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 봉합 주도했지만 세계에 도움되는 일이라도 국익에 도움 안 되면 공허…
남 좋은 일만 해준 건 아닌가
지금 국제회의나 국제기구에서 나오는 세계 경제에 관한 이야기들을 보면 상식으로는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 용어와 정책의 조합들이 난무한다.
G20은 '환율 전쟁'을 피하기 위해 '시장 결정적 환율제'로 옮겨 가기로 하고, 실행 가이드라인을 내년 6월까지 만들기로 합의했다.
한편 그동안 자본자유화를 경제 발전의 필수 조건으로 내세우던 국제통화기금(IMF)과 선진국들은 이제 신흥국들이 '자본 통제'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환율 논의를 보면 그동안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 환율제도 때문에 세계 경제에 문제가 많았던 것 같고,
자본 통제 얘기를 보면 시장이 너무 자유롭게 작동하니까 문제가 있다는 것 같다. 상식적으로는 앞뒤가 서로 맞지 않는 이야기들인데
전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정치 지도자, 국제기구 책임자, 경제 관료, 경제학자들이 별 거리낌 없이 두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꺼내 놓는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가능성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많은 사람이 부분적 합리성에 매몰되어서 전체적 합리성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이다.
다른 하나는 나라마다 나름대로 논리가 있고 입장이 다른데, 여러 나라가 모여 적당히 절충하다 보니
전체적으로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IMF와 같이 세계 경제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의무를 가진 기관에서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를 하고,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것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다.
개별 국가들이 하는 얘기들은 각 나라의 실질적인 이해관계와 겉으로 내놓는 구호를 잘 구분해서 해석해야 한다.
G20에서 논의되는 '시장 결정적 환율제'는 정확히 얘기하자면 '경상수지 결정적 환율제'이다.
경상적자가 쌓이는 나라들은 통화 가치를 낮추고, 흑자가 쌓이는 나라들은 통화 가치를 높여 무역 불균형을 줄이자는 것이다.
그래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경상수지 결정적 환율제'를 '시장결정적 환율제'라고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경상수지에 따라 환율이 자동적으로 조정되는 시장은 경제학 교과서에서나 나올 뿐이다.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 경상수지는 '꼬리'에 불과하다. 하루 외환 거래량이 4조달러, 연간 거래량이 1000조달러에 달하는데,
이 중 경상수지와 관련된 것은 2%도 되지 않는다. 외환시장의 '몸통'은 투기적 자본거래이다.
결국 시장에 맡겨 놓으면 투기의 논리에 따라 환율이 결정되지 경상수지의 논리에 따라 환율이 결정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꼬리'와 '몸통'을 헷갈리는 상황은 미국 입장에선 이득이 된다.
투기적 자본거래의 종주국으로선 '몸통' 즉 투기적 거래가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게다가 기축통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시장을 결정할 수 있다.
마치 시장이 환율을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미국의 정책이 환율을 결정한다.
나아가 '꼬리' 즉 경상수지 부문에서도 흑자 나라들에 압력을 가하면 뭔가 떨어질 이익이 있다.
중국의 입장은 상대적으로 일관된다. 급격한 자본 유입으로 경제가 불안해지지 않도록 다양한 자본 통제를 하고 있다.
환율도 '시장'에서 결정된다는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중국 경제의 필요에 따라 점진적으로 환율을 조정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G20 '합의'에 참여는 했지만, 시장이 중국 환율을 결정하도록 맡길 생각이 별로 없다.
미국은 속 다르고 겉 다르지만, 이익이라는 면에서는 일관성이 있다. 중국은 명분에서나 이익에서나 일관된 것 같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은 명분이건 이익이건 일관성을 찾기 어렵다.
한국은 신흥국이고 기축통화를 못가진 나라이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를 겪고서 IMF 프로그램을 받아들여 완전 변동 환율제로 이행했고, 자본시장도 거의 완전히 열었다.
그 결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굉장히 커졌다.
이번 세계 금융위기 때에 튼튼한 경제 '펀더멘털(기초)'을 갖고 있었는데도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며 외환위기에 빠졌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세계 경제 재편 과정에서 시장을 통제하는 환율제도의 방향으로 컨센서스를 끌고 가는 것이 국익에 부합했다.
그러나 한국은 대신 '시장 결정적 환율제'의 중재자로 나섰다. 미국의 제2기 양적완화에 대응해 다른 신흥국들이 자본 통제를 강화하는데도
중재자로서의 역할 때문에 이렇다 할 자본 통제를 하지도 못했다.
한국도 빨리 자본 통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 금융 관료는 G20 회의가 "족쇄"라는 말까지 했다.
실제로 원화 강세에 베팅하는 환 투기꾼들 입장에서 양적 완화 얘기가 나온 이후 G20 서울 정상회의까지의 기간은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지난 11월 11일 외국 투자세력이 옵션 만기일에 동시호가로 1조8000억원의 주식을 대량 매각해 한국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던
'옵션 테러' 사건도 이러한 맥락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G20 서울회의가 '성공적'으로 끝났고 '국격(國格)'을 높였다는 얘기를 들을 때에 느끼는 공허함은
어렵게 '합의'를 끌어낸 뒤 한국이 구체적으로 무슨 이득을 보았는지 손에 잘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아무리 도움이 되는 일이라도 내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크게 쓸모없다.
내 이익을 희생시키면서 남 좋은 일 해 주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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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말하는 국격이 무엇인지 손에 잡히지 않아 G20이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내 머리 속으로 들어 오지 않았다.
신교수의 이 글을 읽고 보니 또 뭐 주고 뺨 맞는 형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이 역동적 변화의 시기에 우리에게 우리의 국격에 맞는 지도력을 발휘할 지도자는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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