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이 고객에게 파는 것은 밥이 아닙니다. 행복한 시간을 팔아야 합니다."
"외식업은 애프터 서비스가 아니라 'before service'를 해야 합니다."
"저는 상가나 예식장에서 밥을 먹지 않습니다.
한 끼 식사도 새로운 곳에서 합니다.
1년에 600번의 벤치마킹 기회를 왜 헛되이 씁니까."
'놀부보쌈', '사월에 보리밥'으로 유명한 외식업계 '마이다스의 손' 오진권씨의 강의에 대기업 CEO와 임원들이 열심히 노트를 한다. 업(業)의 본질은 결국 통하기 마련이다. 라면, 칼국수, 돼지갈비, 삼겹살, 해산물 뷔페, 보쌈, 보리밥, 일본식 짬뽕…. 34년간 외식업 외길을 걸어온 그의 이야기엔 전혀 다른 길을 걷는 CEO들도 밑줄 그어 가며 음미할 대목들이 많다. 수많은 실패 거듭한 끝에 거둔 성공이기에 그의 말엔 더욱 무게가 실린다.
'㈜이야기 있는 외식공간' 대표인 그는 요즘 외식업체 사장과 음식점 창업 준비자들은 물론, 일반 기업의 CEO나 임직원들에게도 명강사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자신의 성공 노하우를 묶어 책 〈오진권의 맛있는 성공〉을 펴내기도 했다. Weekly BIZ는 그의 강의와 책에서 그가 제안하는 성공 비결 10가지를 추려 소개한다.
1. 시장을 철저히 분석하라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 강당. 전국에서 식당 창업을 준비 중인 남녀 110명이 모여 그의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그의 첫 마디는 의외였다. 약간 쇳소리가 섞인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오 대표는 "식당 창업, 절대로 하지 마세요"라고 대뜸 말했다. 강의장은 일순 숨죽인 듯 조용해졌다.
"'할 게 없으면 식당이나 하지 뭐.' 사람들은 식당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족들에게 밥 차려주는 것과 수백 명 손님을 맞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나라 음식점들 중에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점포는 몇 개나 될까요? 제 판단으로는 전국 55만개 음식점 중에 0.6%만 매출액의 15% 이상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이 정도 수익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경험으로 보건대 우선 직원 한 명당 하루 매출 30만원을 올려야 합니다. 월세는 총매출의 8%를 넘어선 안됩니다. 재료비는 매출의 30% 이내여야 하고요. 이렇게 시장을 철저히 분석해야만 성공의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2. 작게 시작하라
"자, 그럼 대한민국 음식점 55만개 가운데 0.6% 안에 들어갈 방법은 무엇일까요? 먼저 작게 시작하세요. 그리고 경험을 쌓으세요. 16~20㎡(5~6평)짜리 실내 포장마차나 김밥집 크기면 충분합니다. '나는 자본이 없어…' '대기업 부장 출신인데 갈비집 정도는 해야지'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서울에서 김치찌개·순대국집 등 작은 규모로도 월 수입 1000만원 이상 올리는 식당들이 많이 있어요. 잘나가기로 유명한 서초구 방배동의 한 김밥집은 몇 평 안 되는 점포 크기를 30년 넘게 유지하면서도 대형 음식점 부럽지 않게 손님이 줄을 섭니다. 문제는 가게 크기가 아닙니다. 맛과 고객 서비스에 달려 있지요."
3. '온리 원(Only one)'의 가치를 창출하라
"메뉴는 최대한 간단해야 합니다. 전문점일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습니다. 손님이 가게에 들어와 메뉴판을 보면서 '뭘 먹을까?' 고민하게 만들면 안 됩니다. 입구에 들어오면서부터 "여기 냉면 3개요!"라는 말이 나와야 합니다. 마포의 한 김치찌개집은 손님들이 자리에 앉으면서 "하나, 하나요"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이 식당의 최고 인기 메뉴인 김치찌개와 계란말이가 나옵니다. 즉, '김치찌개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언제든지 마포의 김치찌개집을 떠올릴 정도로 고객들에게 '음식점 브랜드'를 각인시켜야 합니다.
30여년 전 제가 경기도 안양에 칼국수집을 차렸을 때 점심에는 손님이 붐볐다가 저녁에는 한가했습니다. 저녁 메뉴(해물탕)를 개발하려고 주방장을 바꿨더니 칼국수도, 해물탕도 모두 제대로 된 맛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칼국수만 열심히 만들었다면 나중에 칼국수집으로 더 소문이 나서 저녁에도 칼국수를 찾는 손님이 늘어났을 텐데 말이죠."
4. '발명'이 아니라 '발견'을 하라
그는 "외식업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라고 말한다. "수학 공식으로 푸는 게 아니라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합니다. 저는 1년에 점심·저녁 600끼를 절대 허투루 먹지 않습니다. 매 한 끼 식사는 제게 귀중한 '수업'입니다. 제가 창업한 음식점들도 이런 노력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가 지난해 오픈한 일본 라면집 '이찌멘'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삿포로까지 일본 라면집을 두루 돌아다니다 오사카에서 한국인 입맛에 가장 잘 맞는 라면집을 발견한 데서 시작됐다. '이찌멘'엔 독서실처럼 칸막이가 된 1인용 식탁이 있다. 혼자 가도 어색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 역시 그가 일본에서 일찍 잠이 깨어 혼자 호텔 근처를 어슬렁거리다 발견한 일본 라면집에서 착안했다.
"아이디어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전부터 있던 것을 발견하고 거기에 나만의 새로운 옷을 입혀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입니다."
5. 제품 아닌 행복한 시간을 팔아라
예전에는 손님에게 "많이 드세요"라고 했다면 요즘은 "맛있게 드세요"라고들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즐거운 시간 되세요"라고 말해야 한다고 오 사장은 말한다. "그러기 위해선 맛은 물론이고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 찌개백반집은 10만개 정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김치찌개와 된장찌개의 반찬을 달리 준비하는 집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도라지 나물을 예로 들면 된장찌개에는 고춧가루 넣어 빨갛게 무친 반찬이 더 어울리고, 매운 김치찌개에는 그냥 기름에 볶은 담백한 도라지나물이 더 맞습니다. 바로 이런 차이가 고객에 대한 정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보여주지요.
저는 손님이 식사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반찬 접시가 비어갈 때쯤 그 반찬을 더 담아 슬그머니 갖다 놓습니다. 요구하기 전에 서비스하면 고객은 감동합니다. 시켜서 하는 것은 심부름일뿐입니다. "
6. 고객한테 지는 장사를 하라
"고객은 귀신이고, 귀신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어쩌다 재료를 싼 것으로 바꾸면 고객은 귀신같이 압니다. 그래서 장사하는 사람이 손해 보고 힘들어야 합니다. 우선 음식이 먹음직스러울 정도로 푸짐해야 합니다. 처음엔 제품 원가가 올라가겠지만 고객이 더 만족해하면서 몰려들면 자동적으로 매출이 늘어나 원가 비율이 낮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습니다."
그는 직원에게 1만5000원짜리 한정식 점심을 개발하게 하고는 1만원에 내놓은 일이 있다. 1만원짜리 음식을 1만원에 팔면 고객은 감동하지 않는다. 대신 1만5000원짜리를 1만원만 받으면 고객은 '이렇게 팔아도 남는 게 있나?'하고 감동한다는 것이다. 그는 반대로 가격을 올릴 때는 한 템포 늦춰 가야 한다고 말한다. 고객들이 이 정도면 충분히 값을 올릴 만하다'고 인정할 때까지 말이다.
7. '애프터 서비스' 대신 '비포 서비스'
오 사장은 "음식점은 자동차나 전자제품처럼 애프터 서비스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고객이 계산대를 나오면 게임은 이미 끝나버리니까요. 음식점에서 만족하지 못한 고객한테 아무리 감사 문자 메시지를 보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음식점은 '비포 서비스(Before Service)'를 잘해야 합니다. 손님이 오기 전에 맛있는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고, 인테리어에 신경 쓰고, 깨끗한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밝고 상냥한 표정으로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것이죠."
8. 작은 것을 찾는 시대
요즘은 식당 고객의 절반 이상이 2인 고객이다. 그런데도 식당 메뉴는 온통 4인용 메뉴이다. 손님은 이것저것 먹고 싶은데 메뉴에는 한 접시 3만~5만원이다. 그래서 그는 2인분 메뉴를 도입했다. '사월에 보리밥'에서는 도토리묵, 감자전, 해물파전의 가격이 5000~6000원이다. 크기를 줄이는 대신 가격을 낮췄다.
"웰빙 시대를 맞아 요즘 고객들은 심리적으로 대(大)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메뉴판에 '대'와 '소' 메뉴만 있던 것을 '중'을 넣어서 '대', '중', '소'로 바꾸었더니 '중'만 팔리고 '대'의 주문은 눈에 띄게 줄어들더군요." 그는 "앞으로는 '특대(特大)' 대신 '특소(特小)' 메뉴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9. 음식점도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텔링이 최근 경영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오 사장은 음식점 역시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사는 시대라고 강조한다. "음식점의 메뉴, 상호, 인테리어에서 주인의 철학이 묻어나야 합니다. 간판에도, 벽에 붙은 메뉴에도 음식 이름만 되풀이한다면 얼마나 식상하겠어요? 우리 식당에는 무슨 이야깃거리가 있을까를 생각해 보세요. 이것이 '스토리텔링'입니다.
'사월에 보리밥'은 건강식, 향수(鄕愁), 어머니를 주제로 이야기를 엮었습니다. 입구나 손님들이 기다리는 대기석에 어머니와 보리밥에 얽힌 이야기를 붙여 놓았습니다. 카운터에는 '한국인이 꼭 먹어야 할 10가지 식품'이라는 쪽지를 꽂아 둡니다."
10. 장사는 사장 아닌 직원이 하는 것
그는 "사장은 직원들 마음도 섬세하게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루종일 점포 안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사회의 새로운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다. 그래서 그는 평소 배울 만한 좋은 식당이 있으면 관리자급 직원 30여명과 함께 가서 새로운 음식도 먹고, 고객 서비스를 보고 배운다.
그는 직원들이 회사에 주인 의식을 갖도록 직원들의 투자를 받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직영점을 창업할 때 적게는 500만원부터 많게는 몇천만원까지 투자를 받는 것이다. 그리고 매달 수익만큼 배당금을 준다. 이렇게 돈을 번 직원이 체인점의 사장이 되기도 한다.
오진권 대표는…식당을 시작한 지 34년째인 오진권씨는 현재 '㈜이야기 있는 외식공간'의 대표로 있다. '사월에 보리밥', '마리스꼬', '이찌멘', '웃기는 짬뽕'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4평짜리 라면집으로 출발, 1년 만에 30평이 넘는 칼국수집으로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갈비집으로 바꾼 뒤 3개월을 못 버티고 문을 닫았다. 성공과 실패를 반복한 그는 택시운전으로 모은 300만원으로 마지막 승부를 건다. 서울 신림동의 5평짜리 보쌈 가게였는데, 대박을 터뜨린다. 바로 '놀부보쌈'이다. 그러나 그는 2003년 2월 부인과 이혼하면서 '놀부보쌈' 대표에서 물러나 '이야기 있는 외식공간'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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