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들

그깢 땅콩이 뭐라고

허심만통 2014. 12. 21. 04:58

 

 

[그깢 땅콩이 뭐라고]

 

친구들은

날개 없이 하늘을 날며

꽃밭에서 일한다고

비행 유부남이라 놀렸다.

 

단체 미팅을 주선하면

코 삐뚤어지게 술을 사겠다며

엄지 손가락 치켜 세우고

애원의 눈길을 보내던 그 친구들이

얌마 때려 치우라며

욕을 담아 위로한다.

  

불혹, 참아내는 것이 익숙해지는 나이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어릴 적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마흔 넘어 무릎 꿇고 숙인 고개가

마흔 넘은 철부지에게 조롱 당하던 날

나는 날개 없이 이국 땅에서 추락했다.

 

우리 아버지

남자는 함부로 무릎 꿇지 말랬는데

비굴하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밥줄 움켜진 철부지의 채찍에

꽃밭의 꽃 한 송이 꺾여 나갈 까봐 꿇은 무릎 위로

날카롭게 떨어지는 새끼들의 눈동자

배가 고파도 치욕은 물려주고 싶지 않은데

 

어떤 이는 죽지 못해 살 수 있는 자유

유치원 때부터 돈으로 구분되는 평등

물타기만 아니면 눈물 나게 고마운 검찰의 정의

이런 자유 평등 정의가 살아 있다는 내 조국 대한민국

 

남의 가장을 무릎 꿇릴 자유

입사 후배가 사장이 되어 군림하는 평등

윗 분 눈치 보느라 스스로 노비가 되어 협박하던 정의

이런 자유 평등 정의가 돈으로 세워진 내 직장 대한항공

 

아이들에게 꿈을 꾸라 말할 수 없는 아비보다

비굴했던 기억으로 평생 가슴을 채찍질할 남자 보다

빽 없고 힘 없어 고개 숙인 남편보다

그깢 땅콩이 뭐라고,뭐 그리 대단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