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의장은 대륙별 순환 원칙에 따라 결정된다. 3년 임기의 ICC 차기 의장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맡기로 했다. 한국이 0순위 국가였다. 한국 국가인권위원장이 ICC 의장에 출마하면 당선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30일 현병철 위원장의 ICC 의장 출마를 포기하기로 했다. 국내 인권 상황을 살피기 위한 것이란 설명과는 달리 ICC 의장 선거에 출마해 낙선하는 국가적 망신을 피해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경향신문 7월31일자 1면. | ||
현병철 위원장은 인권 분야 경험도 전문성도 국제사회에 내놓기 민망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명박 정부는 현병철 위원장을 대신할 후보를 출마시키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국제사회에서 편법 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활동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던 한국이 이명박 정부 이후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셈이다. ICC 의장 출마를 둘러싼 씁쓸한 해프닝은 이명박 정부 인권의 현주소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현병철 위원장의 ICC 의장 출마 포기를 결정한 7월30일 경찰청은 이동식 ‘명박산성’이라 불리는 경찰 차벽차량 시연회를 가졌다. 언론 기자들이 보는 가운데 트럭이 변신을 거듭해 차벽 차량으로 탄생하는 장면은 영화 ‘트랜스포머’를 떠올리게 했다.
▲ 동아일보 7월31일자 10면. | ||
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든 10mm 방호벽은 시위대 쇠파이프나 해머로 내리쳐도 끄떡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트럭 한 대 가격은 80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10대 가량을 도입한다니 이동식 명박산성 준비에 8억 원 정도의 예산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차벽차량을 보며 한국의 우수한 과학기술을 자랑해야 할까. 경찰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찬사를 보내야할까. 경찰이 자랑한 차벽차량이 이명박 정부 '불통의 상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 조선일보 7월31일자 9면. | ||
경찰이 단 하루라도 정권 보호용 방패를 내려놓고 민생 현장에 뛰어 들어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 역할을 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어떻게 될까. 경찰이 단 하루라도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광장을 막은 유·무형의 차벽을 걷어낸다면 이명박 정부는 어떻게 될까.
MB정부는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무서워서 트랜스포머 차벽 차량을 도입해 국민과의 소통을 차단하려는 것인가. 경찰 방패와 차벽 차량으로 정권을 보호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현실은 ICC 의장 불출마 사건보다 더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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