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심리학자 시바타 세이지와 스즈키 나오토는 사무실 환경을 다양하게 설정해 놓고 사람들에게 창조적 활동을 하게 했다. 실험 결과 직원들의 책상 근처에 화분을 놓아두면 서랍, 책장과 같은 다른 물건만 놓아둘 때보다 창의성이 크게 향상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미국 텍사스A&M대 로저 울리치 연구팀도 8개월 동안 연구한 결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꽃이나 식물을 사무실에 놓아두면 남성들의 아이디어 제안 건수가 15%가량 증가했다. 여성들은 문제에 대해 더 유연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어린이들도 황량한 옥외 공간보다는 식물이 가득한 뜰에서 훨씬 창조적인 놀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그 이유를 진화심리학으로 설명한다. 먼 옛날 인류는 건강한 나무와 식물이 가득한 환경 속에 있을 때 안도감을 느꼈다. 이런 환경은 ‘근처에 식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다음 끼니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즐거운 느낌이 창조성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미국 로체스터대 앤드루 엘리엇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작업 환경의 색깔이 창조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애너그램(단어나 어구의 철자 순서를 바꿔 다른 단어나 어구를 만드는 게임)이 들어 있는 책자를 줬다. 책자 각 페이지 구석에는 빨간색이나 초록색 펜으로 실험 참가자들의 개인 번호를 적어 놓았다. 그리고 실험 참가자들에게 개인 번호가 맞는지 확인해 보라고 한 뒤에 문제를 풀게 했다.
놀랍게도 빨간색 숫자를 본 사람들은 초록색 숫자를 본 사람들에 비해 문제를 3분의 1밖에 풀지 못했다. 또 초록색을 미리 본 실험 참가자들이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더 많이 냈다. 단지 특정 색깔을 보여주기만 해도 창조성을 방해하거나 자극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신호등을 떠올려 보면 알 수 있듯이 빨간색은 대개 위험이나 실수와 관련한 느낌을 준다. 반면 초록색은 긍정이나 편안한 느낌과 연관된다. 연구팀은 창의적인 환경을 만들려면 식물 등을 활용해 주변을 초록색으로 바꾸라고 조언한다.
○ 억지로 꾸미면 자칫 역효과 날 수 있어
사무실이나 작업장의 특성 때문에 화분을 놓아두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때 자연 환경을 담은 사진이나 그림, 조화 등을 놓아두어도 창의성이 향상될 수 있을까. 심리학자들은 억지로 공간을 꾸미지 말라고 조언한다. 멋진 풍경을 찍은 고해상도 화면도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조화를 꽂아두거나 폭포 그림을 걸어놓아 봐야 창조성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물 사진은 어떨까.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아인슈타인 같은 ‘창의성의 아이콘’인 인물들의 사진을 걸어두면 창의성을 북돋우는 효과가 있을까.
놀랍게도 결과는 그 반대다. 레오나르도 시퍼스와 그 동료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빈치 같은 유명한 인물에 대해 잠깐 생각해 보라고 하면 갑자기 사람들의 창조성이 메말라 버린다고 한다. 목표치를 너무 높게 잡으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보잘것없는 재주를 천재들의 재주와 비교하게 돼 기가 죽어버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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