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바람의 나라여~]
봄바람 살랑~살랑~ 부니 이곳 저곳에 바람이야기가 바람에 날리어 들려옵니다.
토요일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데 나이는 네살 많지만 친구처럼 지내는 지인이 불쑥 찾아옵니다.
어색한 미소로 봐서는 무슨일이 있는 듯한데 이런 저런 사업 이야기만 꺼내다가 점심 먹고는
사무실 소파에 들어 누워서 잠을 청하겠답니다. 최근에 접하게된 아이템 관련 사업 계획서를 만들던
중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일을 했는데 저녁 시간이 지나도록 잠을 자더군요.
아이들과 약속도 있고 해서 깨웠더니만 열쇠를 맡기고 가랍니다.
뭔가 심상찮아 무슨일이냐고 물었지만 대답도 없고 해서리....
순간! 머리를 스피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어 '아내가 결혼했다'를 서가에서 꺼내 건내 주면서
재미있으니까 이거나 읽고 있으라고, 집에 갔다 올테니 사무실에 있으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피했습니다.
밤 10시가 넘어 사무실에 도착하니 그 책을 다 읽고는 인터넷에서 만화보고 있더군요.
워낙 무협지에 단련된 속독이라 책 한권 읽는데 시간이 얼마안걸리는 사람이었으니...
대뜸, " 정사장 알았어?"라고 합니다.
"뭘?"
" 울마누라 바람피는거!"
" 그래?"
짐짓 놀라는 어조로 말했습니다. 그럴 가능성에 대해서는 짐작을 하고 있었지만...
그렇다해도 짐작했었다고 말하지도 못하겠고.
" 아주머니가 바람피는 걸 알았어? 어떻게 알게됐어?"라는 질문으로 밖에 응대를 못하겠더군요.
" 쪽팔려서! "
"........"
" 어제 어떤 쉐이끼한테서 전화가 왔어, 니 마누라 지금 어디에 있으니 가보라고...
송정 어디 모텔을 이야기하길래, 야이 미친놈아! 내 마누라가 바람을 피던 삶아 먹던
니가 무근상관이냐고 쏘아 붙이고는 전화를 끊었는데 , 확인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퇴하고 거길 가서 입구가 보이는 주차장에서 기다렸더니 이노무 마누라 쟁이가 나오는거여~"
" 그래서?"
" 뭐 그래서여~, 기냥 한 번 쳐다보고는 나왔지... 집에오니 똥싼X이 지랄한다고 이혼하자네 ~"
" 이혼할꺼여?"
" 글쎄~ , 화는 나지만 이혼해야할지 판단이 안서.... 아침에 애 데리고 목욕갔다가 집에 데려다 놓고
바로 여기로 온거여~ "
" 술한잔 주까?"
" 혈압 땜에 술먹으면 안돼야~"
" 그럼 집에 가~ 얼굴 보고 결론을 짓는게 맞지 않아? "
" 얼굴? 보면 사고 칠것 같애~ 그냥 낼까지 여기 있으면 안되나?"
" 그래? 열쇠하나 줄테니 알아서 해! 라면 5개 있고 냉장고에 김치도 있어! 잘생각해!"
그리고는 사무실을 나왔습니다.
아침 예배를 드리고 사무실에 9시 쯤 도착해보니 라면 끊여 먹은 흔적만 있고 사람이 없더군요.
전화를 해도 안받고 어찌된 영문인지 매우 궁금해 집니다.
월요일에 전화해봐야지...
근데 마누라 바람핀 남자 치고는 좀 태평합니다. 라면이 6개 있었는데 달걀도 6개 있었고...
불과 제가 사무실을 비운것이 밤 11시반에서 다음날 아침 9시니까 10시간이 채안되는 시간인데...
라면6개 달걀6개가 하나도 남질 않았습니다. 허기가 진 것일까요?
설걷이도 안해놓고 말입니다.
오후 늦은 시간 전화가 왔습니다.
속을 털어놓고 지낼만한 친구가 가까이 없는 사람이라 평소 이런 저런 이야기를 저와 하는
사이입니다만 대놓고 다 이야기하니 부담스러웠습니다.
상대편 남자의 부인이 집에 찾아와서 소란을 부리는 통에 안사람은 집을 나가고 아이하고 둘이서
나왔다며 차가지고 무작정 저보고 좀 나오랍니다.
다행이 아이가 아직 어려서이기도 하고 직감적으로 어떤 여자가 찾아오길래 아이하고
자기는 나갈테니 좀있다가 오라고 하고 아이를 데리고 나와서 아이는 모른다고 합니다.
사내 아이지만 아빠를 유난히 따르는 녀석인데...
주머니에서 지폐한장을 꺼내 쥐어 주고 슈퍼가서 과자 사오라고 시키고는 지인을 자리에
앉혔습니다.(천원짜리가 없고 5천원짜리가 나와서 순간 당황했습니다~*^^*;;)
" 어찌할거야?"
" 갈 때까지 갔는데 방법이 있겠어?"
" 아이는?"
" 지 할머니 집에 보내야지..."
" 그럼 빨리 정리해!"
" 그래야겠지.... 담배, 하나줘"
"담배 안피잖아?"
" 한대 피지 뭐~ , 바람피는 마누라 둔놈이 담배도 못 피면 쪽팔리잖아~" 속 빈 너털 웃음을 짓습니다.
................
...............
(잠간의 침묵을 주고 받았습니다.)
" 나 내일 휴가 내고 청주가야하거든? 돈있음 10만원만 줘~"
" 알았어"
그리고는 두 부자를 사무실 앞에서 배웅했습니다.
제가 그 지인을 통해 평소에 들은 두사람의 관계는 퍽 매끄럽지 않은 관계였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돈좀 많이 벌어보겠다고 그간 벌어둔 돈을 모두 투자해서 날려버리고
보증서서 월급 압류 당하고하니 안사람 득달이 좀 심했나봅니다.
그런데다가 이 지인은 부부관계에 있어 매우 보수적인 사람이라 아내와의 잠자리를
매우 아끼는(?) 타입이라 평소 안사람의 불만을 나름으로는 감지하고 있었던같아 보입니다.
그리고 아내와 떨어져서 서울에서 몇달 생활을 했는데 안사람이 단골 카페의 종업원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가지고 트집을 잡는 등 의부증 비슷한 증세를 보이기에 그나마 안심아닌 안심을 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것이 부인의 알리바이용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든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상대편의 배우자가 집에까지 찾아와서 소란을 부리는 것만 없었어도
자신이 해준 것이 너무 적다는 생각에 덮어 주고 지내보려했는데 그런 일을 당하고 나니
헤어지는 것 밖에는 답이 보이질 않는 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결혼생활이란 것도 참 평탄하지만은 않는것 같습니다.
저도 부부 싸움을 하다보면 종종 이혼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아이들 보면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 조차 미안해서 그저 삭히고는 했었지요.
그것도 시간 좀 지나니 포기할 건 포기하는 지혜(?)도 생기고,
아내이자 친구이자 내 아이들을 가장 사랑해주는 여자 등등 여러가지 모습의 '여자'로서
새로운 관계 정립이 되더군요.
주변을 둘러보면 심지어 교회에서 조차 이혼과 재혼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상처한 지 1년도 안된 어느 집사가 재혼을 해서 교회에 나오는데,
둘이 너무 금실이 좋아서 손잡고 다니고 귓속말 주고 받고 하는 모습이 여집사님들 입방아에
좋지 않게 올라오기도 하고,재혼한 커플의 아이들의 양육 문제가 화제가 되기도 하고
(일방적으로 아내의 편을 들다보니 남편의 아이들이 엇나가거나 두고 온 부인의 아이들이
엄마를 찾을 때 매정하게 대하면서 눈물 흘리는 모습이라든가 하는 것들...)
친구의 아내와 바람이 났는데 그 친구가 자신의 아내와 바람이 나서 두 쌍이 합의 이혼 하고 재혼해서
한 커플은 호주로 이민을 갔다는 이야기며....
제가 30대 초반이었을 때 바람피는 남자들을 위해 이론적 근거를 열심히 실어 나른 적이 있는데
바람피는 남자들은 소위 "암소 이론"이라는 틀 속에서 설명이 됩니다.
암소이론이란 '숫소는 항상 새로운 암컷만을 좋아한다'는 이론인데 이론의 전개는 없고 앞에 기술한
짤막한 정의만 있는 이론입니다. 그래서 술마시면서 바람피는 남자들에게서 들은 바람에 대한 변명들을
모아서 정리해보니 대게 다음의 세가지 였습니다.
첫째는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하고 싶다는 욕구의 표현입니다.
자신이 작업을 해서 무너지는 여자를 확인하는 과정을 즐기는 타입입니다.
별 수 없는 여자들을 찾는 헌트과라고나할까요?
둘째는 자아정체감의 탐색을 위해서라고 주장하는 타입입니다.
그들의 지상 명제는 " 내게 맞는 여자를 찾는것"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내게 맞는 여자란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알아주는 여자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 능력과 가치가 사회적인 평가가 기준이 되는것이 아니라 성적 만족에 국한됨에도
남자들은 이를 통해 강한 남성으로서의 정체감을 확인하고자 하는것 같았습니다.
세째는 그들의 연애관을 실천하는 타입이었습니다.
" 불타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고
" 한 번 불탄 사랑은 반드시 꺼진다"는 보완 명제를 가지고 있는 남자들이었습니다.
제가 볼 때는 쓸데없는 불쏘시게로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는 것 같아 보였는데
그들에게는 불타고 있다는 느낌이 자신감으로 이어진다는 궤변이 진리로 통하고 있었습니다.
심리학자인 스턴버그는 사랑의 3요소를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사랑은 열정과 친밀감과 결심으로 구성된다"고 말입니다.
열정은 바로 로맨스적인 감정인데 이 열정은 불과 몇달을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열정을 대신하여 채우는 것이 친밀감인데 이 친밀감에는 익숙함과 편안함 그리고 즐거움 등등
주로 긍정적인 관계 편향을 가지는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관계에서 친밀감이 항상 있을 수는 없지요. 그래서 친밀감이 위기에 처할 순간 즈음에
결심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자기 사랑에대한 책임감을 지속할지의 여부에 대해 가부간의 결심을
하게되고 이결심으로 인해 사랑은 또다른 구속력을 가지면서 이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스턴버그가 아주 중요한 말을 언급했습니다.
" 열정은 친밀감을 궤도에 오르게 하는 추진기이다."
이 말은 열정이 없는 친밀감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어떤 관계도 만들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평소 친하게 지내는 남녀가 열정이라는 추진기가 없이는 그저 친한 사이로 밖에
남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논리를 건너 뛰어서 바람의 관점에서 스턴 버그의 주장을 적용해보면
바람의 핵심에는 이 열정을 어떻게 두 사람 사이에 작용하게 되는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바람을 피고 싶은 사람은 이 열정을 이용할 것이고,
바람을 피지 않고자 하는 사람은 이 열정을 억누를 것입니다.
열정을 잡으면 바람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열정이라면 그 바람도 피할 수 없겠지요.
완월동 도사의 바람이론에 따르면
불장난은 바람이 아니랍니다.
불장난을 육체적 탐닉에 , 바람은 심리적 충족에 비중을 두어 구별해야할 필요가 있다고합니다.
바람피는 배우자를 둔 어느 일방은 불장난이든 바람이든 결국 그것이 그것이 아니겠냐고 말합니다.
물론 결과는 같지만 이유가 다르기 때문에 해법이 틀려지므로 같은 것이 아니라는군요.
불장난의 해법은 "한강에 배 지난 자리 이론"으로 그저 한 번 꾸욱 참아주면 그만이라는군요.
남자든 여자든 "하나 만 묵고 우째사노~"라는 보완 이론을 적용하면 수긍이 간다고 합니다.
근데 바람의 해법은" 백짓장 칼집 이론"으로 맞들면 반드시 찢어지므로 한 쪽이 손을 놓아야
종이(paper)라도 보존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바람 핀 남자는 조강지처에게 무릎꿇고 용서를 구하지만
바람 핀 여자는 같이 바람핀 남자에게 이혼하고 책임지라고 요구한답니다 .
아니 남편이 아무리 아네를 잡아도 바람핀 남자한테 간답니다.
이유는 공범은 이미 상대의 허물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군요.
그래서 한국에서는 남자들은 바람을 절대 안핀답니다. 모두 불장난이라고 우긴다는군요.
그런데 여자들은 절대 불장난은 안한답니다. 불장난이라도 바람이라고 우긴다는군요.
남북갈등, 동서갈등 , 보혁 갈등 ...
사방 팔방에 갈등이 존재하는 나라,
불장난과 바람도 갈등하는 나라
이런 쓸데 없는 바람 이야기가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나라가 아닌
봄바람이 신바람으로 웃음을 주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상의 이야기는 평소 소설을 좀 써볼까 하는 욕심을 가지고 있던 시끄러비가
" 나도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으로 적어본 픽션이었습돠~ 어떠셔요? ㅋㅋㅋㅋ)
사업 계획서 적다 말고 무려 한시간이 넘게 이 글 짓는데 사용해부렀습니다용~
MC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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