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생각하며 살자”고 하면 너무 이기적으로 들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조직을 사랑하기 위해 나를 사랑하자”라고 한다면 어감이 조금은 달라진다. 그러나 사실은 같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중간관리자로‘살아남는’것에 머무르지 않고‘성장하는’중간관리자가 되려면 나만 생각하고 살자는 생각을 꼭 머리에 두어야 한다. 잘 알려진 대로 관리자는 자신의 실수가 아닌 것도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사로부터 굴욕이나 모멸감을 느낄 정도로 심하게 깨지는 일도 낯선 풍경은 아니다. 억울하기 한량없는 처지다.
하지만“나만 생각하고 살자”는 것은 내 모습에서‘OO기업 부장’이라는 직함을 떼어냈을 때의 나를 보자는 것이다. 나에게서 직함을 떼어내도 나만의 능력이 있거나, 쓸모가 있거나, 뭔가 괜찮은 이미지라도 갖게 되는가를 냉정하게 생각해보자는 중요한 의미가 내포 되어 있다. 이런 성찰을 통해 뭔가 잡히는 게 있다면 당신은 지금처럼 마냥 억울하게 살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고 설령 그랬다고 할지라도 사과를 받아낼 수 있다. 상사는 검증된 실력자가 아니다.
그러나 상사로 임명되었을 때는 당연히 그 자리에 맞는 실력을 길러야 한다. 관리자라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특권을 쥔 것도 아니다.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이 나를 도와주지 않으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다. 고개를 가로젓거나 자꾸 덤비는 부하들이 늘어나면 당장이라도 권한을 잃을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 군대만큼은 아니지만 직장 역시 상명하복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복종을 이끌어낼 수는 있다. 하지만 명령에 의한 복종에서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헌신과 일에 대한 집중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업무에 집착하고, 상황이 궁색하거나 할 말이 없다 싶으면 대뜸 “내가 이 자리 고스톱 쳐서 딴 건 줄 알아?”하고 버럭 소리부터 치던 상사를 떠올려보자. 그 상사가 너무 싫어서 일요일 오후 해가 조금만 기울어도 월요병이 도지던 때가 있지 않은가. 누가 봐도 무능한데 늘 실력과 성과를 인정하라고 강요하던 상사에 대한 안 좋은 기억한 둘쯤은 모두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속으로“저 위치에서 할 소리가 아닌 것 같은데…”
라며 분별력 없는 상사 앞에서 고개를 돌리던 때도 있었을 것이다. 평사원일 때……. 평사원일 때 겪었던 좋지 않은 기억의 상사들을 떠올려보자. 없는 자리에서 상사에 대해 불평불만을 터뜨리고 동료들과 안주 삼았던 부분이 있을 것이다. 특히 일하고 싶은 의욕을 꺾었던‘말’을 데이터화해보자. “내 생각에는 이게 맞는 것 같은데”“그 방법은 글쎄, 어려울 것 같은데…. 뭐, 해보든가? 근데 난 책임 안 져”“이게 사장님이 원하는 방향이야. 다들 알지?”“이 정도 하면 잘되지 않겠어?”이런 말투의 상사들이 은근히 많았다. 그리고 물론 지금도있을것이다.“ ~하면재미있지않을까?”라는말을하는상사. 그일의원칙이나개념이 부재할 가능성이 높다 싶었는데, 그게 곧 현실로 판명되어 실망과 짜증이 몰려왔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다 해놓은 일의 결과가 좋으면‘공’은 상사의 몫, 실패하면 부하에게‘오’ 를 떠넘겼던 상사와 한배를 탔던 때를 기억하자. 이런 과거지사 속의 최악의 상사를 리스트화, 데이터화해서 반면교사로 삼는 일은 효과적이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만으로도 어떻게 해야 할지 길이 보인다. |
부하가 저지른 실수나 무능력한 부분을 꾸짖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리 사랑이 넘치는 상사라도 이런 것까지 감싸줄 필요는 없다. 부하 직원도 학생이나 아마추어는 아니다. 꼬박꼬박 일하고 월급 받는 프로다. 부하 직원이 월급도둑이 되지 않도록 바로잡는 것도 상사의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 전에 나는 부하 직원에게 지금 하는 일을 제대로 가르쳤는지 반문해야 한다.
내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내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결과, 제대로 못 배운 부하가 우왕좌왕하는 것은 아닐까. 예를 들어, 쉐프는 주방에 갓 들어온 요리사보조에게 대뜸 칼을 쥐어주지 않는다. 한참을 주방의 허드렛일을 하다가 일하는 거 봐서 자신이 먼저 시범을 보이며 직·간접으로 가르친다 .
좋은 상사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부하를 잘 육성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상사의 능력은 없다. 가장 훌륭한 상사는 스스로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부하의 역량을 최대화시키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는 상사의 책임이다. 부하를 육성하지 않고 평가만 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무능한 관리자는 무능함을 덮어보려고 기본만 강조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지시하기보다 뜬구름 잡듯 거창하고 추상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또한 어려운 일은 남에게 미루고 중요한 일을 열심히, 바삐 하는 척한다. 직급이 곧 유능함을 말해주는 명찰 같은 것이라고 착 각한다.
진정한 리더는 부하가 스스로 리더십을 가질 때까지 돕고,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와 기회를 최대한 제공한다. 또한 평가자나 심판자가 되지 않고 안내자가 되며, 비판자가 되지 않고 본보기가 된다. 억지로 복종을 이끌어내지 않고도 스스로 존경하고 따르고 싶게 만든다. 진정한 리더는 부하를 그렇게 만든다.
< CMI 연구소 대표 전미옥님의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