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간 1등` 타자기 회사?…이젠 이름도 모른다
델…모토로라…코닥…소니…시대 변화 못 읽고 성공에 안주
낡은 장비·시스템에 거액 투자…혁신기업에 밀려 무대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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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 세계 최초로 휴대용 타자기 개발,1957년 전자타자기 개발,1960년 전자사전 및 개인용 워드프로세서 개발,1989년 세계 최초로 휴대용 워드프로세서 개발.'
컴퓨터가 대중화되기 이전 '기록의 역사'에서 중요한 족적을 남긴 한 회사가 이룩한 업적이다. 이 회사는 100년간 세계 제일의 타자기 업체로 군림했고 수많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회사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이 회사의 이름은 스미스코로나.
국내에는 1995년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이 회사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는 것이 마지막 뉴스로 전해졌을 뿐이다. 이 회사가 만든 타자기는 지금 국내 인터넷 골동품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을 뿐이다. 트렌드헌터의 저자 제레미 구체는 이 회사를 '서서히 끓는 물 속의 개구리'에 비유했다. 죽어가는 줄도 모르고 현재의 성공,대규모 기존 사업에 안주한 결과였다는 얘기다.
스미스코로나 사례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수많은 '위대한 기업'을 통해 재현되고 있다. KOTRA는 최근 미국 기업들의 쇠락을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할지를 정리,보고서를 만들었다.
◆IT 제왕들의 몰락
US뉴스는 최근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실패한 기업들의 사례를 꼽았다. 한때 각자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차지했지만 채 10년도 안 되는 세월 동안 몰락의 길을 걸은 기업들이다.
중간 매매상을 배제한 직접 판매로 1990년대 IBM,HP를 위협하며 컴퓨터 업계의 기린아로 불렸던 델은 요즘 언론에 등장하는 일조차 가물가물할 정도로 영향력이 사라져 가고 있다. 스마트폰,태블릿PC의 등장과 대만 등에서 생산된 저가 제품으로 경쟁이 심화됐고,기존 경쟁자들이 서비스 강화로 역공에 나서면서 시장 선도자의 지위를 뺏기고 말았다. 모토로라도 유사한 사례다. 세계 최초의 모바일 전화로 2003년까지만 해도 경쟁자가 없을 정도였지만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을 못 해 올해 안에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할 계획이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마이크로소프트(MS),야후는 한때 인터넷 산업의 표준을 이끌 정도로 시대를 풍미했지만 시장의 빠른 변화에 뒤늦게 대응하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자바 프로그램 언어로 1990년대 최고의 정보기술(IT) 기업으로 군림했던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고가 서버 수요가 급감하면서 올해 초 오라클에 인수됐다.
야후는 검색 엔진 분야에서 구글에 밀리며 1위 자리를 뺏기고 말았다. MS는 PC 운영체제 시장을 독점,지금도 제왕의 자리에 있긴 하지만 구글에 밀려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소니의 추락도 빼놓을 수 없다. 10년 전만 해도 소니의 워크맨은 지금의 아이팟처럼 최고의 인기 아이템이었다. TV,카메라,캠코더 등에서 소니를 따라잡을 기업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소니가 영화,음악산업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작 본업인 전자제품 분야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기 시작한 것.경쟁업체들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하고,혁신적인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삼성,LG전저의 공세에 최고 혁신 기업이라는 옛 명성을 잃고 말았다.
◆100년 1등 기업도 망한다
기업 세계에서 흥망성쇠는 100년 된 기업이라도 비켜가지 않는다. 이스트만 코닥은 거의 1세기 동안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디지털 사진기의 등장 이후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만회를 위해 약국 체인점 등에서 디지털 이미지를 인화할 수 있도록 장비사업을 벌이기도 했으나 변화된 소비 행태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코닥의 주가는 1997년 기록한 최고치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비디오 대여점 체인점으로 미국 전역을 휩쓸었던 블록버스터도 비슷한 사례다. 과거 VHS에서 DVD로 전환되는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았으나 디지털 영상으로 진화하는 새로운 트렌드을 따라잡지 못해 경쟁력을 상실하고,지금은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블록버스터의 최대 실수는 경쟁자인 넷플릭스가 우편 대여 형태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을 때 즉각 대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레드박스라는 회사가 1달러에 영화를 빌려주는 자판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블록버스터의 불행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시어스는 보험,금융,부동산,인터넷 등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월마트,타깃,아마존닷컴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말았다.
세계를 호령했던 이들 기업이 몰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The Other Side of Innovation(혁신의 또 다른 면)'의 저자인 비제이 고빈다라얀은 기업들이 세 가지 덫에 걸려 경쟁력을 상실한다고 분석한다. 첫 번째 덫은 낡은 장비와 시스템에 대규모로 투자하며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다. 1980년대 전기자동차를 가장 먼저 개발하고도 저유가 시대의 달콤한 맛에 길들어 대형 엔진 개발에 '올인'했던 GM이 대표적인 사례다.(세 가지 덫:장비와 시스템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거나 최고경영자(CEO)가 과거 성공에 안주하거나 전략적으로 현재 시장에 너무 집착해 미래에 대비하지 못한다는 것)
박동휘/김용준 기자 donghuip@hankyung.co.kr
그런데 최근 들어 인도계 경영인들이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힌두 철학, 나아가서는 인도 철학에 뿌리를 둔 경영 기법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유수 경영대학원의 교수 가운데 10%가 인도인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현대의 자본주의 철학과 인도 전통의 철학을 접목한 새로운 기업 운영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이런 조류를 ‘카르마 자본주의(Karma Capitalism)’라는 말로 정리하는데, 이 카르마 자본주의라는 말이 미국에서도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 힌두교의 한 파인 베단타철학에 정통한 작가인 스와미(스승, 철학자, 우리나라 스님이라는 말의 원어) 파르타사라티의 경우 미국의 자본주의 심장을 돌아다니면서 비즈니스 철학에 대해서 설파를 한다고 합니다. 10월말 <비즈니스위크>를 보면 파르타사라티는 필라델피아대학 경영대학원인 와튼 스쿨에서 비즈니스로 인한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또한 뉴욕에서는 벤처캐피털 리스트와 헤지펀드 매니저를 대상으로 부를 축적하려는 욕구와 어떻게 하면 내적 행복을 조화롭게 추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설명을 합니다.
인도의 경영 철학은 스와미의 가르침에 따라 다르지만 크게 봐서는 최고 경영자들은 돈 이외에 더 큰 무언가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과 회사는 단지 주주가치(Shareholder Value)만이 아니라 종업원, 소비자, 사회, 그리고 환경까지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필자가 미국의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수업을 받을 때 가장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말이 바로 “회사의 주인은 주주다”라는 것과 “회사는 주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그 반대의 얘기가 경영학 교수들에게서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는 모양입니다.
인도 철학에서 추출한 경영 방침에 대해 컨설턴트 겸 미시간대학 프라할라드 교수는 ‘포용 자본주의’라고 표현합니다. 프라할라드 교수는 영국의 권위지 <더 타임즈>가 선정한 경영학 분야의 사상가 3위로 선정된 인물입니다. 인도 철학에 바탕을 둔 경영 철학을 ‘카르마 자본주의’라고도 부릅니다. 이 같은 철학에 바탕을 둔 경영의 개념으로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 또는 섬기는 리더십(servant leadership)등이 있습니다.
GE의 제프 이멜트 회장에게 개인적인 코치 역할을 해주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출신의 람 차란이라는 인도인이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깨달음을 얻은 리더는 이기심이 없고, 주도권을 행사하되 결과나 금전적인 이득을 앞세우지 말아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인도의 철학이 현대 경영 방식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을 수 있으나, 실제로는 현대 경영 방식에 더 어울린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아(彼我)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보다는 원료 공급업자와 판매업자를 서로 남이 아니라 확장된 기업(Extended Enterprise)으로 여기다 보면 훨씬 더 상생의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공동창조(Co-creation)라는 용어도 인도 철학에 바탕을 두고 도입이 됐는데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와 공동으로 개발하는 방법론을 가리킵니다. 물론 상생 경영의 개념이 모두 인도 철학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를 기업 경영에 도입하자고 제시한 사람들은 상당수가 인도 출신이라는 사실도 부인하기 힘들다는 것이 <비즈니스위크>의 분석입니다. 이 같은 인도의 철학은 노키아나 카길 등 세계 굴지의 기업 경영에 반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비제이 고빈다라얀이라는 다트머스대학 경영대학원(턱 스쿨) 교수의 철학이 현재 기업의 혁신(이노베이션)에 관해서는 가장 인기가 높습니다. 그의 철학은 혁신에 있어서 카르마(인연, 업)를 강조하는데 어떻게 하면 기업들이 과거에 쌓아 놓은 업에 반응하지 않고 혁신을 통해 미래를 만드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 밖에 인도 출신으로 유명한 경영학 관련 교수들과 컨설턴트들이 많은데 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점은 모든 것이 상호 연결되어 있다(Interconnec-tedness)는 것이라고 <비즈니스위크>는 설명합니다.
10월29일자 영국의 <더 타임즈>에 따르면 하버드 경영대학원, 켈로그 스쿨(노스웨스턴 경영대학원) 등 미국의 주요 경영대학원의 강의안(실라버스)에는 인도 철학의 대표적인 경전인 바가바드 기타(Ghagavad Gita)가 들어 있다고 합니다. 1980년대, 1990년대 터프한 주주 자본주의가 유행했을 때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것이 경영학에서는 ‘손자병법’이었던 반면 2000년대 들어와서는 ‘바가바드 기타’로 점점 바뀌어 가는 듯합니다.
글: 고종원 조선일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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