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유행 선도 지역인 서울 홍대 앞 골목에 텟펜이라는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가 있다. 가게는 입구에서부터 활기가 넘친다. 손님이 들어서면 10여명쯤 되는 직원들이 빠르고 경쾌한 음악에 맞춰 일제히 "어서 오십시오"라고 목청껏 외친다. "음식이 맛있다"는 얘기가 나오면 직원 모두가 허리를 90도로 숙이거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감사하다고 외친다. 손님들이 건배할 때도 직원들이 함께 건배사를 외친다. 영업시간(8시간) 내내, 시종 즐거운 표정으로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일하다가는, 일주일도 못 가 몸살 나서 드러눕겠다는 걱정이 들 정도다.
이 술집의 또다른 특징이 있다면 그건 가게 벽에 붙어 있는 카드들이다. 종업원들이 저마다의 꿈 하나씩을 카드에 적어 붙여 놓았다. 텟펜 일본 본사의 오시마 게이스케(37) 사장은 자신의 책 〈텟펜의 조례〉에서 "텟펜의 사원이 되기 위한 조건은 장차 경영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는가이다"고 밝혔다. 일본에 5개, 한국에 1개 점포가 있는 텟펜은 일본에서 이미 큰 화제를 모았다. 여느 가게와는 달리, 직원들이 자기만의 꿈을 갖고 이를 실현하는 근무 여건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텟펜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독립해서 창업한 종업원들의 이름이 자랑스럽게 나와 있다.
텟펜이 직원들의 꿈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2005년 당시 본점에서 일하던 마쓰오라는 직원은 내 생일인 8월 6일에 텟펜 점포를 고향 구와나에 연다는 꿈을 가게 벽에 붙였다. 당시 텟펜은 2호점인 시부야점을 막 열었다. 마쓰오가 목표로 잡은 날짜까지 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주위에선 "과연 가능하겠나"며 우려했지만, 마쓰오는 누구보다 일찍 출근해 가게를 청소하고 마지막까지 남아 잔무를 처리하면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자 직원 모두가 그의 열정에 감동했다. 마쓰오의 꿈이 텟펜 직원 모두의 꿈으로 변했다. "한 사람의 꿈도 이뤄질 수 없다면, 도대체 누굴 위해 꿈을 써붙인단 말인가?" 하면서 오시마 사장도 힘을 보탰다. 텟펜 직원들이 힘을 모은 결과, 마쓰오는 자신의 생일에 고향에 점포를 열 수 있었다.
홍대 앞 텟펜은 해외 1호점이다. 텟펜코리아의 도쿠다 쇼헤이(32) 사장 역시 텟펜의 경영 철학을 몸소 보여주는 인물이다. 2004년 1월 텟펜이 일본 도쿄(東京) 지유가오카에 1호점을 낼 당시 창립멤버였던 그의 꿈은 전 세계에 꿈과 감사(感謝)하는 마음이 넘치는 이자카야를 만들겠다는 것. 도쿠다 사장은 그 첫 걸음으로 2008년 9월 지금의 홍대점을 오픈해 월평균 1억3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점포로 성공시켰다.
도쿠다 사장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오는 3월에 해외 2호점인 서울 강남점을 열고, 이어 부산점과 중국 상하이점도 연말 개점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들 점포는 현재 홍대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경영을 맡아 텟펜의 철학을 이어갈 예정이다.
조직의 리더들은 어떻게 해야만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더 좋은 성과를 올릴까를 고민한다. 상당수가 인센티브(상여금)를 해결책으로 떠올린다. 하지만 돈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 또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텟펜의 사례로 비춰보면, 직원들을 신들린 듯 일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꿈이요, 혼(魂)이었다. 혼은 나침반이자 시계다. 그리고 혼이 있는 곳에 노력과 근성이 싹튼다.
세계 최대 제약회사 화이자(Pfizer)의 제프 킨들러(Jeff Kindler) 회장은 조직 운영에서 혼의 중요성을 이렇게 말했다. "기업은 뭔가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되새겨야 한다. 존재 이유가 분명해야 조직원들 사이에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강한 모멘텀이 생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 사람을 움직이는 힘. 그러한 혼을 직원들에게 불어넣는데 텟펜은 꿈이라는 매개체를 사용했고 성공의 싹을 틔운 것이다.
홍원상 기자 wsh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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