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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Communication)이야기

말의 정치학

 

 

말의 정치학


4-5년 전만 해도 차기 대통령 감을 묻는 설문에 많은 사람이 정동영을 꼽았다. 그러나 그가 정작 여당 대선 후보가 됐는데도 지지율은 지금 1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는 통일업무를 관장하면서 개성공단을 성사시키는 등 점수 딸 일을 꽤 했다. 그런데도 지지율이 도무지 움직일 기미가 없다.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이번 대선을 유권자들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응징의 기회로 삼으려 하기 때문이다. 많은 유권자들은 정동영 후보를 박대함으로써 노 정부에 앙갚음을 하고자 한다.   

그럼 노무현 정부는 무얼 그리 잘못했는가? 왜 많은 유권자들이 노무현 정부를 그냥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응징해야 한다고 여길 만큼 미워하는가? 노무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한테 무엇이 노무현 정부의 실정인지 물으면 놀랍게도 십중팔구는 머뭇거린다. 딱히 내세울만한 실정이 없는데도 많은 사람이 노무현 정부를 싫어하는 것은 어쩌면 대통령과 그 주변 분들의 언행 때문일지 모른다.

넘치면 잃고 절제하면 얻고
 
노무현 정부의 인기가 바닥인데 반해 당내 경선에서조차 좌절한 박근혜 의원의 인기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높다. 그가 내놓은 정책 대안이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도 선뜻 답을 내놓는 이가 드물다. 그런데도 그가 정치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는 데는 그의 절제된 언어 덕이 클 것이다. 그는 열 단어 이내로 하고자 하는 말을 다 한다. 짧은 문장에 저질스런 용어는 없다. 그의 그런 능력이 그를 품격 있는 지도자로 각인시켰다.   

언어의 격이 정치인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정치권 사람들이 잘 안다. 그런데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정치권에서 함부로 말을 뱉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다는 사실이다. 며칠 전, 어느 탤런트는 정당 행사에 나가 “이회창 후보 하는 짓거리는 뒈지게 두드려 맞아야 할 짓거리”라고 폭언을 했다. 그 탤런트는 세상 좋아진 것을 누구보다 고마워해야 한다. 옛날 같으면 그런 말을 하면 그날로 어느 곳에 끌려가 그야말로 뒈지게 두들겨 맞았을 것이다.  

마치 반격이라도 하듯, 이번에는 이회창 캠프의 한 정치인이 이명박 후보를 향해 폭언을 퍼부었다. 이 후보가 자녀를 자기 건물 관리회사 직원으로 등록시켜 놓고 월급을 줘온 것을 두고 이 정치인은 “위장취업과 탈세는 좀도둑 같은 치사한 일”이라고 일갈했다. 이 후보가 한 일이 당당한 일이 못된다 하더라도 일국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를 좀도둑 같다고 몰아세운 것은 지나치다. 며칠 전까지 같은 당에 몸담은 처지에 그런 말을 하다니 우리 정치판 수준을 알 것도 같다.

상대를 비판할 때는, 형용사나 부사를 절제해야

 
전에는 상대 정당이나 후보에 대해 독한 말을 해대는 일은 주로 부대변인이라는 직을 맡은 이가 도맡았다. 그런데 요즘은 모두가 부대변인이 되고 만 것인가? 마치 다투듯이 아무나 막말을 한다. 전에 한 정치인이 어느 대통령의 입을 공업용 재봉틀로 박아야 한다고 했다가 혼쭐 난 적이 있는데 요즘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품위 없는 말에 식상한 사람들 가운데 공업용 재봉틀 생각을 하는 이가 적지 않을지 모른다.  

나라 형편은 예전에 비해 몰라보게 나아졌다. 이제 그 형편에 어울릴 만큼 나라의 격을 높여야 한다. 국격을 높이는 데 누가 솔선해야 하는가? 정치인이다. 앞으로 선거를 치를 날까지 국민의 이목이 텔레비전이나 신문에 쏠리게 마련인데 정치인은 상대를 비판하더라도 용어 구사에 신중해야 한다. 상대를 비판할 때 형용사나 부사를 절제하는 쪽이 국민의 마음을 얻을 것이다.

글쓴이 / 김민환
· 고려대 교수 (1992-현재)
· 전남대 교수 (1981-1992)
· 고려대 언론대학원 원장
· 한국언론학회 회장 역임
· 저서 : <개화기 민족지의 사회사상>
           <일제하 문화적 민족주의(역)>
           <미군정기 신문의 사회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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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치면 잃고 ,절제하면 얻는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말을 하기 위해 말을 하는 경우를 참 많이 겪습니다.

 

말을 하게 되는 이유는 말을 하고 싶어서라는 이유보다는

말을 통해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남 앞에서 명민함을 칭찬받고자하는 욕구,

상대적으로 말이 어눌한 사람과 차별되고 싶은 욕구,

머리에 든것을 익혀 내지 못하는 성급함,

그리고 때론 다른 사람의 기대 때문에라도 말을 하게 됩니다. 

 

항상 넘치는 것이 말입니다.

이 말은 항상 잃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마디 말의 힘을 위해 가두고 익히고 절제하는 지혜와 공부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넘치면 잃고, 절제하면 얻는다"란 한 마디 말에 이렇듯 생각을 풀어낼 수

있는 것을 보면 , 절제된 말의 힘에 다시금 고개가 숙여집니다.