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들

< 외계인 >

허심만통 2015. 1. 18. 22:33

 

< 외계인 >

 

 

백양산 등산로 옆에서
붉은 석양에 마음 주던 고라니 한마리
말을 거는 나그네를 멀뚱히 쳐다본다.
다가 가면 도망가더니
돌아서면 마른 풀잎을 밟아 어디가냐 묻는다

 

사람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습관 때문에
가던 발걸음 멈춘다.
줄 것이 없어 물 한 잔 대접하려
물병 뚜껑에 한가득 부어주고
멀찍이
조용히
기다려도 끝내 외면한다

너도 사람이 그립고도 무서운게냐

 

하산길에 만난 등산길에 오른 사람들
인사 한 번 하면 될 것을
멀찍이
조용히
그저 스쳐지난다
외계인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무섭기만하고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침묵만이 아는
도시가 길들인 산 속 길을 
멀찍이 조용히 걷는
고라니 닮은 외계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