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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읽기

세계경제 더블딥 논란

** 더블딥 [double dip]

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

 

일반적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경우에 경기침체로 규정하는데, 더블딥은 이러한 경기침체가 두 번 계속된다는 뜻이다. 즉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끝나고 잠시 회복 기미를 보이는 듯하던 경기가 다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하는 것을 뜻한다. 두 번의 경기침체를 겪어야 회복기로 돌아선다는 점에서 'W자형' 경제구조라고도 한다. 우리말로는 '이중하강', '이중하락', '이중침체' 등 여러 용어로 번역되어 사용되고 있다.

2001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로, 보통 부진한 기업 투자와 민간소비 약화로 인해 생긴다. 경기침체가 저점에 달한 뒤 곧바로 상승세를 타는 'V자형'이나, 경기침체가 저점에 달한 뒤에도 곧바로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한동안 침체를 유지하다 서서히 상승세를 타는 'U자형' 등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다는 의미에서 더블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예를 들어 경기 침체기에 기업들이 생산량을 늘리면 일시적으로 경기가 반등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국민경제 악화로 인해 수요 침체가 다시 강화됨으로써 거듭 경기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이 바로 더블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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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가 진짜 '더블딥'논란에 휩싸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블딥 우려는 늘 따라다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무게감은 점점 더 실리는 분위기다. 미국에선 믿었던 고용지표마저 꺾였고, 유로존은 감당하기 어려운 나라 빚에 하루하루가 힘겨운 상황이다.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 중국에서도 출력이 떨어지는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를 반영하듯, 증시는 지난 주 내내 곤두박질쳤다.

만약 세계경제의 3대축을 형성하는 미국 유럽 중국이 동시에, 혹은 둘 만이라도 더블딥 상황으로 빠진다면 글로벌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몰릴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고용쇼크

고용지표는 미국경제의 회복여부를 가늠해주는 리트머스 시험지. 그런데 올 들어 순항하던 미국의 일자리사정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가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미국 내 일자리 수는 올해 들어 처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소폭은 무려 12만5,000개로 작년 10월 이후 최대치다. 더구나 장기 실업에 지쳐 구직을 포기한 이들도 속출, 이런 이유로 경제활동인구에서 제외된 사람도 65만여명에 달했다.

일자리 감소는 그렇지 않아도 주택판매, 제조업체감경기, 소비심리 지표의 후퇴로 엄습하기 시작한 실물경기 둔화 우려를 증폭시켰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정부 재정지출 없이는 경기 회복을 유지할 수 있는 모멘텀이 없다"며 "일자리 없이 경제는 성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조업, 주택, 소비뿐 아니라 급기야 고용지표마저 꺾이자 미국에서는 더블딥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다우지수가 지난주에만 4.5%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은 가장 먼저 더블딥 우려에 충격을 받았다.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의 경기 성장세 둔화가 올 가을이나 겨울이면 끝날, 경기 회복 중에 겪는 일시적인 조정 국면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조지프 스티글리츠(컬럼비아대), 폴 크루그먼(프린스턴대), 누리엘 루비니(뉴욕대) 교수 등 대표적 비관론자들은 미국 경제가 도로 '침체'의 늪에 빠져들 가능성을 연달아 경고했다.

앞이 안 보이는 유럽

올 초부터 본격화된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후유증으로 유럽도 지금 심각한 경기후퇴 우려에 휩싸여 있다. 유럽 각국이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긴축에 나설 경우 유럽 내부는 물론 전세계 경제의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 실제 유럽 경제는 올 1분기 수출과 각국 정부의 부양책에 힘입어 플러스(0.2%) 성장을 유지했지만 부양책이 철회될 경우 마이너스 성장 우려가 높은 상태다.

특히 7월부터 본격화될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만기도래는 '집단 디폴트'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위기의 진앙지인 그리스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 123억유로 가운데 76%가 7월과 9월에 만기를 맞고, 스페인 국채 역시 7~9월에 65%의 만기가 집중돼 있다. 만약 이들이 국채상환연기에 실패한다면 해당국가는 물론, 채권자인 유럽 대형은행들도 심각한 부실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금융위기가 재정위기를 낳고 재정위기가 다시 신용위기를 낳는다"는 끔찍한 시나리오가 나도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은 문제없나

금융위기 와중에서도 거의 '
독야청청'했던 중국 경제에서도 조금씩 파열음이 감지되고 있다. 현재 경기흐름(동행지수)을 보여주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 52.1로 두 달 연속 떨어졌고 경기선행지수 역시 작년 10월 8.4%로 정점을 찍고 7개월째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젠 전문가들도 중국이 과거 같은 두자릿수대의 고성장을 이어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프레드릭 뉴먼 HSBC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지는 않겠지만 3분기부터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앤디 시에 전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도 "중국이 지난 10년간과 달리 임금 상승과 금리 인상 등으로 향후 10년간은 6~8%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