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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이야기

버킷리스트

 

<인생이 3일 남았다면...>

 

죽음은 두렵고 슬픈 일이다. 인생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운명이 있다면 틀림없이 죽음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죽음이다. 얼마 전에도 형수님의 둘째 남동생이 세상을 등져 문상을 다녀왔다. 나보다 세살 적으니 죽음과는 까마득하게 거리가 먼 나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갑작스럽게 백혈병 진단을 받고 불과 3개월동안의 투병생활끝에 허망하게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슬퍼하는 유족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애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태어난 순서는 있지만 죽는 순서는 없다는 말처럼 죽음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아무런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온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죽음에 대해 예비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명언 중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어찌 이리도 울고 불고들 하는고? 짐이 불사신이라도 되는 줄 알았더냐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한 말이라는데 죽음에 관한 여러 가지 명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이와는 다르게 17세기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는 “그렇게 긴 시간 동안에 우리는 단 한번 죽는다”는 말로 죽음을 풍자하였는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다소나마 가볍게 해 주는 말이다.

 

몇 년 전, 미국에서 흥미로운 조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일반인 1천명에게 “만약 가능하다면 언제 죽는지 알고 싶은가?”라고 물어봤다. 놀랍게도 응답자의 96%가 자신이 언제 죽는지 알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아마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알고 싶건 알고 싶어 하지 않건 간에 우리는 한번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죽음의 순간이 몇 백 년 후의 일이 아니라 불과 수십년,또는 수년 내에 벌어질 사건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죽음을 망각하거나 회피해서는 안 되며 당당하게 직면해야 한다. 철학가 세네카는 “인간은 항상 시간이 모자란다고 불평을 하면서 마치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말했는데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며 살아야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2008년에 상영된 영화중에“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이란 제목의 작품이 있다. 자동차 정비사 모건 프리먼과 재벌 기업가 잭 니콜슨은 암에 걸려 같은 병실에 입원하게 된다. 모건 프리먼은 죽음을 앞두고 무료한 병상 생활 속에서 대학교 1학년 때 철학교수가 알려준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의 목록)를 틈틈이 작성해 본다. 우연히 이 목록을 보게 된 잭 니콜슨도 함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고 두 사람은 실제로 버킷 리스트에 적은 일들을 하나하나 실행에 옮긴다. 영화중에 소개된 목록에는 다음과 같은 일들이 포함돼 있다.“세렝게티에서 사냥하기, 문신하기, 카레이싱과 스카이다이빙, 눈물 날 때까지 웃어 보기,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 화장한 재를 인스턴트커피 깡통에 담아 경관 좋은 곳에 두기…”이 영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깨닫게 되는 메시지는 “죽음의 순간에 가장 큰 후회는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고 포기해 버린 일이다”라는 사실이다. 미국의 존 고다드라는 사람은 17살 때 127가지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는데 현재까지 108가지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언론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진 적이 있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인생을 살 권리가 있고 또 그런 인생을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인생의 노년에 이르러서는 더욱 더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를 명확하게 작성해 볼 필요가 있다. 슬픈 사실이지만 이제 죽음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문제이며, 언제 어느 때라도 불청객처럼 불시에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생의 후반부에 우리는 무엇을 하며 보내야 할까?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했던 장애를 극복하고 위대한 삶을 살다간 헬렌 켈러는 ”만약 당신의 인생이 3일 남았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인생이 3일 남았다면 나는 내게 있는 것을 더 많이 나누고 싶다. 사람들을 더 많이 사랑하고 싶다. 하늘을 더 많이 찬양하고 싶다“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생각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로서는 이렇게 철학적인 태도를 갖는 것보다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목표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체에 강의를 나가 사람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건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비슷한 답변을 한다.


 

-여행을 간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싸운 사람과 화해한다.

-소중한 사람,보고싶은 사람을 찾아간다.

-삶을 정리하는 마지막 일기를 쓴다.

 

이처럼 인생이 3일 남았다면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은 대부분 평범한 것들이다.얼마전 “교육과정에서 만난 26살 S군은 ‘엄마를 꼬옥 끌어안고 하루를 지내겠다’는 대답을 하여 마음이 뭉클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고 나면 앞으로 남은 인생동안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 것인지가 분명해지며 인생의 의미와 인생에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깨달을 수 있다.그러고 나면 남는 것은 ”Now do it“일 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인생이 3일 남았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만약 인생이 10일 남았다면? 아니, 조금 더 길어서 한 달이나 1년이 남았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보고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아보자. 그것이 후회 없는 인생을 사는 길이며 참다운 인생을 사는 길이다. 혹시라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핑계로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힐지도 모르는 분들을 위해 빈센트 반 고흐의 말로 격려를 대신한다.

 

“시도할 용기가 없다면 도대체 인생이란 무엇이겠는가!”


휴먼네트워크연구소장 양광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