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벌이 아내 편 >
한밤중에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왔어요. "뭐야?"하며 신경질을 부리며 시계를 봤어요. 11시30분이에요. 이 시간에 오는 문자는 술자리에서 남편이 보낸 것일 확률이 십중팔구예요. 헉! 그런데 이번에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남편이 아니네요.
바로 그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카드사의 신용 승인 메시지에요. 곧이어 카드사에서 전화까지 왔어요. 무척 다급한 목소리였어요. 혹시 카드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한 것은 아닌지 확인을 해요. 매출이 유흥업소에서 일어났기 때문이에요. 평소 조신하기 그지없는 내가 이 시간에 유흥업소에 가지 않았을 테니까요.
카드사의 자상한(?) 배려에 애써 침착성을 잃지 않으며 대답해요. "우리 남편이 쓴 거예요". 최대한 침착하게 얘기를 하죠. 그러나 다음날 회사에 가 전날 카드 건을 동료들에게 얘기하기 바쁘네요. 동료들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봐요. 어느새 내 카드로 유흥업소에 가서 긁은 남편은 '간 큰 남편'의 대명사로 낙인 찍혀 있어요.
하지만 남편은 남편대로 할 말이 많은 듯해요. 결코 '간 큰 남편'이 아니라고 항변을 하네요. 아내 카드밖에 없는 걸 어떻게 하냐고요. 사실 남편도 아내의 카드를 내밀 때마다 업소에서 받는 뜨거운 시선이 부담스러운가 봐요. 아내의 카드는 바로 여자라서 행복한, 여자들을 위한 레이디카드이니까요. 그래도 남편에게 남편만의 카드를 만들어줄 생각은 모기 눈꼽만큼도 없어요.
재테크라고 하면 갑자기 카오스의 세계로 빠져버리는 1차원적 남편을 내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내심 자신의 신용카드에 장착된 '멀티' 기능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기도 해요. 남편이 아내의 신용카드를 들고 다니는 한 위치 추적기가 필요 없으니까요. 남편이 택시를 타고 집 앞에 왔는지, 집에 오다가 빵집에 들렀는지, 알코올 섭취를 위해 술집에 갔는지 충성스러운 신용카드는 친절하게 알려주니까요.
그러나 가정의 경제권을 쥔 아내가 꼭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에요. 매번 신용카드 결제일이 돌아올 때면 연체되지 않게 철벽수비를 해야 할 임무를 가진 것도 내 몫이니까요. 공격
수는 많은데 홀로 수비를 해야 하니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을 해요.
요즘은 남편이 키운 복병(?)을 특히 두려워해요. 복병은 바로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에요. 남편은 자신의 관철사항을 아이의 희망사항인 양 변장시켜 가정 경제를 위협해요.
돈에 대해 서서히 눈을 떠가는 아이는 엄마의 신용카드가 무슨 요술 카드인 줄 알아요. 끊임없이 돈이 퐁퐁 솟아나오는 카드 말이에요. 그래서 자신의 키티 지갑에도 엄마의 신용카드를 넣어줘야 한다고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를 해요.
씀씀이가 커지는 연말이 되면서 걱정도 더 커졌어요. 가정 경제를 완벽하게 요리하지 못하면 남편이 반란을 일으킬까 걱정이 돼요. '에이, 각자 번 돈을 관리하자고 할까?' 마음이 약해지는 것도 느껴요.
☞ 신동일 국민은행 압구정PB 팀장의 재테크 조언
① 부부 금술이 좋아야 재테크도 성공한다.
재테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부가 같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 가정의 재무 목표는 물론 재테크 방법도 함께 상의해서 결정해야 한다.
② 맞벌이 부부라면 한사람의 월급은 저축하라.
맞벌이를 하면 자칫 둘이 번다는 생각에 소비를 늘리기 쉽다. 이럴 때는 소중한 아이의 양육기회를 포기하는 기회비용을 생각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한다.
< 전업주부 아내 편 >
휴일에 남편과 마트에 갔어요. 사람들이 자상한 남편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봐요.
그때였어요. "와, 방울토마토다." 방울토마토를 보고 환호하는 아이의 목소리에 남편이 멈춰 섰어요. 그리곤 방울토마토를 비닐봉지에 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한참이나 시간이 흘렀는데도 남편이 자리를 뜰 생각을 하지 않아요. 이상한 일이에요.
그런데 남편이 방울토마토 앞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한 순간, 연기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어요. 이런 '우라질 브라질 말미잘레이션'. 속으로 주문을 외워요.
방울토마토 꼭지를 따고 있는 남편을 목격한 거예요. 그러나 급당황한 나와 달리 남편은 너무나 태연해요. 계산대에 선 남편은 '(꼭지를 딴 덕분에 같은 가격으로) 방울토마토 4~5개는 더 올라갔을 것"이라며 흐뭇한 미소까지 날려줘요.
이 순간 아내의 머릿속이 얼마나 복잡한지 사람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것 같아요. 지나치게 알뜰한 남편을 둔 아내의 고충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을 거예요. 특히 특별한 수입이 없는 전업주부 아내는 돈 앞에서 무력함을 느껴요.
신용카드를 긁을 때도 경제권이 없는 아내는 남편의 눈치를 봐요.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에요. 아내는 친구 집에 집들이를 가면서 벽걸이 시계를 선물로 사갔어요. 시계의 가격은 5만원이었어요. 하지만 이실직고하면 남편이 심장에 큰 충격을 받을 지도 몰라요. 아내는 빛의 속도로 잔머리를 굴려요.
착한 거짓말을 생각해요. 시계 값은 2만원이라고 카드로 긁고, 나머지는 평소에 모아둔 비자금으로 충당하기로 결정했어요.
흔히 비자금을 남성들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내는 여자에게도 비자금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하루하루 콩나물 값 500원은 700원으로, 두부 값 700원은 1000원으로 매번 고쳐 적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면서도 비자금을 만들고 있어요.
"모두가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이니까요."
☞ 이천 희망재무설계 대표의 재테크 조언
① 비자금, 적절한 규모는 따로 관리하자.
살다보면 배우자가 몰랐으면 하는 지출들이 있다. 그러나 각자의 소득에서 일정부분을 떼어 이런 돈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의 용돈을 아껴서 모은 나만의 통장이라면 무방하다. 이런 통장은 가족의 금융자산과 섞이면 애매모호해진다. 따로 CMA 통장을 만들어서 관리하자.
② 돈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는 부부가 되라.
돈에 대해서는 부부가 솔직히 이야기해야 잘 살 수 있다. 혹시 상대방이 모르는 부채가 있다면 반드시 알리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나중에 알게 되면 기분이 묘해지고 금전적으로 신뢰를 잃을 수 있다.참조: < 내 통장 사용설명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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