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있다.’ 영단어 암기 학습기 보카마스터(깜빡이)로 돌풍을 일으킨 임형택 사장을 보면 드는 생각이다. 깜빡이가 탄생한 것은 임 사장이 유학생활을 접고 직장생활을 하던 1997년. 무선 호출기에 프로그램을 내장해 단어를 보여주는 방식이었지만 판로를 개척하지 못했다.
2002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두 번째 버전으로 직접 판매에 나섰다. 1000대를 만들어 카니발을 끌고 전국의 학원가를 돌았다. “매주 1만km씩 뛰었어요.” 깜빡이 원리를 설명하는 공개강연도 여러 번 했다. 그러나 판로는 뚫리지 않았다. 투자비용을 회수하기는커녕 밥벌이도 힘들었다. 주머니에 만 원짜리 한 장 없을 때였다. 오죽했으면 이랬을까. “장기를 팔아 자금을 마련할 생각도 했어요.”
2006년 10월 세 번째 깜빡이가 나왔다. 원어민이 단어를 직접 읽어주는 기능도 보강했다. 우연히 신문광고를 냈는데, 첫날부터 문의전화가 쏟아졌다. 작년부터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판매량이 작년 2월 월 200개에서 6월엔 5000개로 늘더니 12월께 1만 개를 돌파했다. 올해는 한 달에 2만 개가 팔린다. 작년 매출이 184억 원. 올해 예상 매출은 400여 억 원. 속된 말로 ‘대박’을 친 셈이다.
그의 성공요인은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수요는 있되, 제품이 없는 시장을 뚫었다. 영어공부 하는 사람들의 고민 중 하나는 단어 외우기다. 깜빡이를 이용하면 하루에 100단어를 외울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단어 외우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했다.
두 번째 요인은 그의 강한 의지다. 7년간 별 수입 없이 전국을 떠돌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 제품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했다. 마지막으로 협업이다. 원샷보카는 사실상 임 사장의 1인 기업이나 다름없다. 기기 생산, 유통, 온라인결제, 광고 등은 모두 아웃소싱했다. 그는 “관련 회사들과 멋진 팀플레이가 성공한 것”이라고 했다.
사실 협업은 중소기업의 강력한 무기다. 급변하고 있는 세상에 중소기업이 발 빠르게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M&A 등으로 덩치가 커진 대기업은 막강한 정보력과 자금력, 조직력으로 중소기업을 압박한다. 원샷보카처럼 협업은 여러 대안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한경비즈니스 권오준 기자
'경영이야기(CEO연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CEO연구]브랜드 스토리 (0) | 2010.03.19 |
---|---|
[CEO 연구] 결국 원칙이다 (0) | 2010.03.10 |
[CEO연구] 애플과 소니의 갈림길 (0) | 2010.03.01 |
[CEO 연구] 실전 사장학의 세가지 핵심 (0) | 2010.03.01 |
[CEO 연구] 1등 기업의 특징 (0) | 2010.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