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플레이어 `아이팟(iPod)`과 터치스크린 휴대폰 `아이폰(iPhone)`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혁신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애플(Apple). 이 기업에서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주가가 출렁일 정도다. 그러나 애플의 성공 궤적을 좇다 보면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팀 쿡에게 도달하게 된다. 최고경영자(CEO)인 잡스가 제품 설계와 마케팅에 창의성을 불어넣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역할을 수행하는 동안 엔지니어 출신인 쿡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상업화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며 신화를 함께 창조했다.
상상력과 직관이 뛰어난 우뇌형 잡스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좌뇌형 쿡의 조화가 애플의 혁신을 성공으로 이끈 것이다. 그러나 애플도 파트너십의 부조화로 파산 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다. 1983년 잡스는 개인용 PC인 매킨토시의 성공으로 회사가 급속히 성장하자 펩시콜라 사장이자 마케팅 전문가인 존 스컬리를 운영책임자로 영입했다. 초창기 이들은 `최강 콤비`로 불렸지만 1985년 새로 출시한 매킨토시의 매출이 급감하자 두 리더는 사사건건 충돌했다.
스컬리는 방만한 조직 운영의 폐해를 지적하며 효율성 중심으로 전사적인 조직 개편을 주장했다. 잡스는 스컬리의 조직 개편안이 애플의 창의성을 훼손한다고 반대했다. 결국 잡스는 애플 이사회로부터 축출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잡스가 떠난 후 애플은 명성에 걸맞은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지 못한 채 서서히 시장에서 잊혀졌다.
그러나 1997년 잡스가 애플에 귀환하면서 그의 성향을 잘 이해하는 관리형 리더 쿡을 영입한 후 애플은 빠른 속도로 변모해 갔다. 1998년 애플은 혁신적 디자인을 내세운 매킨토시 아이맥(iMac)을 출시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3년 뒤 아이팟을 시장에 선보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 혁신을 위한 이중주 `양뇌형 파트너십`
= 양뇌형(Both Brain) 파트너십`은 혁신의 범위를 확장시킨 새로운 조직혁신 모델이다. 혁신의 개념은 참신한 아이디어 제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비즈니스로 활용하기 위해 전략을 수립하고 관리하는 과정까지 포괄한다. 조직 지휘자인 CEO가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우뇌와 분석과 관리에 능한 좌뇌 모두를 잘 사용하는 멀티플레이어라면 `양뇌형 파트너십`은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창의력과 분석력이 모두 발달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양뇌형 인간을 현실에서 찾기는 어렵다. 결국 혁신에 성공하려면 조직 내에 우뇌형 인재와 좌뇌형 인재 간 조화로운 파트너십이 구축돼야 한다.
HP의 경우 빌 휴렛 같은 뛰어난 엔지니어가 창의적 개발을 맡고, 데이비드 패커드라는 노련한 관리자가 경영을 담당해 지속적인 혁신을 달성했다. 나이키도 육상 지도자 출신인 빌 바워먼이 러닝화를 개발하고 파트너인 필 나이트는 제조, 재무, 영업을 담당했다.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이 파트너십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조건이 많다. 파트너들은 서로의 장단점을 인식하고 상호 보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또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효율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혁신적인 기업들은 이러한 파트너십 구축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조직 자체를 양뇌형으로 만들었다. 2000년 P&G의 CEO로 취임한 A G 래플리는 P&G에 창의성이 빈곤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디자인 요소를 가미하면 P&G에 엄청난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래플리는 "최고의 디자인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고 선언하고 창의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는 포장재 디자인 부서의 클라우디아 코트치가를 전면에 내세워 최초로 글로벌 디자인 부서를 만들었다. 코트치가는 래플리에게만 직접 보고했고 이는 조직 전체에 강력한 변화를 몰고왔다. P&G는 이후 5년 동안 150명의 경력 디자이너를 채용했다. 또 디자인 자문위원회를 설립해 1년에 세 번 이상 외부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들었다. 세계 곳곳에는 혁신센터를 세웠다.
이건희ㆍ구본무 우뇌형 회장 곁엔 좌뇌형 전문경영인 윤종용ㆍ남용이 있었다
보통 창업주나 오너 경영인 중에는 우뇌형이 많다. 이에 비해 전문 경영인은 좌뇌형이 많다. 국내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은 우뇌형에 가깝다. 이들은 창의적인 발상과 뛰어난 직관으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지만 좌뇌형의 특징인 뛰어난 언변이나 분석력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 곁에는 항상 뛰어난 좌뇌형 전문 경영인들이 있었다. 윤종용 삼성전자 상임고문,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남용 LG전자 부회장 등은 대표적인 좌뇌형 CEO로 꼽힌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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