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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해고의 기술

 

 

이데일리 오상용기자] 경제위기는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 문을 닫는 직장이 늘고 거리를 배회하는 노동자가 많아진다. 가장(家長)의 실직은 가족 구성원 모두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가족의 해체로, 생계형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회 구성원에 따라 그 `변화`란 가히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파괴행위에 가깝다.

파괴당한 삶들 앞에서 그 삶 못지 않게 파괴자의 입장에 서야 하는 사장님의 삶도 괴롭다는 논리는 공분(公憤)을 사기 딱이다.

21일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이 비난을 무릅쓰고 중소기업 사장들을 위해 죄의식을 덜고 해고에 나설 수 있는, `사장님을 위한 마음의 짐을 벗는 해고기술` 5가지를 소개했다.

해고의 기술 , 제 1장은 `패닉에 빠지지 말라(Don't panic)`다. 낙천적인 마음을 갖도록 노력하고 영업전략과 전술을 재정비하는 등 과거나 현재가 아닌 미래에 온 신경을 집중하라고 했다. 그리고 격정적인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니 억지로 막으려 하기 보다는 내버려두라고 했다.

두번째로 유연해져라(Be flexible)고 했다. 크게 봐서 이번 인력감축은 생존을 위한,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선택이니 의기소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해고 직원들에게 솔직하게 설명(Explain)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간의 노고에 대해 충분히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라고 조언했다.

네번째는 마음의 고통을 부인이나 전문상담가, 또는 믿을 만한 친구와 공유(Share your feelings)하라고 했다.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약해지니 건강을 돌보라(Take care of yourself)고 했다. 죄의식을 벗어던지기 위해, 혹은 그렇게 해야만할 것 같아서 미친듯이 일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정신분석가이자 컨설팅업체 보스웰그룹의 회장인 알렌산더 쉬타인은 "중소기업의 경우 오랜 세월 대면접촉을 통해 친분을 쌓아온 직원들이 많아 해고 당한 직원 못지 않게 해고 과정에서 사장이 겪는 인간적인 고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심각한 경우엔 사업을 접는 사장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물론 이같은 조언이 얼마나 약발이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아울러 이같은 처방 자체가 필요없는 `강심장`의 사장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포천은 "해고로 상처입은 사장들의 마음을 치유할 완벽한 처방전은 없다"면서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올들어 4월까지 미국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이뤄진 해고는 90만4000건에 달한다. 4월 한달간 미국의 비농업부문에서 50만4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했음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