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평·독후감

[스크랩] 크게 멀리 보고 키워야 됩니다 - 이시형 지음

[크게 멀리보고 키워야 합니다] 시형/ 집현전

 

나에게 정신과 의사들의 글에 긍정적인 선입관을 심어준 사람은 울산이 낳은

문인이자 우리 근대사의 선각자 중 한 사람이었던 최현배 선생의 아들로서 청량리

뇌병원원장을 오랫동안 역임하신 최신해 선생이었다.역사 속의 인물이나 소설 속의

인물의 성격을 정신과 의사의 입장에서 아주 날카롭고 흥미롭게 서술한 것이 특징

었다. 연산군의 정신세계라는 제목의 책은 아직도 소장하고 있지만 폭군 연산

이란 선입관에 길들여진 나에게 기존과는 다른 시각을 선사했었다. 인간 연산군

관점에서 보고 생각하게 해주었으며, 이는 세상을 보는데 다양한 관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의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 것이라 어찌 보면 고마운 책이기도 하다.

내가 남달리 사람에 대한 분석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책 덕분이다.

 

다른 이유도 하나 있다.

그 역시 책이지만 엄밀히 이야기하면 습작이 적힌 친구의 노트였다. 충청도 진천

촌놈으로 최해운으로 이름이 기억되는데 서울대 경영학과 장학생 합격하고도

법대 입학을 핑계로 재수를 하던 녀석, 사실 그 녀석의 꿈은 문학에 있었다. 우짜든지

재수하면서 신춘 문예 당성해서 서울대 국문과를 가고 싶어했던 녀석이다. 여하튼

우연히 본 그 녀석의 습작 노트에서 당시 8명쯤 되던 하숙생들의 면모를 일일이

소설의 주인공마냥 적어 놓았고, 나를 적어둔 장에서는 내가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나를 적어 놓고 있었다. 시력이 나빠 렌즈를 끼고 안경을 또 끼는 녀석인지라 밤에는

거의 앞을 보지 못하는 지경이어서 밤거리를 나갈 때는 내 어깨를 빌려주곤 했었다.

그래서 제법 친하게 지냈었다. 그런데 그녀석이 사람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어서인지 난 그 친구를 어른스럽다고 생각했었다 

 

그 뒤 대학시절 한 번 만나고는 연락이 끊어졌지만 가끔 그 녀석 생각을 할 때마다

형을 대하는 듯한 어른스러운 느낌은 여전했고, 천재에게 밝은 눈을 허락하지 않은

신을 소주 잔 위에 모셔와 아쉬움을 토로하고는 했었다.

 

사람을 바라보고 그 내면을 이해한다는 것은 친구를 사귐에 있어 큰 무기가 된다.

사람은 자신을 알아주거나 알아주려 노력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법이니까.

 

서두가 좀 길었지만 이시형 박사의 이 책 역시 자식을 알아주고 알려고 노력하는

부모가 되는 방법에 대해 그가 직업적인 관점과 사색을 통해 얻은 단상들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런데 자식을 어떻게 이해하라는 식의 고객 중심의 논리가 아니라

부모가 바로서야 자식이 바로 선다는 원칙 중심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책 제목에서 보여지는 크게 멀리 보고 키운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정서적으로 안정되면서도 독립심이 강한 자립형 인간 이다.

그리고 그런 인간을 만들어 내기 위한 방법론으로 저자가 제시한 것은  아이를

부모에게서 떠나 보내고, 집착하지 말며,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서도 엄한

아버지의 역할을 다하라이다. 미주알 고주알 잔소리하는 엄마 닮은 아버지가 되지

말고 강한 아버지, 엄한 아버지로서 정신적 지주가 되어 주라는 이야기를 책의 전반

에 걸쳐 적고 있다. 그는 교육이란 곧 엄마로부터 떨어지는 시기를 어떻게 조절

하며 어떻게 훈련시킬 것인가 하는데 있다주장한다.

 

사실 아버지로서 엄마의 잔소리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볼 때 그런 생각이 불쑥불쑥

솟아 오른다. 어찌 저 입을 다물게 할 것인가? 한마디 거들면 부부간의 말다툼으로

이어지기 십상이고 당신이 아이들 하고 붙어 살아보라!는 상투적인 대응에 아내에

대한 실망감이 더 커지게 되는 경험을 몇 번하고 나면 저것도 저 아이들의 몫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 점점 말을 잃게 된다. 그리고 요즘 부모들은 그들의 부모들에

비해 많이 자상한 편이다. 엄한 것이 아이들 기를 죽인다고 생각하고 서로 자기 아이

기(氣,끼?) 키우기에 열을 올린다. 그러다 보니 요즘 아이들의 버릇은  어디에 초점을

두어야 할 지 모를 정도가 되었다. 아이들이 조기 교육이다, 영재교육이다 하며 어릴

적부터 학원 원장님들 돈을 벌어다 주는 상품으로 키워져 가는 것도 부모들의

 '아이 기 키우기'의 연장선상이다. 더불어 엄마의 기가 왔다 갔다 한다. 엄마에게

아이는 자기 실현의 한 영역이다(물론 아빠도 마찬가지지만 아빠는 일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인간의 자기 실현에는 세가지가 있다. 일 섹스, 그리고 아이다 라고 말한다.

그리고 특히 남편과 사이가 멀고 하는 일이 없는 엄마일수록 아이에게 전력 투구를

한다고 한다. 그것이 비극의 씨앗이며, 기러기 아빠를 만들면서도 전혀 죄책감이

없는 요즘 세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최신해박사의 글을 읽으면서 많이 경험했던 의외성의 문구를 이시형박사의 책에서

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사장이라면 12년 개근한 사람을 뽑지 않겠다고 한다.

이유는 융통성이 없는 녀석일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그 간에 집안에 대소사가 분명 있었을 것이고 학교를 빠질만한 이유가 분명 있을

법한데 12년 개근에 목이 메여 열심히 학교를 다닌 녀석이라면, 그 부모의 사고도

경직되어 있을 것이고 그 녀석 또한 성실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숫자에 집착할 것이

라는 논리다. 회사 생활하다 보면 유난히 숫자로 나타나는 평가 지표에 강한 사람이

있다. 그런데 내 경험으로 봐도 그들은 성실하다기 보다는 영악한 사람들 축에 속했던 것 같다.

그들은 대게 근태에 철저하다. 그리고 동일한 원칙을 다른이들에게도 적용한다.

" 영업사원은 숫자로 말한다" 가 그들의 단골 멘트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 주변에는

따르는 사람이 적었다.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성적에 연연하다보면

아이들의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또 성적 대문에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잘 사는 능력은 분명 성적 순이 아님을 부모들은 알고 있다. 

저자는 세상에 능력 있는 인간은 똑똑하고 체력과 정신력이 강하고 스트레스에 강한

성격적인 융통성, 즉 안정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를 대하고 보니 우리 가정에도 기본 신명이 하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냥 손가락 가는대로 한 번 쳐 볼까?)

 

첫째로 창조주를 믿을 것,

이는 교만을 방지하고 삶에 소명이 있음을 알게 하고자 함이다.

 

둘째 생각하라. 생각은 행동의 원천이다.

생각 없이 하는 행동은 실수가 잦고 그 결과를 얻기 힘들다. 그래서 일단 생각하라.

그리고 모든 사물과 사람과 관계에 대해 일단 생각하는 습관을 가진다는 것은

창의력의 기본을 갖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째, 네 스스로를 존중하라. 네가 행복해야 다른 사람이 행복하다.

네가 행복하지 않고서 남의 행복을 위해 일한다는 것은 안코 없는 찐빵을 찐방이라

우겨 파는 것과 매 한가지이기 때문이다.

 

넷째, 탁월성을 추구하라. 이왕이면 남보다 더 잘하려고 노력하라. 탁월한 결과는

탁월한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탁월은 노력과 인내의 결과이다.

머리 좋은 바보들이 많다. 머리가 좋음에도 노력하지 않는 것은 바보이다.

그러나 머리가 나쁜데도 불구하고 노력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경쟁력 없는 인간이

되는 첩경이고 천치임을 자부하는 일이다.

 

다섯 번째로 모든 일에 가치를 더하려고 노력하라.

가치는 금전적인 것 뿐 아니라 사람들이사는 이유가 되는 의미들도 포함된다.

 

여섯, 항상 책을 스승으로 가까이하라.

책을 통해 인류의 역사가 발전되어 왔듯이 책을 통해 수신하고 치국의 길을 열어야

하는 것이 우리 가정이 이루어진 의무이다.

 

일곱은 행복하기 위해 대화하라.

요즘 친척이 이웃보다 멀어지는 이유는 대화의 고리가 없기 때문이다. 대화를 하면

관계가 만들어진다. 인간을 관계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임을 절대 잊지 마라.

(쓸만한가? ㅋㅋㅋ  ) 

 

저자의 아이 기르기 원칙 몇 가지에 공감이 간다.

우선 매질을 해서라고 아이들을 가르치라는 내용이다.

창조주가 엉덩이를 만든 이유가 바로 교육용이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러나 반드시 감정적 중립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매질은 따뜻한 포용과 패키지로

이루어져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아버지는

시기 질투하게 하는 아이에게 공정한 경쟁을 하게 가르치고 ,

파괴적인 아이에게 창조를,

싸우는 아이에게 운동을,

자기 중심적인 아이에게 협동심을,

잔인성을 인간애로 승화시켜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를 관심 있게 지켜보지 않은 아버지는 못할 것 같다.

 

또한 집에 세계지도를 걸어 놓고 아이의 생각의 범위를 전세계로 확대하라는 충고와,

아들들은 아버지와 한판 겨루고픈 욕망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아버지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시도를 종종 하므로, 잘 알고 대처하기를 충고하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는 인생의 선배로서 삶의 지혜와 슬기를 가르치는 몫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한 3대쯤 흐름이 연결되고 지속되어야 한 집안에서 큰 재목이 배출

된다고 한다. '개천에서 난 용은 용 노릇 옳게 못한다'는 말은 이 책이 93년에

지어졌는데 어찌 14년 후의 일을 이토록 정확하게 집고 있는지 절로 감탄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성취의 기쁨은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욕망이자 본능인데

요즘 부모들이 알아서 이것 저것 다해주니까 아이들이 약해진다고 진단하고 있다.

궁즉통이라고 했다.아이들에게 궁한 상황을 제공해야지 뭔가 해법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문제 해결형 인재에 대한 수요가 더할 것이다.

그것을 안다면 궁하게 아이들을 키우고 통하게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한다.

돈 좀 있다고 거만을 대물림 하지 말고 말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정직하게 살기를 원하면 아이들이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부모가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공감이 간다.

애가 꽃병을 깨면 누가 깼어?라고 물으면서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면 변명한다가 준비되어 있고 

친구 이름을 거론하면 이놈이 거짓말을 해가 준비되어 있지는 않은지...

 

그러면서도 정작 엄마 본인이 깬 접시는

미끄러워서.. ,

내가 왜 이러지?로 말지 않는가?

부모가 부조리를 강요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부모가 아무리 잘해도 아이는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엇나갈 수도 있고,

기대만큼의 인물로 자라지 못할 수도 있다. 그건 독립적인 인격체인 그 아이들의

몫임을 인정하고, 남겨두고 지켜 봐줘야 한다고 적고 있다.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 같은 완벽한 모습의 부모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

아이들의 몫을 인정할 때 자립심이 강한 아이로 키울 마음의 준비가 되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자녀 교육의 원칙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가진 것이 다행스럽다.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