4%), 여성은 경제력(45.6%)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은 성격 외에 경제력(16.6%), 외모(5.9%) 집안(4.1%), 순으로 나타났고, 여성들은 성격(40.9%), 집안(8.1%), 외모(0.6%) 등의 요소를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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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모두 성격을 가장 중요시 하는데, 정작 본인의 성격은 어떻게 평가할까?

일반적으로 좋은 성격이란 외향적이면서 이해심 많고 긍정적이고...라고 표현한다.그런데 내 또래 남자의 경우 <순종적>인 성격 혹은 남자 하는대로 다 내버려두고 이해해주는 것을 좋은 성격이라고 말하곤한다. 내 또래의 여자들은 여자 말 잘 들어주고 이해심 많은 남자를 좋은 성격이라고 한단다. 결국 자기 편에 서서 편한 상대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사랑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위해 나를 내 줄 수 있는 것이다"라는 정의에 공감한다면? 결혼에 가장 중요한 고려가 사랑이라야 함은 결혼 생활이 깊어지면 질수록 공감하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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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결혼하지 말래요" 혼기 꽉 찬 딸내미를 억지로 선 자리에 내보내 짝을 맞춰주던 시대는 지났다. 요즘 엄마들은 어설픈 남자를 만나 고생하고 사느니 시집가지 말고 '혼자 잘 먹고 잘 살라'고 말한다. 결혼 안하는 여자들 뒤에는 결혼 안 해도 좋다고 말하는 엄마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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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변했다=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은 '골드미스'들의 등장과 함께 시작됐다. 고학력·고소득 전문직 여성이 늘면서 자아실현을 결혼보다 우선시 하는 풍토가 자리 잡은 것이다.

공기업에 다니는 양은진씨(가명, 38)는 결혼의 필요성을 전혀 못 느낀다고 한다. 그녀는 매일 아침 고급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주중 2회는 바이올린 강습을 받는다. 퇴근 후에는 네일 케어를 받거나 백화점으로 쇼핑을 가고, 주말에는 가족이나 친구와 여행을 떠난다. 홍콩, 도쿄 등으로의 해외여행도 해마다 떠난다.

은진씨는 "운 좋게도 유복한 가정에서 평생 부족함 없이 살아왔다"며 "결혼해서 허리띠 조이고 살아갈 자신도 없고,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헌신할 자신도 없다"고 털어놨다.

높은 이혼율도 결혼에 대한 여성의 시각을 달라지게 했다. 지난해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부부의 이혼율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통계를 봐도 2008년 서울에서 이뤄진 면접 중 48.2%가 이혼과 관련된 것이었다.

직장인 유민정씨(가명, 33)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이혼을 했거나 준비 중인 친구들이 내 주변에만 벌써 여러 명 있다"며 "결혼을 해봐야 별게 없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져서 지금은 그냥 연애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도 변했다= 딸을 아들 못지않게 공부시키고, 뒷바라지해온 어머니들도 변했다. 현재 소위 '결혼 적령기'라고 하는 20~30대 자녀를 둔 어머니들은 주로 50~60대이다. 대체로 전업 주부로 살았고, 자식을 위해 자신의 삶을 헌신했다.

'잃어버린' 자신의 인생을 딸이 답습하지 않길 원하는 어머니가 늘어나면서 딸들의 가치관을 변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현재 기혼 남성의 79.7%는 '결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여성은 65.2%만이 동일한 응답을 했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대답도 남성은 1.7%에 그쳤지만 여성은 3.2%로 두 배 가량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혼에 대해서도 기혼남성은 71.7%가 '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지만 기혼여성은 58.6%만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김연지씨(가명, 35)는 "아버지는 볼 때마다 결혼하라고 성화시지만 어머니는 20대 때부터 결혼을 안 해도 된다고 말해왔다"며 "과년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대해 느긋할 수 있는 건 어머니 덕분"이라고 말했다.

연지씨는 "딸도 아들이랑 똑같이 돈 들여서 공부시켰고, 취직해서 일도 잘 하고 있기 때문에 결혼으로 이 모든 걸 잃게 될까봐 늘 걱정 하신다"며 "어머니는 결혼을 하더라도 일은 계속 하라고 입버릇처럼 말씀 하신다"고 덧붙였다.

◇출산, 꼭 해야 하나요?=여자들과 엄마들을 변하게 한 저변에는 '출산'에 대한 인식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여성이 결혼을 서두르는 이유 중 하나는 노산에 대한 두려움과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늘어난 육아 및 교육 부담 등으로 '결혼을 하면 출산을 꼭 해야 한다'는 명제가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결혼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있다.

방송계에 종사하는 한혜진씨(가명, 32)는 "여자들이 결혼을 빨리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노산의 위험 때문이지 않느냐"며 "하지만 나는 꼭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에 결혼이 급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안혜민씨(35, 가명)도 "남자친구가 40살이지만 결혼은 좀 더 있다 생각해 볼 것"이라며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내 생각에 남자친구도 동의했기 때문에 결혼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내 능력이 문제인가요. 아니면 성격이? 결혼하기 싫다는 애인, 이유를 모르겠어요"

결혼을 앞둔 남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랑의 종착점은 결혼'이라 전통적 명제를 앞세우다가는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라고 무안당하기 일쑤다. 결혼이 필수적인 통과 의례라는 관·혼·상·제의 '사례(四禮)’ 목록에서 빠진 지도 오래다. 사랑하기는 쉬워도 결혼하기는 어려운 세상이다.

나이가 들면서 집에서는 왜 장가를 가지 않느냐고 보채지만 애인에게 '손에 물 안 묻히게 하겠다'고 장담하기도 힘든 세상이다. 여자가 없어서, 여자가 있어도 결혼하기 힘든 '더러운 세상' 앞에서 남자들의 아우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도 집 장만은 남자의 몫이잖아요"=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김모(31)씨는 캠퍼스커플로 만나 6년째 사귀고 있는 동갑내기 여자친구에게 아직 청혼을 못했다. 명절 때마다 찾아뵙는 여자친구의 부모님은 은근히 결혼을 보채는 분위기다.

하지만 김씨는 "지금 나는 가진 게 없다"며 고충을 털어놓는다. "대학 졸업 후 3년 만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겨우 직장생활 2년차인데 돈을 모았으면 얼마나 모았겠어요. 여자친구 직장 때문에 서울에 집을 얻어야 할 텐데 아무리 집값이 싼 동네도 작은 아파트 전세가 1억 원은 훌쩍 넘더라고요. 부모님께 손을 벌려도 정도껏이지, 2~3년만 기다려주면 좋겠지만 여자친구는 나이가 있으니 미안하고. 함께 마련하자고는 말 못해요. 그래도 집 장만은 남자의 몫이잖아요"

◇"결혼보다 꿈이 중요한 애인, 포기할 수밖에" = 경제력이 이유라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지만 자신의 고집만을 내세우는 애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남자들의 또 다른 항변이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박모(35)씨는 지금의 아내에게 말 못한 비밀이 있다. 3년 넘게 사귀며 결혼을 약속했던 연인으로부터 결혼을 불과 3달쯤 앞두고 파혼을 통보 받은 경험이다.

"20대 후반에 만나 3년 넘게 만났고 약혼을 했어요. 그 사람이 2년 동안 미국으로 연수를 떠나겠다고 선언하기 전까지는 아무 문제없었죠. 그 사람은 결혼을 앞두고 경쟁률이 높았던 사내 연수 프로그램에 지원했어요. 나중에 들었지만 직장 상사도 '결혼을 앞뒀으니 포기하라'고 종용했는데 자존심이 상해 더 열심히 경쟁해서 따냈다고 고백하더군요. '연수 가는 걸 인정하거나 아예 결혼을 미루는 건 어떻겠냐'는데 어이가 없었어요. 한참을 다투다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았죠. 오히려 그 사람의 부모님이 제게 '미안하다'고 말했어요"

◇"남자도 결혼 안 하는 거다" = IT기업에 근무하는 정모(30)씨는 "아무리 사랑해도 현실감각이 없고 허영심만 높은 여자들과는 만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남자도 결혼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한다는 것. 정씨의 경계대상 1호는 '부담스러운 여자'다.

"외모나 성격은 맘에 들어도 지나치게 자신의 생활방식만을 고집하는 사람, '돈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허영심에 가득 찬 사람은 싫어요. 연애나 결혼은 함께 하는 거잖아요. 함께 그려야 할 미래를 자신의 취향이나 경제적 기대치에 맞추려는 태도가 싫다는 거죠. 소위 '골드미스'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평생 뼈 빠지게 고생하느니 혼자 사는 게 훨씬 편해요"

◇'결안녀' 비판 못하는 소심한 '결못남' = 한국결혼문화연구소 이선웅 대표는 "전통적 결혼관은 주택 마련 등 가정 부양의 책임을 남자에게 부여하고 여성에게는 가정 유지의 부담을 줘 균형 이루고 있지만 최근 남자의 책임은 크게 변하지 않은 반면 여자의 가정에 대한 생각은 달라졌기 때문에 남녀간 인식의 불균형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또 "여성 주도의 성 역할 변화가 아직 과도기에 머물러 있는 것도 인식 불균형의 이유"라고 지적했다. 사회·경제적 성취도가 높은 미혼 여성은 '골드미스'로 불리며 여권 신장의 긍정적 사례로 대변되지만 배우자의 꿈이나 경제적 기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들은 '쪼잔'하고 능력 없는 남자로 낙인찍히는 것이 두려워 결혼 안 하는 여자를 드러내놓고 비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혼이 아이의 출산과 보육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남성들은 더 나은 경제적 기반 마련을 목표로 결혼을 미루고 있다"며 "'결못남'의 양산은 결혼과 자녀의 출산, 교육문제까지 이어지는 고비용 구조를 함께 풀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가정의 성립보다 개인의 자아실현에 무게를 두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계속된다면 결혼이 어려워지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결혼이 싫진 않지만 지금은 아니다? 결혼 못하는 남자들은 항변한다. '복잡하고 알 수 없는 말을 되풀이 하지 말고 분명한 이유를 말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