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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야기(CEO연구)

[CEO연구] 조조 vs 유비 vs 손권

 

■위대한 CEO 조조, 유비, 손권의 인사(人事)

이처럼 기업을 창업하여 발전시키고 후계자에게 물려주어 2대, 3대까지 번창할 수 있는 토대를 당대에 만든다는 것은 보통사람의 운과 능력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저자는『삼국지』에 나오는 수많은 영웅호걸들도 스스로의 운과 역량에 따라 기반과 영역을 잡아 가고, 때를 잘 만나 좋은 터를 잡고 좋은 사람을 모아 잘 쓴 사람은 성공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멸망하며, 소위 천시, 지리, 인화의 삼박자가 맞아야 큰일을 할 수 있다는 진리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조, 유비, 손권 이 세 사람은 다른 인물들보다 이 세 요소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갖추어 천하를 다투는 삼국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고 그래서 우리는 그들에게 배울 점이 많은 것이다. 조조와 유비 중에 누가 더 훌륭하냐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그들에게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하는 것이 벤치마킹의 바른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이 책도 그 영웅적 인물들을 중심으로 조조편, 유비편, 손권편의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조조는 비교적 유복한 집안을 토대로 당대에 창업하여 사업을 키우고 훌륭한 통치 시스템까지 후손에게 물려 준 성공한 CEO로, 유비는 시골의 궁벽한 집안 출신이었지만 불가사의한 인간적 매력과 통 큰 리더십으로 영웅의 반열에 올랐으나 실세의 불리와 말년의 방심과 고집으로 결국 실패한 CEO로, 손권은 이미 어느 정도 성장한 사업을 부친과 형님에게 물려받은 2세이지만 3대이면서 수성에 성공하고 사업을 더욱 발전시켰으나 말년에 총명이 흐려지고 신하들을 의심하면서 승계에는 실패한 CEO로 묘사되고 있다. 흔히 유비와 조조가 많은 주목을 받아 온 것이 사실인데 손권을 승계형 경영자에 빗대어 재조명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 중 하나이다.
저자는 천지인의 세 요소 중에서 중에서 인 즉 사람을 얻고, 감동시키고, 활용하는 재주에 많은 비중을 두고 설명하고 있다. 유비나 손권의 인사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특히 조조의 실용적이며 현대적인 인사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

[조조는 의리나 인정에만 호소하지 않고 일할 보람과 안정된 자리, 또 물질적 보상을 마련해주는 현대적 관리 기법을 일찍부터 썼던 것이다. 조조는 사람 보는 눈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사람을 잘 쓸 줄 알았다. 사람의 능력과 잠재력을 정확히 파악하여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알았던 것이다. 신상필벌이 엄한 대신 인재라고 생각한 사람에게 매우 관대한 면이 있었다. 조조 밑에 사람이 모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사람을 찾아 나섰다.
조조가 55세가 되었을 때 인재를 모으려고 발령한 구현령을 보면 조조의 인재관이 그대로 드러난다. 구현령의 내용을 보면 "현인을 발견하려면 윗사람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현인은 우연히 만나는 게 아니다. 청렴하고 결백한 선비가 아니면 안 된다느니 하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간 언제 현인을 찾을 것인가. 지금 큰 재주를 지녔지만 한가하게 낚시나 하고 있는 강태공이나 형수와 관계를 가졌느니 뇌물을 받았느니 하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한고조의 일등 공신이 된 진평 같은 인재가 어딘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초야에 있는 사람을 찾아내라. 오직 능력만으로 천거하라. 나는 능력 있는 사람을 중용할 것이다."라고 되어 있다.
난세엔 도덕성보다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조조의 인재관이 잘 드러난다. 중국에서는 아직까지 이런 인재관이 이어지고 있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덩샤오핑의 실용주의적 인재관이 바로 그것이다. 명분 위주의 인재관 때문에 나라나 기업이나 유능한 인재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 적재적소 인재등용의 달인
조조는 사람 욕심도 매우 많았고 그러다 보니 조조 진영에는 별별 재주를 가진 다양한 인재들이 다 모여 있었다고 한다. 또한 기존의 사회질서에 순응하는 모범생이 아니더라도 특이한 재주를 가진 사람을 잘 알아보고 적시에 잘 활용하였다고 한다. 그는 부하들이 타고난 재주를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경력을 관리해 주고 긴장을 늦추지 않도록 경쟁의식을 불어 넣는 재주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기업 중에는 삼성이 인재를 잘 키우는 곳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저자는 삼성의 창업주인 선대 회장의 다음과 같은 술회를 통해 CEO가 인재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잘 키우느냐하는 것이 국가와 기업의 발전에 결정적인 요소임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내 일생의 80%는 인재를 모으고 교육시키는데 시간을 보냈다. 내가 키운 인재들이 성장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좋은 업적을 쌓는 것을 볼 때 고맙고, 반갑고, 아름다워 보인다. 삼성은 인재의 보고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든 나에게 이 이상 즐거운 것은 없다."

- 하늘이 내려준 인품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조조의 인사에 대해서는 무엇을 잘 한 것인지 논리적인 분석이 가능한 반면 유비는 분석이 불가능한, 불가사의한 능력이 있었던 것 같다. 유비에 대한 저자의 표현을 몇 구절 인용해 보자. "유비를 한번 보면 대개 그의 인품에 반한다. 유비가 그토록 궁핍하게 지낼 때도 천하의 인재들이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여러 군웅들 사이를 떠돌며 필요에 따라 배신도 했지만 늘 점잖고 훌륭한 사람으로 대접 받았다.", "개성이 독특한 이들을 잘 달래 조화를 이루고 상승에너지를 내게 하는 유비의 능력은 가히 천재적이다. 타고난 리더십이요, 인간적인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조조는 천시(天時)를, 손권은 지리(地利)를, 유비는 인화(人和)를 얻었다고 말한다. 유비는 아무 가진 것 없이 인재를 잘 써서 큰일을 했다는 비유일 것이다. 조조나 손권에게는 총명함이나 결단과 아울러 냉혹함이 느껴지는 반면 유비에겐 따뜻함이 있다. 유비는 어떤 땐 공사가 불분명할 정도로 정에 끌리는 경우가 많다. 조조와 유비는 많은 점에서 다르다. 유비 자신도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조조는 다그치지만 나는 너그러우며, 조조는 사납지만 나는 어질며, 조조는 속임수를 쓰지만 나는 정성스럽다." 그러나 두 사람의 공통점은 사람을 잘 알아보고 부렸다는 점이다.

- 젊은 패기와 통 큰 리더십의 발현
손권의 경우는 형님인 손책의 급서로 졸지에 권좌에 앉게 되었다. 자신보다 훨씬 나이와 경륜이 많은 아버지의 노신들을 거느리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노신들의 귀에 거슬리는 충언도 경청하고 때로는 젊은 패기로 적절히 달래면서 유연하게 처신하였다. 주유, 노숙 같은 슈퍼급 인재들을 품을 수 있을 정도로 통도 컸다. 유비가 정에 끌리는 성품이었던 반면 손권은 공사구분이 엄격한 군주였다. 이 책에는 이런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손권이 형님인 손책 밑에 있을 때 늘 사사로이 용돈을 많이 쓰려고 경리 참모였던 여범과 주곡을 조르곤 했다고 한다. 그럴 때면 여범은 한 푼도 더 주지 않아 손권의 원망을 샀고, 주곡은 손권이 사사로이 많이 쓴 사실을 적당히 덮어 주어 손권이 늘 고맙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손권이 오나라의 CEO가 되자 여범은 중용하고 자신을 도와 주었던 주곡은 장부를 속일 수 있다고 하여 쓰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