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글자를 고쳐주는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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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때 원매(袁枚)가 말했다.
“시는 한 글자만 고쳐도 경계가 하늘과 땅의 차이로 판이하다.
겪어 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가 없다.”
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삶의 맥락도 넌지시 한 글자 짚어 주는 스승이 있어,
나가 놀던 정신이 화들짝 돌아왔으면 좋겠다. (정민, 일침(一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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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 모두 얼어 꺾이려 해도 (萬木凍欲折)
외로운 뿌리 따뜻함을 홀로 품어서 (孤根暖獨回)
앞마을 답쌓인 깊은 눈 속에 (前村深雪裏)
어젯밤 몇 가지 꽃을 피웠네 (昨夜幾枝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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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말기 제기(齊己)라는 시승(詩僧)이 밤새 피어난 설중매를 보고 ‘조매(早梅)’라는 시를 지은 후
당대의 유명한 시인이었던 정곡(鄭谷)에게 가르침을 부탁했습니다.
시를 읽은 정곡은 ‘작야기지개(昨夜幾枝開)’의 기(幾)를 일(一)로 고치면 제목인
‘이르게 핀 매화’에 어울리겠다고 했습니다.
과연 ‘몇 가지 핀 매화’를 ‘한 가지 매화’로 바꾸니
‘이르게 핀 매화’가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제기는 정곡에게 엎드려 절했습니다.
한 글자를 지적하고 고쳐준 정곡이 자신의 시를 높여준 스승이었기 때문입니다.
정곡(正鵠)을 찔러 바로 고쳐준 정곡(鄭谷)이 그에게는 한 글자로 가르침을 준
일자사(一字師)였던 것입니다.
일자사(一字師)는 원 포인트 코칭을 해주는 스승입니다.
핵심이 되는 한 부분을 고쳐줌으로써 돋보이게 해주는 스승입니다.
따끔한 일침을 놓아 만병을 고쳐주는 스승입니다.
우리 삶에도 이런 스승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삐뚤어진 마음 하나를 지적해 주는 스승,
흐트러진 자세 하나를 짚어주어 바르게 설 수 있도록 하는 스승,
제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문제의 정곡을 찔러 주는 스승 말입니다.
오늘도 삶의 시를 씁니다.
오(惡)의 마음을 애(愛)의 마음으로 고쳐주는 스승,
노(怒)의 자세를 정(靜)의 자세로 바로 잡아주는 스승,
그리하여 슬픈(哀) 시를 기쁜(喜) 시로 바꾸어 주는
그런 일자사(一字師)가 그리운 오늘입니다
.............스승의 날에 박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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