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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모음

그것마저 내려 놓지 그래?

 

 

"세상이라는 거친 바다를 혜쳐 나가야 하는 젊은이는

그 출발점에서 항해에 필요한 여러가지 짐들을 옮겨 싣는다.
그 짐에는 '사랑', '성공', '출세'등 이런 저런 이름표가 붙어 있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바다는 워낙 거칠고 험하기 때문에

그 모든 짐들을 싣고 가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숱한 사람들은 남들보다 앞서가기 위해 짐을 하나씩 던져 버리기 시작하는데

이러기를 잘하는 사람은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 마련이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목적지에 남들 보다 일찍 도착할 수는 있겠지만
불행하게도 도착해서 보면 그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실려 있지 않은 공허한 배일뿐이다."

가끔씩은 슈바이처박사가 한 이 말을 가슴속에서 꺼내어 견주어 볼 때가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이 긴긴 항해에서 나는 제일 먼저 어떤 이름이 붙은 짐을 던져 버릴 것인가 하는...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있겠습니까만 꼭 버려야만 하는 때가 온다면
나는 무엇을 먼저 버릴것인가,

그리고 내 인생 마지막까지 남겨 두어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하는……

한번도 그럴 수 있으리라 자신한적은 없지만 늘 가슴속에 심어둔 해답 하나

결국에 모든 것 다 버려야 하는 날이 온다 해도
내 인생 마지막까지 버리지 않아야 한다고 끊임없이 고집하는 것은

바로 '사랑'이라는 이름표가 새겨진 짐입니다.

-박성철 '산문집' 중에서-

 

글쎄...

혹시 그 사랑의 짐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면

나는 그것 마저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싶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우리가 만들어 낸 그 많은 모순들을 굳이 숨길 필요가 있을까?

사랑 때문에 미워하고

사랑 때문에 강요하고

사랑 때문에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을 정당화한 일상과 역사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그 모든 사랑이 남을 향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결국 자신을 향했기 때문에

어쩌면 사랑은 모든 잘못된 것들의 받침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차라리 목적지를 사랑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목적이 분명하면 내가 들고 가야할 짐과 내려 놓아야할 짐이 분명해진다.

그래서 빨리 목적지에 도착한다면 그것은 결코 공허할 수 없다.

사랑하는 목적지에 빨리 도착했으므로, 또한 다음 목적지를 사랑할 수 있으므로...

 

그러므로 우리가 사랑해야할 목적지 또한 분명해야한다.

부정적 의미가 담긴 '세속적인'이란 수식어의 범주에 든 목적지라면 '공허'는 그의 친구다.

 

나를 위해 산다는 것, 또는 다른 사람을 위해 산다는 핑게로 자신의 삶을 포장하는 것

이 모두 본질적으로 '공허'에 뿌리를 박고 있다. 

진정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는 삶,

그것을 위한 '사랑의 짐'이라야 충만을 향해 뿌리를 뻗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참 어렵다, 나를 버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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