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젖가슴은 9가지 뜻을 담고 있다. 신성·에로틱·가정·정치·심리·상업·의학 그리고 해방과 위기다. 섹스어필의 상징이 되다시피 했지만, 먹이고 기르는 것이 본연의 모습이다.
외국의 게이들이 퍼레이드하는 장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왕가슴’이다. 게이는 남자다. 일본의 매스컴은 거유(巨乳)보다 더 큰 가슴을 폭유(爆乳)라 명명하며 희희낙락한다. 여성의 커다란 가슴은 남성의 환상을 이렇게 일정부분 구현하고 있다.
여성의 가슴을 지그시 바라보는 남자는 건강하게 오래 산다. 아름다운 가슴을 10분간 응시하면 30분 동안 에어로빅을 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유방을 훔쳐보기 좋아하는 남자는 고혈압과 관상동맥질환에 걸릴 위험도 현저히 줄어든다. 수명 연장 4∼5년쯤은 여성의 젖가슴에 달린 셈이다. 그러나 가슴이 B컵 이상으로 부풀면 삶이 고달파진다. 가슴 무게만 5㎏은 나갈 것 같은 여성은 대개 값비싼 외제 브래지어를 산다. 국산은 D, E, F 사이즈가 드물다. 세트로 된 브라·팬티를 입는 것이 소원이다. 처짐이 극심하니 브라 위에 또 브라를 해야 한다. 여름이면 땀이 너무 차 피부가 빨개지고 쓰라리다. 목욕탕과 수영장에 안 간다. 붕대나 복대를 감고 다닌다.
꼭지 부분을 정면에서 찾을 수 없다. 브라를 하면 위·아래·옆으로 빠져 나오고, 무게를 못 이겨 어깨끈 닿는 부위가 움푹 들어가 살이 붉어지면서 결국 퍼렇게 멍이 든다. 가슴의 중력을 감당하느라 다리에 힘이 빠져 발목도 자주 삔다. 딱 맞는 옷은 꿈에서나 입는다. 항상 한 사이즈 더 큰 옷을 고른다. 가슴 부위 단추가 잠기지 않기 때문이다.
별명은 언제나 ‘젖소부인’이다. 가슴을 가리려고 늘 뭔가를 안고 다닌다. 이 경우 ‘거북이’라는 애칭이 보태진다. 걸을 때마다 출렁이는 가슴을 의식, 동작도 느려질 수밖에 없다.헬스장 러닝머신 위에서 뛰다보면 브라 위로 가슴이 올라가 있다. 가슴이 4개인 꼴이 된다. 남들은 4컷 찍는 유방암 검사 X레이가 6컷이나 요구된다.
‘타조알 떨어진다’ ‘수박 깨진다’ ‘몸무게의 반은 가슴이다’ 따위의 희롱도 감수한다. 한 쪽 가슴을 넘겨 아기에게 모유를 먹인다. 반듯이 누운 채 옆으로도 수유할 수 있는 경지다. 힘들 때 손으로 가슴 중간을 살짝 들어올리기만 해도 가뿐할 뿐더러 숨쉬기에도 한결 편하다.
가슴이 큰 여성은 대개 뚱뚱하다. 거대유방증 여성의 체질량지수는 왜소유방 여성에 비해 현저히 높다. 나이가 들수록 차이가 커진다. 왜소유방 여성의 평균 체질량지수는 18.88이다. 거대유방 여성은 22.19로 3.31포인트 높다. 체질량지수(BMI), 즉 ‘체중÷키(m)의 제곱’이 18.5~22.9이면 정상, 18.5 미만은 저체중, 23 이상은 과체중이다. 왜소유방 여성의 44.5%가 저체중, 거대유방 여성은 36.5%가 과체중이다. 거대유방 여성은 지방의 분포도 자체가 왜소유방 여성과 다르다.
거대유방으로 인한 활동성 저하도 비만을 부추긴다. 20대 때는 저체중, 30대 이후에는 정상체중인 왜소유방 여성이 대부분이다. 20,30대 거대유방 여성 중에서는 정상체중이 많다. 그러다 40대로 접어들면서 대부분 과체중이 된다. 40대 거대유방 여성의 50%가 과체중이다. 50대는 100% 뚱보다.
30세 이하 거대유방증 여성은 옷맵시 불량, 피부 습진, 활동성 저하 탓 불편을 주로 호소한다. 30세 이상 거대유방은 목·어깨·허리 통증 등 신체적 고통을 부른다. 연령이 높아지면서 큰 가슴이 더욱 늘어지는 데다 근력마저 저하하니 근골격계에 무리가 극심하다.
관상학은 얼굴에 비해 빈약한 가슴을 빈천상으로 분류한다. 가슴이 꺼지다시피 들어가면 가난과 고독이 따른다고도 한다. 문제는 가슴에도 과유불급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reap@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138호(7월20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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