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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들

깨진 유리창의 용도

 

 

[깨진 유리창의 용도]

 

잠을 이루지 못해 무작정 거리로 나서 걷던 어느 밤 금간 유리창이 검정색 테이프로 이리저리 묶여져 있는 선술집을 만났다. 무심결에 들어가 차지한 모퉁이 자리 취기를 빌미 삼아 이런 저런 욕에 버무린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안주가 나오기도 전에 술잔에 가득찬다.  태생부터 익숙치 않다고 여기던 것인데 그들처럼 되지 않고는 그들의 삶을 그들의 말을 알아 듣지 못할 것 같아 쓴 약 들이키듯 목을 꺽었다. 여전히 그들의 말은 가끔 도드라지는 욕들 밖에 들리지 않고  그들의 삶은  술한잔을 핑게로 진실이라 말하는 거짓의 형상으로 금간 유리창에 부딪혀 울린다.

 

사랑도 금이 갔다
우정도 금이 갔다
남편도 멀어졌고
아내도 싫어졌다
인생이 금이 갔다
사는 건 상처란다

 

바닥난 호기심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계산대에서 바라본 금 간 유리창은 멀쩡한 검정 테이프만 발려져 있다.요즘 세상에 하며 들어왔는데 요즘 세상이 이렇구나. 깨진 유리창도 향수를 자극하는 소품이 되는 그런 세상,내 가슴에도 검정 테이프 한뭉치 바르고 다니면 금 간 가슴이라 불쌍히 여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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