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께서는 무질서, 불균형이라는 말에서 무엇을 떠올리십니까?
보통 불안정, 혼란, 실패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겁니다.
그래서 기업경영에서는 일시적 변화에 따른 불안정과 혼란을 빨리 제거하는 것이 성공이요,
경영자의 미덕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무질서, 불균형에 대해 복잡계 경영의 관점에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1977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일리야 프리고진은 불균형과 무질서가
인위적으로 제거할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오히려 일상적인 것이며, 한층 고차원적인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원천임을 밝혀냈습니다. 이후 프리고진의 이론은 꾸준히 영역을 넓혀 사회 현상과 기업 조직의 변화원리까지 설명하는
이론으로 발전했습니다. 프리고진의 이론에 의하면 불균형이 발생하는 원인은 근본적으로 기업이 활동하는 시장 자체가
열려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 니즈의 변화, 경쟁자들의 끊임없는 혁신 노력이 가능한 상황에서 시장은 언제나 발 밑이
흔들리는 불균형한 상태에 있습니다.
지진이 빈발하고 지반이 부실한 땅 위에는 아무리 견고해 보이는 집도 소용이 없듯, 흔들리는 상태에서 최적의 안정 전략,
조직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재의 기업 실적이 우수하고 성과가 조금씩 끊임없이 개선되는 것처럼 보여도 일시적인
착각일 뿐, 서서히 늪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경우가 많죠. 차라리 불균형과 무질서, 불확실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를 기업의 전략과 조직 구조로 끌어들일 때 예기치 않았던 새롭고 더 나은 길이 열린다는 것입니다.
그럼 이러한 이론이 기업의 운명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미국의 시어즈와 몬산토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세계 최고층을 자랑하는 시어즈 타워가 상징하듯 시어즈는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유통업계의 맹주로 군림했습니다.
카탈로그에 의한 통신판매와 중산층 대상 쇼핑몰 사업을 통해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었죠.
전 미국을 커버하는 유통망을 관리하는 물류 및 조직 구조는 성공적인 모델로서 많은 연구 대상이 되었습니다.
수십 년간 안정된 수익을 내고 있던 시어즈는 그러나 미국 사회에 이는 큰 변화를 놓치고 많았습니다.
소득 수준이 양극화되면서 중소도시의 저소득계층의 소비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변화에 주목하지 않았죠.
월마트, 홈디포 등이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고 시장에서 부상했지만 시어즈는 이들을 경쟁자로 인식하지도 않았습니다.
시어즈는 다운사이징, 브랜드 제고, 매장관리 개선 등의 작은 변화로 점점 심각해져 가는 이익 감소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변화하는 소비자 성향에 맞추기 보다는 그 동안의 성공모델인 자신의 방식을 고수했죠.
결국 이러한 자세는 1990년대 찾아온 절호의 기회마저 놓치게 만듭니다.
정보통신 기술이 태동하며 시어즈가 100년 동안 이어온 통신판매 사업은 인터넷 쇼핑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었죠.
하지만 시어즈는 1996년 카탈로그 통신판매 사업에서 철수하는 결정을 내립니다. 기존의 조직과 유통망을 활용해
현재의 아마존(Amazon.com)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죠.
그 반대의 경우를 보실까요? 몬산토는 1901년에 코카콜라에 사카린과 식품첨가물을 납품하던 하청업체로 출발했습니다.
몬산토의 강점은 불안정한 시기를 이용해 새로운 위치로 도약하는데 발군의 실력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식품첨가물 제조로 얻은 화학공업 기술을 바탕으로 아스피린 제조에 뛰어들었는가 하면, 석유산업시대가 열리자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공업으로 확장해 미국 4위의 거대 종합 화학기업으로 도약했죠.
변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1993년 CEO에 취임한 로버트 샤피로는 석유시장의 점증하는 위기를 내다보고
생명공학 기업으로의 변신을 모색하죠. 몬산토는 화학 분야의 연구개발능력을 바탕으로 무려 80억 달러를 생명공학
분야에 쏟아 부으며 기아와 환경 문제를 해결할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석유 시장의 불안정, 무질서적 요소를
타고 넘을 수 있는 조직을 미리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 결과 몬산토는 예기치 않았던 유전자 변형 작물, 즉 GMO에서 활로를
찾아냈습니다. 몬산토는 기존의 석유화학 사업부문을 모두 매각하고 현재는 탄탄한 세계 3대 첨단 생명공학 기업으로
완벽하게 변신해 있죠.
안정, 균형, 질서, 확실성 등은 자연은 물론 경영 환경에서도 지속될 수 없는 것이며, 오히려 위기의 전조가 될 수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불안정, 불균형, 무질서, 불확실성을 앞서 받아들인 생물과 기업만이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아
한 차원 높은 질서를 선도해 왔습니다. "신이 누군가를 멸하려 하실 때에는 먼저 그의 눈을 멀게 하신다“..는 서양의 격언처럼,
주변의 안정과 균형 속에서 나의 눈이 희미해지고 있지 않나 돌아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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