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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집에 모아둔 약 조심.

 

#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동맥 70% 이상이 막히는 협심증으로 약을 복용하는 박우진(54)씨 역시 급작스런 가슴통증으로 집에 있던 협심증 약인 '니트로글리세린'을 먹었으나 통증이 완화되지 않아 한 알 더 먹었다.

그러나 짓누르는듯한 가슴 통증은 완화되지 않았고 결국 응급실로 실려갔다.
박 씨가 먹었던 혈관을 넓히는 협심증 약 '니트로글리세린'은 열과 습기 등에 약하기 때문에 실내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약 성분이 공기중으로 날아가버리면서 아무런 효과가 없는 밀가루 약이 됐기 때문이다.

# 내리쬐는 햇빛에 3년 전 치료한 기미가 다시 생긴 직장인 이하은(34)씨 당시 피부과에서 처방받은 연고를 살펴봤더니 당시와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여 무심코 발랐다가 약이 변질돼 얼굴이 화끈거고 따끔거리는 부작용으로 한동안 단단히 고생했다.

위 사례와 같이 집집마다 뒤져보면 감기약이나 소화제, 진통제 등등 약국에서 약을 구입한 뒤 먹고 남은 약을 '버리기 아깝다'거나 '다음에 아프면 또 먹어야지' 등의 이유로 약을 먹다가 이를 보관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러나 이렇게 보관된 약 대부분이 잘못된 보관방법으로 약효가 사라지거나 유효기간이 지나 '약'으로써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 장기간 보관된 약을 무심코 '괜찮겠지'라는 이유로 복용했다가 심각한 약화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2005년
한국소비자원에서 '의약품의 가정 내 보관 및 안전사용 실태'를 주제로 3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의약품의 잘못된 보관과 사용으로 약화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원의 자료에 따르면 10가구중 7가구 꼴로 의약품을 어린이기 접근하기 쉬운 장소에 보관하고 있었으며 안전성 경고 등으로 사용이 중지된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을 보관하는 사례와 함께 사용기간이 경과한 의약품을 보관하거나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의약품을 복용하는 사례 역시 빈번했다.

즉 잘못된 의약품 사용으로 약화사고 발생 우려가 높다는 방증으로 이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소비자원은 약화사고 등을 예방을 위해
보건복지가족부식품의약품안전청 등 관련부처에 의약품 수거 관리체계 구축과 처방조제약 포장의 표시사항 개선, 약사의 복약지도 의무 철저 이행 등을 건의한 바 있다.

주목할 점은 이렇듯 오래된 약을 복용하는 것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버리는 것 역시 자연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것은 물론 식수인 하천까지도 오염시켜 식수가 오염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환경부가 한강과 낙동강,
영산강, 금강 등 4대강 주요 하천에서 2006~2007년간 의약물질 농도조사를 진행한 결과 조사대상 의약물질 27종 중 15종이 검출돼 의약품의 무분별한 폐기로 식수에 대한 위협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즉 가정에서 '오래된 약을 정리한다'는 이유로 약을 버릴 때 캡슐이나 알약 형태로 된 고형제의 경우 쓰레기 봉지에 버리거나 액체로 된 항생제 등 물약의 경우 싱크대에 쏟아 붓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무분별하게 약을 버릴 경우 의약품이 자연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출처불명 오래된 약, 약국으로 가져가라
그렇다면 먹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버리기도 어려운 처치곤란 상태에 빠진 '가정 내 폐의약품'은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까?

어렵게 생각할 수 있지만 정답은 의외로 단순한 '오래된 약을 동네약국으로 가져가 수거함에 버린다'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4월부터 가정에서 발생하는 오래된 약 등 폐기하는 폐의약품을 일선 약국에서 수집해 모은 뒤 해당 관할 보건소에 모아 보관하면
한국환경자원공사에서 이를 수거해 폐기물처리업체에 소각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다시말해 해당 약의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약 색깔이 변색됐거나 오염이 의심되는 약 등 먹거나 버리는 등 처리가 곤란한 약을 동네 약국으로 가져가면 안전하게 소각해 폐기할 수 있는 것.

실제로 최근 서울시는 올해 각 자치구 보건소별로 일선 약국에서 수거된 폐의약품을 수거해 상반기 서울시의 가정내 폐의약품 수거 현황을 집계한 결과 지난 6월 11일 기준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총 1만 2370kg의 폐의약품이 수거했다.

또 이같은 '가정 내 폐 의약품 회수·처리사업'은 지난해 서울지역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4월부터는 수도권을 비롯해 광역시, 도청 소재지 등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으며 전국 약국에 버려지는 약을 회수하는 수거함이 설치돼 있어 약국에 이러한 약에 대한 복약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강남에 위치한 약국 관계자는 "감기약 등을 처방 받은 뒤 증상이 나아지자 약을 보관하고 있다가 가지고 오거나 약국에서 영양제 등을 구입한 뒤 오래동안 먹지 않아 유효기간이 지난 약 등이 많다"고 말햇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재 의약품 겉 포장용기에만 표시된 유통기한을 약에도 표시해 기한이 남아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스웨덴의 약국체인인 아포테켓은 지난 1971년부터 먹지 않는 폐의약품을 약국에 돌려주면 회수된 약은 박스에 봉인한 뒤 특별히 지정된 소각장으로 보내져 폐기시킨다.

또 약국에서는 이러한 의약품을 보관 장소를 알려주는 정보가 적힌 투명 플라스틱 백을 나눠주는 한편 약 설명서 등에 '사용하지 않고 남았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의약품은 약국에 돌려주십시오. 필요 없는 약을 하수구에 버리지 마십시오'라는 문구를 표기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메디컬투데이에 있습니다.
마이데일리 제휴사 / 메디컬투데이 김록환 기자 (
cihura@md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