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대학, 학생 통제·훈육… 용산, 유가족 사찰·감시… 평택 취재기자 5명 연행
ㆍ“국민 기본권 옥죄는 행정편의적 발상” 비판
권위주의 시대로의 ‘역주행’이 가속화하고 있다. 대학은 학생들을 통제·훈육하려 하고,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일상적인 사찰과 감시로 고통받고 있다. 평택 현장을 취재하던 언론사 기자들은 경찰에 연행돼 구금됐다. 국민의 기본권을 옥죄는 내부검열과 행정편의적 발상이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리는 양상이다.
지난 6월29일 전북 군산에서 ‘농활’ 중이던 서울대 공대 학생 정모씨(21)는 공대 행정실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농민집회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집회에 참가하면 징계를 줄 수도 있다”는 직원의 전화였다. 서울 여의도에서 열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전국농민결의대회에 참석하려던 정씨 등 4명은 이날 학교로 불려왔고, 부학장과의 면담을 통해 결국 집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확인 결과 경찰은 그런 통보를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공대 학생회에서 대자보를 게시하며 학내 논란이 점화됐다. 공대 측은 “굳이 참석하겠다면 말릴 수는 없지만 안 가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했던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서울대 경영대 1학년 학생 104명은 오는 11일 특전사 부대로 2박3일 동안 ‘팀 스피리트’ 캠프를 떠난다. 경영대는 캠프 개설 이유로 ‘친화력·조직적응력 강화’를 내세우며 참가자에게 해외 교환학생 우선 선정 등의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최재천 변호사는 “지난 시절 일사불란한 군사문화에 젖어 획일적인 협동을 강제하던 기억이 다시 대학으로 돌아온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시위 때 도장공장 안에서 15일 동안 머물며 취재하던 ‘미디어충청’ ‘민중의소리’ 기자 등 5명은 6일 오후 6시쯤 노사 타결 직후 현장을 빠져나오다 경찰에 연행된 뒤 7일 밤 늦게까지 풀려나지 못했다. 이들은 “신분증을 제시했음에도 경찰은 ‘사측에서 현주건조물침입 혐의로 고발했다’면서 하루 넘게 풀어주지 않았다”며 “오히려 조사과정에서 ‘쇠파이프를 휘둘렀느냐’는 등의 근거없는 위압적 질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용산 참사 희생자들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순천향병원 장례식장은 사복 경찰 체포조가 24시간 지키고 있다. 그들의 손에는 ‘여장’을 한 박래군 용산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과 모자·안경·수염을 덧씌운 남경남 전철연 의장 등 수배자들의 변장 예상 사진을 담은 A4용지 크기의 코팅된 수배전단이 들려있다.
홍석만 용산범대위 대변인은 “군사정부 시절에 보던 수배전단을 들고 출입하는 차량과 사람들을 매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이나 범대위 측 사람들은 기자회견이나 행사를 위해 이동하면 항상 경찰차가 따라붙는다고 전했다. 홍 대변인은 “끝없는 감시와 사찰 때문에 눈에 경찰이 보이지 않아도 계속 의식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용균·정환보·김지환기자 noda@kyunghyang.com>
'시사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간도반환 소송가능시한 3주밖에 안남아“ (0) | 2009.08.13 |
---|---|
‘집 전화’ 화려한 부활! (0) | 2009.08.09 |
한글 쓰는 민족 둘이 되다! (0) | 2009.08.06 |
'대통령'은 일본식 용어 (0) | 2009.08.06 |
인권이 자신없는 나라인가? (0) | 2009.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