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감동하고 안 하고는 정확히 강연 시작 5분 안에 판가름 난다.”
5분 안에 과연 담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강연의 콘텐트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5분 안에 해내야 하는 것일까?
강연자에게 처음 보는 청중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적이다.
대부분 청중은 ‘한번 해 봐, 한번 웃겨 봐’ 혹은 ‘내가 넘어가나 봐’ 하는 비호의적인 마음으로 앉아 있다.
이런 사람이 한 사람만 있어도 섬뜩한데 500명이 넘는 청중이 이러고 앉아 있다고 상상해 보라.
강연의 베테랑도 식은땀이 나고 오금이 저리게 마련이다.
방법은 하나다. 청중의 이야기를 미리 들어 봐야 한다.
13년 전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여사원들에게 강의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나는 당장 그곳으로 달려가 6명의 직원을 포섭해 나와 밥을 먹어 달라고 부탁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그들의 일상적인 스케줄, 어떤 점이 어려운지, 점심은 어디서 먹는지, 언제 그만두고 싶은지,
혹시 직업병은 없는지 등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며칠 후 강연을 시작하면서 나는 싸늘한 100명의 여직원과 마주하게 됐다.
‘우리처럼 고생도 안 해 보고 대학 졸업해서 잘나가는 여자가 무슨 공자왈 맹자왈을 하는지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는 적대적인 상황에서 나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오늘은 또 까대기 몇 개나 쳤어요?” 그러자 여기저기서 수군수군하는 소리가 들린다.
도대체 저 여자가 그런 말을 어떻게 알았을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그들을 보며
“하루 100개 치고 나면 손톱 매니큐어 칠한 게 너무 아깝죠?”
그제서야 120개 쳤다는 둥 난 150개라는 둥 그들끼리 막 떠들어대는 소리가 들린다.
그들의 애환을 5분간 더 이야기한 후 본격적인 강의가 이어졌다.
그들은 이제 내 편이 되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하나라도 더 들어 주려고 애쓰는 모습까지 보였다.
‘까대기’는 그들만의 언어다. 박스를 풀어 진열하는 것을 그들끼리는 ‘까대기’라고 한다.
이것은 매일 반복되는 그들만의 공감적 애환이다. 이것이 5분의 진실이다.
5분 만에 청중을 사로잡는 비결은 먼저 청중을 아는 것이다.
그러려면 그들의 말을 듣고 그들의 언어를 흉내 내야 한다.
그러고 나서 허를 찌르듯 나의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 ‘줄타기’라고나 할까.
이런 반복 속에서 강연자와 청중은 거의 한통속이 되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함께 웃고 울고, 옆 사람의 등을 치면서 ‘맞아 맞아’를 외쳐 댄다.
13년 전 그날, 만일 내가 그들을 만나지 않았고 ‘까대기’의 은밀한 전략이 없었더라면,
최초의 5분 신화는 없었을 것이고 지금의 김미경도 없었을 것이다.
김미경 W인사이츠 대표 (www.w-insigh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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