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회사 성장에 한계가보입니다.
휴대전화용 부품을 생산하는 매출 700억원의 중견기업입니다. 이 제품으로 세계 시장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업계 1위 '강소 기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전체 직원의 20%(100여명)를 연구 인력으로 확보하는 등 연구개발(R&D)에도 비교적 강점을 갖고 있고요.
전체 매출의 70%를 수출하는데 금융위기의 여파로 작년 4분기 매출(160억원)이 전 분기 대비 30% 떨어졌습니다. 다행히 국내외 경기가 회복되면서 회사 경영이 올해 3분기부터 많이 나아졌습니다. 우리 회사는 이번 위기를 계기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체 매출의 70%가 휴대전화용 부품에서 나오는 구조로 경기 침체를 맞았다가는 당장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대책 마련도 쉽지 않아서입니다. 전체 시장 규모(약 2000억원)도 그리 크지 않아 회사가 지속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고, 외국의 대기업인 2위 업체가 추격해 오는 상황인지라 성장동력 마련이 시급합니다.
그래서 일반 가전제품 및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으로 사업 분야를 확대하려고 합니다. 전체 연구인력의 20~30%(20~30명)가 차기 제품 개발에 집중한 결과, 현재 제품 양산 단계 바로 직전까지 와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 제품과 연관성이 없고, 제품 단가도 수백 배 이상 비싸 생산설비를 갖추는 데 앞으로 1년간 100억원 정도 들어갈 것 같습니다. 인력도 당장 50명은 뽑아야 하고 최소 100명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신규 시장에는 다국적 기업 등 많은 경쟁자들이 포진한 반면 우리는 아직 규모도 작고 시장 분석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도 부담입니다. 어떻게 하면 신규 산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까요?
A. 베인&컴퍼니 오릿 가디시 회장의 멘토링
새로운 투자에 앞서 핵심사업 재정비…'숨겨진 자산' 찾아내 충분히 활용하세요
답변 드리기 전에 먼저 이번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는 것을 축하드립니다. 귀하가 고민하는 경영 현황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경영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하는 '전략적 선택' 상황입니다. 즉,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면서 어떻게 하면 회사 전체에 생길 리스크를 최소화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답변에 앞서, 회사의 기존 핵심 사업과 새롭게 확장하려는 사업의 연관성이 무엇인지부터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저는 핵심 사업과 연관성이 낮고, 경영진이 잘 알지 못하는 신규 사업은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는 점을 여러 컨설팅을 통해 지속적으로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규 시장 진출에 대한 귀사의 역량에 절대적 확신을 갖지 못한다면 이미 투자한 자금이 아까워도 보다 가까운 영역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게 더 나아 보입니다.
만약 귀사가 신규 사업에 진출하기로 마음을 굳혔다면, 회사 전체에 미치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지를 이제 말씀드리겠습니다.
■기존사업부터 재정비하라
저희 베인&컴퍼니에서는 신규 사업, 특히 귀사처럼 연관성이 비교적 먼 영역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것을 "핵심을 재정의(redefine)한다"고 표현합니다. 회사의 핵심 사업이 다음 세 가지 상황에 해당될 경우, 전략을 재정의하라고 권합니다.
첫째 산업 내에서 회사의 미래 수익 풀이 감소하거나 다른 사업으로 옮겨가는 경우,
둘째 완전히 새로운 사업모델이나 기술이 출현해 기존의 핵심 사업을 위협하는 경우,
셋째 경쟁사들의 추격으로 더 이상 시장의 차별적 우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경우입니다.
귀사는 세 번째 상황에 비교적 가까운 것 같습니다. 불황이 장기화한다면 첫 번째 상황, 즉 미래 수익 풀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핵심의 재정의'가 필요하더라도 신규 사업의 첫 단추는 기존 핵심 사업을 재정비하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재정비 작업은 귀사가 속한 사업의 경계를 올바로 정의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회사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는, 사업의 경계를 너무 좁게, 또는 넓게 판단해 필요한 수준보다 자원을 적게 투입하거나 반대로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골프화 사업의 선두주자인 '풋조이'는 자신의 시장을 골프화 시장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다른 스포츠용품 업체들은 이 시장을 스포츠용품 시장의 일부로 생각합니다. 즉, 골프화 시장의 성장 여력이 다 소진됐다고 보고 스포츠화 외에 연관성이 낮은 다른 품목으로 다각화를 추진하는 잘못을 범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기존 사업의 경계를 지금처럼 휴대전화 부품으로 국한하는 경우에도 글로벌 경쟁사들과 비교해 귀사의 시장 지위를 보다 견고하게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수익성 측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하는 지위(profit leadership)부터 다질 것을 제안합니다. 경쟁사와 비교해 어디서 비용을 더 절감할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왔다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구조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 비용을 더 빠르게 줄일 방안을 찾아보세요. 제조비용이 적게 드는 국가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거나, 제품의 가짓수를 줄여 복잡성을 낮추는 것도 비용 절감에 도움됩니다.
실제로 베인&컴퍼니는 미국의 산업재 제조업체와 함께 3단계 전략으로 복잡성을 줄여 성과를 빠르게 개선한 적이 있습니다. 첫째, 회사의 핵심 고객과 회사 운영, 제품 구색의 관점에서 중요도가 낮은 제품의 생산을 즉각 중단했습니다. 둘째, 남은 제품라인 중에 평균 주문량이 적고 생산의 리드타임이 짧은 제품은 아웃소싱으로 전환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생산수율이 낮거나, 특수 자재 및 디자인이 필요한 제품의 생산을 줄였습니다. 그 결과 회사는 1년도 안 돼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회복했고, 보다 탄력적인 생산구조로 시장의 변화에도 빠르게 대처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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