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키우기는 이제 그만…돈 될 기업만 산다 | |||||||||
`승자의 저주` 잇따르자 신중 모드로 전환 하이닉스 효성만 응찰…대우건설에 무관심 "주가 오른후 가격에 거품" 시간벌기 시각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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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수ㆍ합병(M&A) 시장은 인기 없는 낚시터 꼴이다. 낚시터에 손님이 뚝 끊긴 이유는 낚시꾼들이 탐낼 만한 때깔 좋은 물고기가 없어서다. 과일가게에 비유하면 너무 비싸거나 흠집난 과일을 쌓아 놓고 손님을 찾는 형국이다. 현재 M&A시장에 나온 매물은 하이닉스반도체, 대우건설, 금호생명, 동부메탈, 대우인터내셔널, 현대종합상사 등으로 이들 기업만 따져봐도 예상 매매금액이 최대 14조원에 이른다. 내년 이후 매각될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등을 합하면 20조원을 훌쩍 넘는다. 그나마 금융권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은 매각 시기가 다소 늦어져도 산업에 미치는 피해는 작겠지만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위해 불가피하게 매각을 결정한 기업들이 제때 팔리지 않으면 경제 전반에 악영향도 염려된다. ◆ 甲과 乙 가격 온도차 워낙 커 = 지난 22일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이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효성 단 한 곳만이 응찰했다. 세계 2위 D램 업체치고는 초라하다. 하지만 업계에선 외국계 자본 참여를 배제한 상황에서 흥행 참패는 이미 예고됐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자산규모 8조원대 효성이 13조원대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고 나서자 증권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효성 주가는 23일 하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24일도 급락세를 이어갔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우건설과 금호생명 매각을 추진 중인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대우건설 풋백옵션 행사일이 12월 15일로 다가와 매각을 늦출 여유가 없지만 M&A 성사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대우건설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은 29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받기로 했지만 인수 희망자는 미국 벡텔과 파슨스,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 유럽계 퍼미라(Permira) 등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아직 공개적으로 인수 의사를 표명한 곳이 없다. 동부그룹도 동부메탈 인수를 희망한 산업은행과의 가격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파는 측과 사는 측의 `온도차`가 워낙 크다. 그나마 규모가 작은 현대종합상사 매각은 탄력을 받는 편이다. 한 차례 매각 협상이 불발됐지만 채권단은 이달 말까지 다시 인수의향서를 받아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STX, 현대중공업 등 5~6곳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종합상사 매물인 대우인터내셔널도 내년 상반기께 매각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외자원 자산평가 결과에 따라 매각규모가 4조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며 포스코, SK, GS, 한화 등 잠재 인수후보도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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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미엄이 아닌 디스카운트 필요" = 한때 과열 양상까지 보였던 국내 M&A시장이 숨고르기를 하는 것은 일단 매력적인 매물이 적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수 후 곧바로 `캐시카우`가 될 수 있거나 경기사이클을 덜 타는 매물은 적은 반면 채무가 많거나 고평가된 매물이 많다는 얘기다.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M&A는 가치가 있는 기업을 얼마나 싸게 사느냐가 핵심인데 지금은 시장 가격이 싸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장 일각에선 하이닉스를 굳이 연내에 매각하려면 `프리미엄(할증)`이 아니라 `디스카운트(할인)`가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로펌 M&A 담당 변호사는 "지나치게 비싸거나 흠집이 난 물건, 타인이 어쩔 수 없이 파는 물건 등이 많은 상황"이라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좋지 않아 자금을 빌리기도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승자의 저주`가 아직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도 문제다. 금호아시아나는 대한통운과 대우건설을 잇달아 인수했지만 자금난으로 대우건설을 다시 매물로 내놓는 상황이 됐다. 한화도 대우조선해양을 포기한 뒤 이행보증금 반환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다. 세계적인 건설장비 업체인 밥캣을 인수한 두산그룹도 자금난으로 계열사들을 팔아야 했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레버리지 바이아웃(LBOㆍ차입인수)`도 여의치 않다. 금융권 역시 본업 외에는 공격적 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고 국외에서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이유로 매각 방식에 한계를 둔 점도 결과적으로 시장 위축을 가져왔다. 이가근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는 국외에 내놓는다면 굉장히 훌륭한 매물"이라며 "국내에 인수자가 없어서 쩔쩔매는 셈"이라고 말했다. [신헌철 기자 / 이승훈 기자 / 황시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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