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아이들 성적표에서 발견할 수 없지만 (초등학교는 아직도 하나 모르겠다) 우리가 국민학교 시절 성적표는 수, 우, 미, 양, 가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정작 그 의미가 뭔지는 졸업한지 35년이 지나는 지금까지도 몰랐었다. 그저 수와 우가 많아야하고 양가는 적어야하는 정도였지만 왜 그렇게 평가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최근에 풀렸다.
수(秀)는 빼어날 수자로 우수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공부가 중간 정도면 나중에 좋은 공부를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둔 것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괜찮다는 뜻이다. 공부를 안하고 무학으로 답답히 사는 것에 비하면 공부를 잘하지는 못해도 그저 자기 인생에 필요한 정도의 공부를 이룰 양으로 꾸준히만 해나간다면 그 마저도 어질다는 의미이리라. 그리고 공부는 못해도 성격이 좋고 성실하면 괜찮다라는 웃음 넉넉한 선생님이 어리 제자를 다독거리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하는 양이란 평가에 공연히 정이간다. 인생이 공부가 다가 아니다. 그리고 더 이상 공부를 더 못할 것도 없는 지경인데 무엇이 두렵겠는가? 인생도 바닥을 쳐야 정상이 보이기 시작하듯 공부도 바닥을 치고나면 남는 것은 가능성 밖에 없다. 다만 용기를 잃지 말야야한다. 학교 공부의 실패를 인생 공부의 실패로 연결하는 그런 누를 범하지 않고 용기를 가지고 세상에는 박수 받는 많은 꼴찌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가를 받아도 주눅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등수로 표시해보자. 수우미양가를 12345등으로... 답답해진다. 등수에는 아무런 가르침이 없다. 그저 우성과 열성이 구분된 인간이라는 상품이 연상될 뿐이다.
비단 교사만이 아니다. 부모인 우리들, 그리고 인생의 선배인 우리들이 등수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면 우리는 불행을 종이에 적어 보관하는 어리석은 중생으로 살다가는 것이다.
수우미양가를 만들었던 그 선생님들의 뜻을 다시 되살리는 학교가 오기를 희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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