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경규씨에게 적잖은 감동을 받은 것은 불과 몇 달 전이었다. 그 이유는 그의 인간미 넘치는 진솔한 고백과 눈물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최근 고국에서 방영되는 “남자의 00”이라는 프로그램을 언젠가 아이들 덕분에 인터넷을 통해 보게 되었는데, 마침 그날 본 주제가 ‘남자의 눈물’이었다. 일곱 명의 인기연예인 남자들이 좀 부끄러운 개인 사연들을 하나 하나 진솔하게 공개해 갔다. ‘이혼, 마약중독(교도소 복역), 가정의 불화, 불효…’ 등으로 혹 자신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사연들을 밝히자, 이내 모두들 눈물을 훔치며 깊은 ‘카타르시스(정화)’의 공간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평소 자신의 개인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이경규 씨의 차례가 되었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 난감한 표정을 짓던가 싶더니 "50대 후반에 중풍을 맞으신 아버지는 몇 번이나 생사의 고비를 넘겨야 했고 뇌 쪽을 다쳐 큰 수술을 해야 했다"고 입을 열었다. 많아진 녹화 일정 등을 소화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자 개인적으로도 유명세를 떨칠 때, 아버지의 수술이 결정되었단다. “수술실로 들어가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이것이 아버님의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순간 엄습했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힘껏“아버지, 추하게 늙고 오래 오래 벽에 똥칠을 하더라도 아버님은 살아계셔야 합니다! 라고 아버지에게 말했더니, 아버님이 아무 말이 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자기의 손을 잡아주셨는데 억제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졌다”며 다시 눈물을 닦았다. 수술 이후로 부친께서는 거동이 불편해 밖에 나가지 못하셔서 ‘아버님의 유일한 낙이 아들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라는 말과 "내가 직접 일요일 저녁마다 찾아가진 못했지만 TV를 통해 아버지가 보고 계시다는 생각에 15년간 맡은 '일요일 000 밤에'를 최선을 다해 진행했으며, 그렇게 아들의 모습을 보신 것이 지금까지 아버님이 견디신 힘이셨다"는 그의 마지막 말이 필자에게도 감동을 되었다.
조금 힘들고 감당하기 어려우면 포기하고 외면하고 등지는 것이 요즈음 세상인심인데, 가장 힘들 때 그 어른은 아들의 진심어린 사랑의 말 한 마디(“,,,똥칠을 하더라도 살아 계셔야 합니다”)에 견뎌낼 힘을 얻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사람은 꼭 사랑을 받아야 할 존재(골육)로부터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을 받고 있음이 확인될 때, 큰 위기에도 견딜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 아닐까? 이처럼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 그리고 동족(이웃)에 대한 모든 도리도 서로의 상황이 많이 어려울 때, 위기를 당한 편이 견딜 수 있는 사랑을 더해 준다면 후회함은 없을 것이다.
- 박상원 목사 - 시애틀 샘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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