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과정 수업이 진행되는 강남파이낸스센터 39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 휴비스 문성환 대표를 만났다.
오후 5시 45분, 수업 시작하기 15분 전이다.
문 대표는 “젊어서 하지 못한 교양 교육을 이제라도 하게 되어 기쁘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앞으로의 수업에 대한 기대감이 큰 표정이었다.
요즘 들어 경영인들이 인문학에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는 말에 그는
“다른 인문학 조찬모임에는 수백 명이 몰린다”며 그 열기를 확인시켜주었다.
경영인들 사이에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그야말로 뜨겁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에서 진행하는 AFP 2기 과정은 정원을 45명으로 늘렸는데도 경쟁률이 무려 3:1에 달했다.
이 중에 임원급 이상 경영인이 30명 가까이 된다.
AFP는 ‘Ad Fontes Program’의 약자다. ‘아드 폰테스’(Ad Fontes)는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에라스무스가 주창했던 구호로
‘원천으로’라는 뜻의 라틴어다. 인문학이 모든 학문의 원천이자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는 모태라는 뜻에서 이름을 지었다고
이태진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장은 설명한다.
수업이 진행되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파트너스라운지는 수업 시작 시간이 되자 거의 모든 자리가 채워졌다.
평일 오후에 진행되는 수업이지만 지각생이나 결석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 2시간짜리 강의 2개가 연속으로 진행된다. 첫 강의와 둘째 강의 사이에는 석식이 제공된다.
■“경영은 단순한 숫자가 아냐”■
취재 당일은 2기 과정 두 번째 주 수업으로 사진작가 정연두 씨가 ‘의미 있는 사진, 사진 속의 의미’라는 주제로
강의를 시작했다. 경영인들과는 참으로 먼 주제라고 느껴졌지만 수업에 임하는 수강생들의 태도는 매우 진지했다.
수업은 정연두 작가의 작품을 함께 보며 작품의 의도와 작품 진행과정에서의 뒷이야기들을 곁들이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꿈을 이뤄주는 ‘내사랑 지니’ 시리즈는 특히 인기가 있었다.
강의 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경영인들의 진짜 관심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생계유지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필두로
“밑천 장만은 어떻게 하나”, “에디션이 몇 개나 되나”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경영인들은 예술작품의 미적 표현력보다는 ‘예술작품의 유통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이
더 커보였다.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 김영섭 LG CNS 부사장(CFO)에게 사진 강의가 도움이 되었냐는 우문을 던졌다.
김영섭 부사장은 “사진 작품을 통해 모든 현상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는 현답을 주었다.
김영섭 부사장은 “전략, 마케팅,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등 평소에 경영관련 서적을 많이 읽는다.
하지만 자연과학이나 역사, 철학 등 보다 본질적인 학문에 목이 말라 있던 터”였다고, 이번 과정 수강에 대한 동기를 밝혔다.
김영환 KT전무는 경영인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다.
“경영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며 운을 뗀 김영환 전무는 “우리의 대상은 고객이고, 고객은 사람이다.
우리는 당연히 사람을 알아야 한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해 왔고 어떻게 생활해 나갈 것인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며 인문학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수업이 10시까진데 피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일주일에 한 번뿐인 수업이 조금 아쉽다는 반응들이다.
수업을 들어보면 조는 사람 하나 없다며 다들 자기관리가 대단한 분들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재훈 기자(huny@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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