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간관계와 인맥 이야기

화해

 

 

직장에서 동료 간에 갈등은 흔히 있는 일이다. 업무상의 의견충돌이 다툼으로 번지기도 하고, 성격적으로 불만스러운 부분이 갈등으로 드러날 때도 있다.
심지어는 사소한 문제로 시작된 말다툼 때문에 원수처럼 돌아서기도 한다. 이런 갈등과 다툼의 결과는 곧 후회하는 마음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골이 더 깊어지기도 한다. 또한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된다. 이는 직장생활에서 일반적으로 흔히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다투더라도 어떻게 하면 원만하고 현명하게 인간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까? 사례를 보자.

의류회사의 마케팅팀에서 일하고 있는 정수환(가명)팀장은 회사 설립 초기에 입사하여 13년이 흐른 지금까지 회사와 더불어 성장한 회사 토박이이다. 열정적이고 적극적이면서도, 사람들을 세심하게 돌보는 성격 덕분에 일도 잘하고 대인관계도 원만했다. 무엇보다도 회사가 어려울 때에도 동료들을 다독거리면서 마음을 합쳐 이겨냈기에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과 자기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런데 올해 초 회사에서 마케팅 능력 강화를 위하여 외국 학위를 따온 조민철(가명)박사를 스카웃 해오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회사의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는 정팀장은, 화려한 경력의 조부장보다 더 탁월한 능력을 회사에 보여주어야 했다. 성과를 인정받아 승진도 해야 했지만, 터줏대감으로서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 여겼다. 프로젝트를 협력하여 추진하면서도 정팀장은 조부장이 회사사정을 모른 채 통이 큰 생각만 하고 있다고 속으로 비판했다. 겉으로 드러내고 그런 불만을 말 할 수는 없었다. 직장생활에서 대인관계의 중요성을 모르는 그가 아니었다.

문제는 한 회식자리에서 일어났다. 조부장에 대해 속으로 불만과 비판을 쌓아왔던 정팀장이 식사자리에서 조부장의 기분을 자극하는 불편한 말을 하고 만 것이다. 다음날부터 정팀장과 조부장은 다른 직원들이 보기에도 냉랭한 관계가 되었다. 부장급 수장들의 마음이 틀어져 있으니 팀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주위에서는 정팀장에게 먼저 화해를 하라고 이야기했다. 정팀장은 비록 기분 나쁜 소리를 한 것이 미안하지만, 자기만 잘못한 것이 아니라 여기고, 자존심도 있으니 먼저 화해를 청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계속 이런 분위기로 가다가는 부하들도 일을 제대로 못하고 정팀장과 조부장의 시너지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프로젝트의 성공여부도 불투명해지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불편하게 돌아가자, 정팀장이 코치를 찾아왔다. 코치가 판단하기에, 정팀장과 조부장의 성격에 공통점이 있었다. 둘 다 자기 일에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반면 자기가 이룬 성과에 대해서 은근히 과시하기를 좋아하고 무슨 일이든지 자기가 주도하고 돋보여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정팀장은 사람들 사이에서 자기가 튀고 싶고, 사람들을 통솔하고 싶어하는 무의식적 욕구가 컸다. 다만 '너무 그렇게 하면 좋지 않다'는 사회적인 생각 때문에 그 욕구를 다 드러내지는 못하고 참아왔던 것이다. 그런데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조부장은 돋보이고 싶은 자기 욕구를 숨김없이 표현하고 자기 생각을 과감하게 주장했다. 이런 조부장의 모습을 보면서 정팀장은 자기의 억눌렸던 욕구가 자극이 되면서 자기도 모르게 기분이 나빠지고, 그가 하는 이야기라면 일단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게 되었던 것이다.

 

코치는 본란의 지난 7회(부하직원의 불만을 승화시키는 법) 연재문에 나와 있듯이 진심으로 사과하는 방법에 대해 정팀장에게 설명했다.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부족한 점을 알게 해준 상대방에게 감사하라는 내용이었다. 설명을 이해한 정팀장은 코칭 후 조부장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미안했다는 말을 건 낸 후, 스크린 골프를 하면서 화해를 하였다. 자기의 경솔한 언사에 대해 조부장에게 용서를 구한 것이었다. 조부장도 정팀장의 마음을 받아들여서 자기의 튀는 발상을 인정한다고 했다. 그런데 한 달 쯤 후에 정팀장이 다시 코치를 찾아왔다.

 

 

정팀장은 진심으로, 순수하게 사과한 것이 아니었다. 본인 스스로는 진심이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의 무의식에서는 '나도 잘못했지만 너도 잘못한 게 있잖아. 그래도 내가 먼저 사과할게. 화해를 해야 나도 좋고, 팀원들도 편하고 프로젝트도 완성하지 않겠어?’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리고 '내가 먼저 사과하면 저쪽도 마음을 풀겠지’하는 기대도 품고 있었다.

이런 마음으로 화해할 경우에 정팀장의 사과를 받은 조부장처럼, 표면적으로는 상대방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화해를 한 것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사과하는 사람의 무의식에 어떤 행위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난다는 계산이 작용하기 때문에, 다시 말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마음의 순수성에 결함이 있기 때문에 진정으로 화해하기는 어려워진다.

사과를 받는 입장에서는 '말로만 사과하네. 자기 잘못도 모르면서…’라며 상대방이 가식적이라고 느끼고, 사과하는 입장에서는 '내가 이렇게 사과했는데도, 나를 형식적으로만 대하다니…’라고 만족스럽지 않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 한구석에 미세한 응어리가 있으면 화해의 효과가 크지 않다. 화해하고 얼마간이 지나면 다시 기분이 언짢고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과할 때에는 자기 행위의 결과에 대해서 기대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화해를 청할 때에는 '진심으로', '순수하게'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방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자기의 행위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깊이 있게 자기의 잘못은 인정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참다운 화해가 된다.

만약 상대방에게 정말로 용서를 받았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내가 상대방을 용서하고 상대방에게 관용을 베풀려고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상대방을 용서하고 관용을 베풀겠다는 생각은 곧, 상대방도 잘못이 있다는 생각이 남아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 무의식을 스스로 통찰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지금까지 표면의식으로 말하고 보고 듣고 느끼며 살아왔기 때문에, 자기가 그렇게 느끼게 된 무의식적 생각의 흐름은 파악할 수 없다. 무의식이라는 것이 있는지 조차도 인식하지 못한다. 그저 자기에게서 떠오르는 생각대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화해를 할 때에 자기 행위에 대해 계산을 했는지, 기대를 했는지 자기는 잘 모른다. 또 진심이 아닌데도, 진심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만약에 화해를 한 후 '내가 먼저 사과했으니 내가 마음이 더 넓은 거야.‘, '사과는 했지만 자존심이 상한 것 같아.‘, '내가 사과했는데도 여전히 상대방이 퉁명스럽네.', '내가 할 건 다 했어.' 라는 생각이 든다면 진심으로 화해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자기 행위의 결과를 따진 것이다.

정팀장과 같이 자기 능력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큰 사람이라도 '100% 내가 잘못했다'고 깊이 있게 인정하는 사람은 자기의 행위가 개선된다. 따라서 상대방을 더 관대하게 대하고 더 깊이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한다. 자기의 부족함을 알게 해 준 상대방에게 고마운 마음까지 느끼게 된다. 이럴 때 비로소 상대방의 불편한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고, 오히려 자기가 옹졸하게 굴었음을 사과해 온다. 진정으로 화해가 되면서 관계의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누구와 다툰 후에 아직까지 화해하지 못했다면, 먼저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화해를 청해보자.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면서 홀가분하고 편안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보다 더 관대해진 자기를 발견하고, 사람들과 진정어린 상생의 관계를 누리게 될 것이다.

[저자소개] 신병천 고문
  • -[現] 커뮤니온 코칭 센터 마스터코치
  • -[現] 참나실현회 회장
  • -[現] 컨설팅그룹(주)에너자이저 고문
  • -[現] 월간 <행복한 인생> 칼럼니스트
  • -[現] 삼성SDS 멀티캠퍼스 리더십 코치
  • -[現] 글로벌 HR 컨설팅 칼럼니스트


'인간관계와 인맥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점 볼래? 장점 볼래?  (0) 2011.03.19
교만  (0) 2011.03.01
만남의 차이   (0) 2010.09.18
트위터의 명암  (0) 2010.08.07
0 순위 아내  (0) 2010.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