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GDP 규모에 비해 대기업이 적다. 수출의 대부분을 강소기업들,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초일류 중소기업들이 거의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히든 챔피언들이 독일경제의 가장 큰 버팀목이다. 국내 소비자는 물론이고 심지어 독일 사람들도 히든 챔피언 기업들을 잘 모른다. 하나하나 보면 초우량 기업들인데, 대중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히든 챔피언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 중 그나마 알 만한 회사들은 주로 소비재 회사들이다. 예컨대 테트라(Tetra)는 화학자가 만든 회사다. 박사 과정에 있을 때 여러 가지 실험을 하다가 어떤 열대어 모이를 만들게 됐다. 그걸 가지고 테트람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전 세계 열대어 모이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독일시장에서 열대어 모이시장이라면 크지 않겠지만 전 세계 모이시장이면 규모가 작은 것이 아니다.
브레인랩(Brainlab) 같은 회사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활동을 할 것 같다. 외과 수술을 할 때 아무리 명의라 하더라도 수술은 사람이 하기 때문에 실수가 있을 수 있다. 브레인랩은 자동차의 내비게이터처럼 외과의사가 수술을 할 때 수술 기구가 현재 어디에 있는가를 정확히 알려주는 수술용 내비게이터이다.
이런 회사 중에서 주목할 회사가 에네르콘(Enercon)이라는 회사이다. 에네르콘은 풍력 터빈을 만드는 회사로 전 세계 특허의 40%를 갖고 있다.
히든 챔피언들의 실적을 보자. 이들 회사는 불황을 별로 타지 않는다. 이들 회사는 지난 10년간 년 1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왜 그들은 그렇게 불황을 타지 않고 성장을 거듭하면서 세계시장을 재패하고 있을까? 우리가 그들에게 배울 것은 무엇인가?
첫 번째, 이 회사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경영진이 아주 야심차다.
경영진이 내세우는 비전이나 목표가 시시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황당하지도 않다. 힘들지만 꼭 해볼 만한, 해낼 수 있는 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를 위해서 쉴 새 없이 가고 있는 분위기가 기업문화에 배어 있다. 아주 높은 목표이지만 충분히 하면 해낼 수 있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두 번째, 틈새시장에 집중한다.
틈새시장에 워낙 집중하다 보니까 그 틈새에 대한 이해가 유난히 깊다. 흔히 이들이 하는 얘기는 “우리는 전문가다, 우리는 우리의 핵심역량에 집중한다, 우리는 작은 시장에서 거인이 되고 싶어한다”이다. 틈새시장에서 거인이 되겠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빈터할트라는 회사가 대표적이다. 우리가 브랜드는 모르지만 알게 모르게 이 회사 제품을 많이 쓰고 있다.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쓰고 있는 세척기를 주로 만드는 회사이다. 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이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여지는 폭을 넓히는 전략이 있을 수 있고, 깊이를 깊게 하는 전략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회사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히든 챔피언들은 깊이를 더 깊게 파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옆으로 넓히지 않고 호텔, 레스토랑과 직접 관련된 분야에 더욱 집중하는 틈새집중전략을 쓰고 있다.
세 번째, 글로벌리제이션이다.
브리타의 경우를 보면 영어도 잘하지 못하면서 정수기 제품이 좋으니까 그냥 정수기를 들고 미국으로 갔다. 약국에 들어가 얘기하면서 이 제품을 시연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주인이 보니까 촌놈 같고 하니까 들어줬다는 것이다. 그런데 워낙 제품이 좋으니까 소비자들 반응이 온 것이다. 그렇게 금방 주문이 들어오고 성장했다고 한다.
히든 챔피언들 역시 전망이 밝은 시장으로 중국을 보고 있다. 중국시장이 빨리 성장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어 가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전 세계의 소비재를 중국에서 많이 생산한다는 얘기인데, 소비재를 생산하는 공장을 대부분 히든 챔피언들이 만들었다. 세계의 소비재는 중국이 만들지만 소비재를 만드는 공장은 우리가 만든다고 하는 것이 히든 챔피언들이 하는 말이다.
세계화야말로 이들의 성장의 원동력인데, 히든 챔피언들은 전문화와 세계화를 결합시키고 있다. 이들은 100% 자회사를 통해 세계시장에 진출하는데,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정말로 필요한 고객 서비스 기능은 남에게 맡길 수 없다는 철학이 강하기 때문이다.
네 번째, 고객과의 관계다.
이들 회사의 직원 중 MBA출신은 많지 않다. 이들이 마케팅 전문가는 아니지만 고객 전문가라 할 만큼 고객과 엄청난 시간을 보낸다. 하나의 일화로 복사기 부품을 만드는 렌쯔사가 싱가포르에서 상담할 일이 있었는데 하다 보니까 자기네가 파는 제품을 엔지니어가 고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사람이 얘기하다 말고 자기가 고치겠다고 그 자리에서 양복을 벗고 제품을 고쳐줬다고 한다.
히든 챔피언들의 전략적 경쟁우위는 대체로 고객과 직접 관계된 것이다. 서비스라든가 품질, 어드바이스 등 고객과의 관계와 직결되는 것이 이 회사들의 강점이다. 그런데 가격이 문제이다. 가격은 워낙 제품이 좋기 때문에 좀 비싸다. 그래서 가격경쟁력은 약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제품이 좋기 때문에 비싸게 가격을 책정한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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