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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모음

너 5분뒤에 뭐할껀데?

 

친구 중에 ‘10라고 불리던 친구가 있었다.

어느 대화에서나 자신의 꿈과 희망을 마치 주말 10시에 방송하는 대하드라마처럼

웅대하고 장황하게 설명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그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각종 장비를 장기간 빌려 주는 회사에 다닌다며 명함을 건넸다.

그러나 그 폼이 예전에 우리가 알던 ‘10가 아니었다.

 

조금은 허황됐지만 그래도 그의 허장성세가 모임의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 줬기에

친구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무슨 일 있냐?”며 그의 변신의 이유를 궁금해했다.  

그러나 친구들의 관심에도 그는 그저 아니 뭐 별로….”라고 얼버무렸다.

 

1,2차가 끝나고 먼저 집에 가겠다며 일어서는 ‘10를 붙잡고서 인근 술집으로 갔다.

이유를 캐묻자 그는 술 몇 잔을 연거푸 비우고서야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요즘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다. 근무 시간에는 꾸벅꾸벅 졸면서 퇴근 시간만 기다리고,

막상 퇴근하면 할 일 없어서 빈둥댄다. 다음 날 아침이면 회사 가기 싫어서 이불 속에서

미적대다가 지각하기 일쑤고…. 일은 하기 싫고, 그렇다고 놀기도 싫고.”

 

우울증인가 싶어 신경정신과 상담까지 받아 보았지만 이렇다할 원인을 찾지 못했단다.

그런 그의 푸념을 듣고 있던 친구 중 한 명이 잠자코 그에게 자신의 왼쪽 손목을 들이

밀었다. 왜 그러는지 궁금해하는 그에게 친구는 말했다.

 

, 지금부터 5분 뒤, 그러니까 새벽 1 15분에는 뭐 할 건데?”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친구가 들이민 왼팔 손목에 채워져 있는 손목시계만을

바라보았다.

 

넌 우리한테 늘 10년 뒤, 20년 뒤의 폼 나는 모습만 말했어.

그러다 보니 정작 네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5분 뒤의 모습은 제대로 그리지 못하고

산게 아닐까?”

 

그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거창한 미래만 머릿속에 두고 살아가다 보니 정작 날마다 주어진 시간은 미래를 위해

희생되어야 할 따분하고 보잘것없는 시간이라고 여긴 적이 많았다.

생각해 보면 그 거창한 미래라는 것도 따분하고 재미없는 짧은 시간들이 모여

만들어졌다는 것을 우리는 잊고 있었던 것이다.

 

-『행복한 동행』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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