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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멀티테라피

 

예술로 마음의 병 치유하는 ‘멀티테라피’
자격증만으로 취직한다는 착각은 금물

마음의 감기’라고 말하는 우울증을 비롯해 ADHD까지 그림과 오감을 자극하는 치료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름 하여 멀티테라피. 특히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증폭되는 멀티테라피의 세계가 궁금하다.

Part 1 ‘멀티테라피스트’가 되고 싶다면? “상대방의 아픔을 이해하는 게 첫걸음”
그림, 음악, 심리학 등 접목한 멀티테라피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두꺼운 붓에 원색 그림물감을 묻혀 흰 종이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아이가 보인다. 또 다른 방에는 초콜릿을 만드는 아이도 있다. 여긴 미술학원도, 요리학원도 아니다. 그림을 바탕으로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멀티테라피연구소다.
멀티테라피란 한의학의 바탕이 되는 사람의 체질과 오행 철학, 서양의 철학과 심리학을 접목하고 여기에 그림, 음악, 신체의 오감을 다양한 요소로 결합하여 만든 새로운 치료법이자 학문이다. 멀티테라피는 사람의 눈을 자극하는 그림 치료, 귀를 자극하는 음악 치료, 코를 자극하는 아로마테라피, 미각에 자극을 주는 푸드테라피 등이 동원된다. 그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연상 운동을 통한 그림 그리기다.
멀티테라피협회 장성철 소장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잠재된 스트레스를 자연스럽게 풀어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육체적인 질병까지 치유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즉 몸과 마음의 가벼운 질병을 치유할 뿐만 아니라, 몸이나 환경의 문제로 쉽게 올 수 있는 심리적인 문제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시험 전 지나치게 긴장해 고민이 많았던 학생의 경우,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멀티테라피를 받은 뒤 이번 수능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둔 일도 있다고 한다. 사춘기 청소년이 지나치게 예민하고 감정 조절에 힘들어하고 의욕이 저하되었을 때 치료를 받아 효과를 본 사례도 있다. 이렇게 멀티테라피는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부터 우울증을 앓는 어른까지 치료가 가능하며, 힘든 시기에 조절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어 예방 차원에서 많이 활용된다.

그림을 통해 심신의 상태를 파악
그렇다면 멀티테라피는 미술 심리 치료와 어떻게 다를까? 미술 심리 치료가 그려놓은 그림을 분석하는 방법을 사용한다면,멀티테라피는 그림을 그리면서 내면의 심리 상태와 신체의 상태까지 분석이 가능하다. 장 소장은 “이러한 그림 치료로 그림을 판독하여 개인에게 맞는 조건을 처방해줄 뿐만 아니라, 자기반성을 통해 내면의 진정한 아름다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멀티테라피는 병원에 가면 문진을 통해 아픈 곳을 확인하듯 흰 종이에 제약 없이 그림(자유 드로잉)을 그리게 한다. 대개 이 그림으로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데, 이는 자신의 심리 상태를 자연스럽게 나타낼 수 있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림 심리 진단법에 따라 판독을 하고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고 감각을 자극하며, 감정을 조절하고, 그림으로 요가·명상하는 단계를 거치면서 치료를 받는다.
이러한 과정으로 주 1회 50분간 기본 3개월부터 복합 ADHD 환자의 경우 약 1년간 치료를 받는다(물론 개인차에 따라 다르다).

‘나’를 먼저 사랑하고 이해하는 것은 필수
그렇다면 취업을 위해 멀티테라피를 공부하는 주부들은 어떤 생각으로 도전했을까? 현재 전수자 과정을 공부하는 김재선(43)씨는 미술에 관심이 많아 아동미술 심리 치료를 공부하다 우연히 멀티테라피를 알고 전향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학교에서 반복된 주입식 교육을 받은 덕에 문제와 정답이 구별되지 않는 이곳의 수업 방식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배우고 있어도 아무것도 모르고 수업이 끝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되었는데,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나니 조금씩 답이 보였다고.
색채연구소에서 색채 관련 강의를 하던 윤민정(40)씨는 색채 심리 부분에 대한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멀티레라피를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윤민정씨는 멀티테라피스트로 활동 중이다.
“저요? 잔소리꾼에다 예민해서 시댁이나 남편 스트레스를 아이들에게도 풀기도 하고, 한마디로 아이들과 소통이 잘 안 되는 엄마였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하다 보니 지금은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줄 수 있는 엄마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윤씨의 경우 둘째 아이를 낳고 산후우울증이 심했다. 그 영향으로 큰아이는 심한 ‘음성틱’을 동반한 불안장애까지 왔는데, 공부를 하면서 아이가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변화에 지금은 강사로 활동 중이다.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한 정인순(33)씨는 편집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반복되는 야근으로 두 아이에게 늘 미안했는데, 과감히 그만두고 우연히 만난 멀티테라피의 매력에 빠진 사례.
정씨는 “내가 먼저 나를 사랑하고 나를 이해해야 한다는 진리를 깨닫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말한다. 만만치 않은 수강료도 부담되었지만, 자신을 위해 과감히 투자를 했다. 다만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 분당뿐이어서 집이 수원인 정씨의 경우 이동 거리가 부담이 되었다고 한다.

자격증 취득 후에도 자기 개발이 동반되어야 성공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 가야 할 것은 단순한 기술 습득으로 직업을 삼는 것은 위험부담이 있다는 사실이다. 주부들이 범하는 오류 중 하나가 새로운 직종의 자격증을 취득하면 바로 현장에 투입되어 일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CS솔루션 최정아 소장은 “오로지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자신의 적성과 가장 부합되는 자격증을 취득했다면 끊임없이 자기 개발의 시간을 갖고 노력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한다.
특히 멀티테라피스트의 경우 상대방의 아픔을 이해하고 충분한 대화로 이끌 수 있는 자질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다.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폭력과 거친 말 등 돌발 행동을 하는데, 이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간혹 치료시 상대방의 감정이 전이되는 경우도 있어 강사를 위한 슈퍼바이징 치료를 주 1회 받는다.
앞에서 만난 멀티테라피스트들은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고 본인의 노력이 필요한 과정이며, 자신이 치유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해봐야 다른 사람의 치유 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취재 최은영 리포터 solcp@hanmail.net 사진 박경섭 도움말 최정아 소장(CS솔루션) 촬영 협조 멀티테라피협회(www.mulititherap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