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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이야기

28년 만에 완성한 '실명 후 세 가지 소원'

 

 

28년 만에 완성한 '실명 후 세 가지 소원'

아들아 방향 정해 준비하고, 길 안보이면 기다려라

 

"아버님, 박사학위 취득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그래 고맙다 아들아. 꼭 28년이 걸렸구나."

28년…….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지난 28년의 세월이 머릿속으로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뭐가요, 아버지?"

나의 28년의 의미를 나는 아직 한 번도 아들에게 얘기해 준 적이 없었다. 나는 이곳, 나의 박사학위 수여식장에서 축하객으로 참석한 아들에게 그 의미에 대한 봉인을 풀었다.

“응, 아빠가 실명한 후 세 가지 소원을 성취하는 데 걸린 세월 말이다.”

나는 1982년 군 복무 중 수류탄 폭발사고로 실명한 후, 숱한 좌절과 절망 속에서 이를 악물고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다잡으며 세 가지 소원을 꼭 이루고야 말겠다고 굳게 다짐 했었다. 하지만 나의 철체절명의 소원은 사실 남에겐 일상적인 소소한 것들이었다.

못다 이룬 대학공부를 계속 하고 싶다는 것.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컴퓨터를 익히고 싶다는 것. 결혼을 하고 싶다는 것이 그 세 가지였다. 나에게 있어서 이 세 가지 소원은 기실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니, 사람들이 내게 그렇게 말해 주었다. 그것은 불가능한 소원이라고.

하지만 나는 천사같이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 결혼에 성공하여 두 아들을 낳아 모두 장교로 임관시켰다. 그리고 국내 최초로 인터넷음성도서관을 개발하여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2011년 2월 17일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수여받음으로써 비로소 세 가지 소원을 성취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28년이라는 긴 세월을 나에게 요구했던 것이다.

지난 28년 동안 그 소원을 달성하기 위해 피와 땀을 얼마나 많이 흘렸는가. 때로는 포기와 절망 속에서 주저앉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인생은 가능성에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굳은 신념 하나로 이를 앙다물고 달려왔다. 포기하지 않는 삶 그 자체만으로도 소원을 성취하는데 큰 힘과 격려가 되었다.

“사랑하는 아들아! 네가 원하는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고, 배운 것이 없다고 실망하거나 주저앉지 마라.”

“예, 아버님.”

“틀에 얽매이지 않는 발상과 의욕만 있다면 새로운 일에 도전할 자격이 충분하다.”

“예, 아버님.”

“사랑하는 아들아! 네가 가고자 하는 그 길을 가라! 너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수칙이 필요하다.”

“예, 아버님 그것이 무엇인지요?”

“첫째, 가고자 하는 방향부터 먼저 정해라. 둘째, '배낭'을 잘 준비하고 떠나라. 셋째, 길이 안 보이면 기다려라.”

“예, 명심하겠습니다. 아버님”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늘 안전한 길은 없다는 것이란다.”

“예, 아버님의 정신을 이어 받겠습니다. 이 아들을 지켜봐주세요. 아버님이 28년 걸린 그 세월을 이 아들은 더 빨리 달성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고맙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칼럼니스트 송경태 (skt2211@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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