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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골프를 치기 전에 메너를 먼저 배워야

 

 

캐디의 눈에 비친 아마추어 골퍼들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들이 말하는 내용이야말로 우리나라 아마추어 골퍼들의 자화상 아닐까요.

이번 주 golf&은 골프장 캐디의 입을 빌려 아마추어 골퍼의 유형을 정리해 봤습니다.

아래의 에피소드는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일이랍니다.

당신은 어떤 유형의 골퍼인가요.

■야누스형
두 얼굴을 가진 골퍼. 말 그대로 야누스다.

두 얼굴을 가졌다. 캐디들은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해야 한다.

동반자들이 있을 때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짓지만

캐디랑 둘만 남겨졌을 때는 표정이 180도로 변한다.

내기할 때 돈을 따면 방긋 웃다가도, 잃으면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린에서 라인이라도 틀리게 읽으면

싸늘한 말투로 캐디를 식은땀 나게 하는 골퍼다.

표정이 돌변하는 걸 주변 사람들이 눈치채게 한다면 어설픈 야누스다.

진정한 야누스는 캐디만 안다.

■작업형
“언니~. 우유에는 딸기 우유도 있고, 초코 우유도 있고, 바나나 우유도 있는데

내가 만든 우유는 뭐~게?”

“뭔데요?”

“아이 러브 유~.”

작업형 골퍼를 만나면 닭살이 절로 돋는다.

이런 경우도 있다.

“언니야! 천천히 걸어다녀.”

“왜요.”

“언니, 매력이 뚝뚝 떨어지잖아.”

또 있다.

“언니, 아버지가 보석상 하셨어?”

“아뇨.”

“그럼, 누가 우리 언니 두 눈에 보석을 박아놨을까.”

이 정도면 뭐 그래도 애교 수준이다.

하지만 작업형들은 이쯤에서 그치지 않는다.

“휴대전화 번호 찍어달라”

“쉬는 날 기숙사로 차를 보내겠다” 등 별별 얘기를 다 한다.

■투덜이형

앞바람이라고 투덜. 뒷바람이라고 투덜. 거리 길면 길다고 투덜. 짧아도 투덜. 설명해 주면 말 많다고 투덜. 안 해주면 무뚝뚝하다고 투덜. 앞 팀이 빠르면 안 보인다고 투덜. 그늘집에 먹을 게 없다고 투덜. 먹고도 맛없다고 투덜. 볼 안 맞아도 투덜. 뭐, 그리 불만이 많은지.

■거북이형
말투부터 행동까지 말 그대로 ‘거북이’다. 준비할 때도 꼼지락꼼지락, 하루 종~일 걸린다. 어드레스할 때는 장갑 끼고, 티펙 꽂고, 볼 놓고, 방향 맞추고, 다시 쪼그려 앉아서 또 방향 맞추고…. 슬로 비디오가 따로 없다. 그런데 아직 스탠스도 안 취했다.

드디어 시작되는 빈 스윙. 세 번 이상은 기본이다. 그래도 여기서 샷을 하면 다행이다. 어드레스를 다시 푸는 이도 있다. 가끔 “어? 배꼽 나왔네” 하며 티를 뽑으면 살인 충동까지 느낀다. 스탠스를 취한 뒤엔 궁둥이를 씰룩씰룩하며 왜글에 들어간다. 하나 둘 셋~. 숨 넘어간다. 어쨌든 어드레스 긴 사람치고 볼 잘 치는 이가 없다. 거북이형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기가 ‘느리다’는 점을 모른다는 것이다.

“언니, 우리 플레이가 늦은 편이라고? 그럴 리가 없어.”

“헉.” 답이 안 나온다.

■조급형
어드레스가 없다. 티펙 꽂고 빈 스윙도 없이 바로 친다.

진행이 안 된다 싶으면 티잉 그라운드에서 서너 명이 동시에 샷건을 하기도 한다.

조급형의 특징은 끼리끼리 모인다는 것.

동반자들도 다 조급형이다.

거리를 부르는 찰나에 클럽 다 뽑아서 간다.

온그린시키면 바로 카트로 와서 퍼터까지 챙겨간다.

“고객님, 핀~” 하는 사이에 이미 2명이 퍼팅을 한다.

신기하게 이런 팀들은 퍼터를 잘한다.

스코어 따위도 절대 연연해 하지 않는다.

첫 홀은 무조건 ‘일파만파’ 아니면 ‘무파만파’다.

뒤에서 볼 때 그린에 올라가기만 하면 사라지는 앞 팀이 있다면 바로 이런 유형이다.

캐디로서는 좋지만 좀 정신없는 게 흠이다.

■네탓이오형
잘 치면 무조건 자기가 잘 쳐서다.

볼이 핀에 붙으면 꼭 이렇게 말한다.

“언니가 불러준 것보다 5m 덜 봤다.”

만약 거리가 길었을 때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분명히 6번은 길다고 조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6번으로 친다. 아니나 다를까.

그린을 훌쩍 넘어간다.

바로 쇳소리가 섞인 한마디가 날아온다.

“언니야. 145m 아니다. 이 언니가 자꾸 거리를 길게 보네. 일한 지 얼마나 됐어.”

그러다 버디라도 잡으면 잘난 체를 한다.

“언니야. 내가 사실 언니가 본 것보다 더 많이 봤어.”

■집착형
모든 것에 집착하는 골퍼다.

가장 기본적으로 골프공에 집착한다.

공이 분명히 워터 해저드에 빠지면서 물까지 ‘파바박’ 튀었는데도

“언니! 볼 못 찾나? 새 볼인데”라며 애꿎게 캐디만 쳐다본다.

거리가 좀 안 맞았다 싶으면 홀마다 캐디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힌다.

“언니, 왜 아까 거기서 155m 본 거야? 내리막인데.” 뭐 이런 식이다.

골프공만 찾으면 양반이다.

티샷을 할 때마다 날아간 티펙 하나를 찾기 위해 헤매는 골퍼도 많다.

■나는 왕이다형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이다.

한번 그 자리에 서면 꼼짝도 하지 않고 캐디를 부른다.

“언니야, 5번~.” 허겁지겁 달려가면-. “아니, 6번~ 줘야겠다.”

숨이 막힌다.

이 유형은 말투도 명령형이고, 행동도 자기 멋대로다.

클럽이고, 골프공이고, 물이고 모든 것을 다 갖다받쳐야 한다.

비가 오는 날, 이 유형을 만나면 곤욕을 치른다.

“언니, 그립 안 젖게 수건으로 싸고 있다가 줘. 퍼터하게 우산 좀 들고 있어라.”

글=최창호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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